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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김정숙 따라배우는 날


입력 2015.12.19 10:21 수정 2015.12.20 15:47        박진여 기자

12월 24일 김정숙 생일, 27일 사회주의 헌법절 "X마스? 그게 뭐예요?"

눈 내린 평양 거리를 북한 주민 가족들이 손잡고 걷고 있다.ⓒ연합뉴스

"크리스마스요? 북조선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는 김정숙 따라배우는 날인데요?"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대형트리와 캐럴로 겨울풍경을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같은 시기 북한은 트리 대신 동상으로, 캐럴 대신 혁명가요로 겨울을 장식한다.

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이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어머니인 김정숙의 생일이고 크리스마스 당일은 무의미한 날이다.

17일 복수의 탈북자들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을 유일신으로 모시는 북한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이 며칠인지, 그걸 왜 기념하는지, ‘크리스마스’ 라는 단어 자체도 생소하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한에는 크리스마스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 무슨 날인지 전혀 모른다. 12월 25일이 성탄절이라는 건 한국에 와서 알았지 단어 자체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가끔 몰래 외국 영화를 보다 캐럴이 나오면 무슨 노래인줄도 모르고 그냥 노래만 따라 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함경북도 혜령 출신의 탈북자 역시 “북한 내부에서 성탄절은 뭔지도 모르고 몰래 외부 영상 보면 겨울에 빨간 옷에 고깔을 쓰고 춤추고 노래하는 게 그냥 연말행사로 보인다”며 “북한에서 송년행사를 많이 하니까 외국에서도 우리처럼 송년행사를 하나보다 하고 즐길 거리로만 생각하지 무슨 날인지 상상도 못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북한에도 성탄절 시즌처럼 음식을 나눠주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쉴 수도 있는 날이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김일성의 부인이자 김정일의 어머니인 김정숙의 생일이다. 이때 북한 주민들은 함경북도 회령시에 위치한 김정숙 동상을 찾아 고인을 기리거나 충성노래를 함께 부르고 당에서 지급한 음식을 나누며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다.

혜령 출신 탈북자는 “북한에서 김정숙은 김일성의 부인, 김정일의 어머니를 넘어 항일빨치산투쟁 당시 김일성에게 충성을 다한 충성분자로 귀감이 되는 인물”이라며 “김정숙의 생일이 되면 명절처럼 휴일을 부여하고 쌀, 고기, 과일 등 음식을 지급하며 김정숙의 충성을 치하하고 본받기 위해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또한 북한의 12월 행사는 김정숙의 생일뿐 아니라 사회주의 헌법절(27일)도 있다. 이날은 사회주의 7대 명절에 속해 휴일은 물론이고 다양한 대형 기념행사들을 진행한다. 이 두날을 제외한 북한의 12월 달력 속에는 더 이상의 특별한 일정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행에 민감한 청년들에게도 성탄절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날이다.

함흥 출신 탈북자는 “북한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12월 25일은 아무 의미 없는 날이자 전혀 모르는 날”이라며 “몰래 영화에서 보고 성탄절 축제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예수가 탄생한 날인지 무슨 날인지 그 뜻은 정확히 모른다”고 전했다.

설령 젊은 친구들 사이 외부 문화 유입으로 성탄 분위기가 나타난다고 해도 문제가 된 인원을 당에서 총살형에 처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보내는 등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성탄절의 개념을 인지하고 있다 해도 김일성 숭배 외 어떤 종교도 수용치 않는 북한에서 성탄 축제를 즐기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청진 출신 탈북자는 “젊은 친구들 사이 크리스마스 행사를 즐기는 게 적발되면 총살이거나 정치범수용소행”이라며 “감옥에 있을 때 알았던 형이 중국에 사는 고모가 준 복음성가 테이프를 듣다가 끌려온 건데 정치범수용소 10년형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북한에 있을 때 알던 친구 역시 찬송가인지 모르고 테이프를 구해 집에서 듣고 흥얼거리다가 재작년에 총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찬송가가 북한 노래랑 비슷한 음이 많아 빠져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친구도 그 노래 듣고 흥얼거리다가 보위부가 급습해 테이프 압수당하고 8일 정도 취조 받다 결국 총살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북한 사람들 중 성탄절을 아는 몇몇이 성탄 분위기를 낸다고 해도 그 즉시 정치범수용소행 아니면 사형에 처할 정도로 정치적 성격을 갖는 행위”라며 “만약 지하교인들이 존재한다고 해도 드러나지 않게 철저히 그들끼리 기도를 올리거나 행사를 하는 거지 드러나는 즉시 끝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안명철 NK워치 대표는 “지하교인은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이 믿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북한에서 봉수교회나 장충성당 등을 지어 보여주는 것은 외부에서 종교탄압국가라고 비난해서지, 김일성 외 다른 신을 믿는 북한 주민은 한 명도 없다”고 전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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