결국 법정간 롯데 형제간 분쟁...관전포인트는?
신동빈 회장 등 상대 이사회 무효소송 비롯 여러 조치 착수
승소 자신감 드러냈지만 논리 빈약...롯데측 예견된 수순 '담담'
건강이상설 논란 속 신격호 총괄회장 의중 변수될 듯
한동안 수면밑으로 가라앉았던 롯데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법정싸움으로 비화하면서 2라운드를 맞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법정 소송에 나서겠다고 천명함에 따라 양측간 치열한 법리공방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날 한꺼번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신 전 부회장의 각오는 비장했다. 그는 신 회장과 함께 이사회를 열고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한 이사들을 모조리 해임하고 자신이 신 총괄회장과 함께 롯데그룹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도 "신 전 부회장의 소송 제기는 이미 예견된 일로 롯데그룹의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일축해 치열한 기싸움을 예고했다.
이 자리에서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과 본인이 해임된 이사회가 불법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지만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의 한·일롯데그룹 경영권에 대한 사항은 상법상 절차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통해 적법하게 결정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신 전 부회장과 롯데그룹이 서로 같은 논쟁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잠시 조용했던 롯데 경영권 분쟁은 법적 논쟁으로까지 번지게 됐다.
승소 확신하는 신동주, 소송서 승리하면 얻는 것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 전 부회장과 자문단은 힘이 바짝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김수창 변호사는 소송 승산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저희가 이긴다"고 조금은 과장되게 답했다.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은 소송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광윤사의 지분 구조에 대한 설명에서 평소에는 통용되지 않는 '경제적 가치로서의 지분'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광윤사는 현재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을 28.1% 소유하고 있지만 민 고문이 사용한 이 개념을 이용하면 광윤사가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 55.8%을 소유하게 된다. 이어 민 고문은 과반이 넘는 지분을 소유한 광윤사는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에 영향력이 엄청나다고 주장했다.
기자들이 "과반이 넘는 지분을 소유했다고 주장하는데, 왜 이사회 동의는 이끌어내지 못했냐. 다시 이사회를 열면 이길 수 있냐"고 묻자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본다"고 두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논리는 다소 빈약했지만 만약 정말로 신 전 부회장이 승소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신 회장이 주도한 이사회와 주주총회는 모두 무효가 된다. 이렇게 되면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및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의 등기 이사직에 복귀하게 되고 신 총괄회장의 대표권과 회장직도 복구된다.
뿐만 아니라 신 전 부회장이 함께 제기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중국 사업 관련 회계장부와 관련 서류들 일체에 관한 열람등사를 통해 사업 비리를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패소한다면 현재처럼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쥐고 신 전 부회장은 모든 등기 이사직에서 해임된 상태가 유지된다. 신 총괄회장의 대표권과 회장직 역시 박탈된 것으로 인정된다.
이렇게 되면 신 전 부회장이 또 다시 꺼내들 카드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 전 부회장은 과거 1차 형제의 난 때부터 이사회 우호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소송전으로 갈 것으로 예상돼왔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과 롯데그룹 양 측이 모두 강경한 입장이어서 법적 공방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이상설' 신격호 총괄회장 의중이 변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다. 신 전 부회장은 위임장과 함께 위임장에 서명하는 신 총괄회장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신 총괄회장의 상태를 묻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문제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신 총괄회장은 90세가 넘은 고령으로 판단력에 이상이 있다는 건강이상설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롯데그룹 측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대해 "판단력에 이상이 있다"고 밝힌 바 있고,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 발표에서도 진정한 의사가 맞는지 의심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의 말대로 건강에 이상이 없고 판단력이 흐리지 않은 상태인 것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신 총괄회장은 제2롯데월드를 불시 점검했지만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
70년 동안 롯데그룹을 이끌어온 창업주 신 총괄회장은 1차 롯데 경영권 분쟁 때 신 회장을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신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신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하며 신 전 부회장이 판단력이 흐려진 신 총괄회장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소송전에서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 의심을 씻는다면 상황은 일거에 역전될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겉으론 담담한 롯데그룹, 속 타들어가나
신 전 부회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끝나자 30분만에 롯데그룹은 입장 발표를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기자회견 시작 2시간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기자회견 진행 소식을 이제야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이 철저히 비밀로 부쳐지다가 2시간전에야 언론에 공개된 것은 롯데그룹에게 대처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한 신 전 부회장측의 의도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이 단독 이사로 있는 SDJ코퍼레이션의 홍보대행을 담당하고 있는 홍보대행사 웨버샌드윅에서도 "기자회견 진행 사실을 하루 전인 7일 밤에 알게 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입장 발표에서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소송은 예견된 일이라며 겉으로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신 전 부회장이 발표문에서 지적한 문제들을 조목조목 반박한 롯데그룹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에서도 신 전 부회장의 소송은 골칫거리다.
잠잠해지나 싶었던 롯데 경영권 분쟁이 다시 일어나 기업 전체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도 문제지만 패소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측도 소송전 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 역시 최근 국정감사에서 왕자의 난 재발 가능성 여부에 대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이는 신 전 부회장이 더 이상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신 회장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지는 앞으로 롯데그룹 측의 입장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견된 바 있지만 그 끝을 아무도 단언하지 못했던 롯데 경영권 분쟁이 2차전에 돌입하면서 이제는 법적 공방으로 번졌다. 앞으로 신 전 부회장이 더 꺼내들 카드가 있을지도 관건이지만 신 회장의 대응 방안도 2차 롯데 경영권 분쟁을 가름할 변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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