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출마' 힘 쏠리자 친박 "지도부 먼저" 맞불
비박계 "야권 차지 지역 탈환에 앞장" 친박계 "남들 등 떠밀지 말라"
내년 총선을 위한 새누리당 공천특별기구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가운데, '험지출마론'을 두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정면 충돌했다.
지난 22일 안대희 전 대법관이 서울 출마를 권유하는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힌 데 이어 비박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3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당 의견에 따르겠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험지 출마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친박계는 '험지 출마'를 권유하는 당 지도부부터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며 맞불을 던졌다.
'험지출마론'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김용태 서울시당 위원장을 비롯한 나경원·김성태 의원 등 전·현직 서울시당 위원장들이 당내 간판급 인사를 향해 20대 총선에서 서울 '험지' 출마를 요구하면서부터다. 그들은 지난 10일 "서울은 새누리당이 절대 소수 야당"이라며 "서울에 김한길·안철수·박영선·정세균·이미경·추미애 의원 등 지도부급 다선 인사들이 즐비한 만큼 야권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을 탈환하는 데 앞장서 달라"며 험지출마론을 거론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지난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의 경쟁력을 높여 주고 서로에게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험지출마가) 바람직하리라고 본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명단이 없었던 터라 당내에 큰 확산은 일지 않았다. '험지출마론'의 바람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것은 22일 김 대표가 부산 해운대에서 출마하려던 안대희 전 대법관을 만난 이후였다. 이미 2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험지출마론이 공론화 된 상황이었고, 김 대표 역시 이에 동의해 안 전 대법관을 설득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김 대표의 설득 끝에 안 전 대법관은 "당 지도부 취지에 공감한다. 당에서 정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험지출마 권유를 위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정몽준 전 대표 등도 순차적으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인지도가 높은 '중량급 인사'의 험지출마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만나 험지출마를 권유했다. 이후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출마를 해달라고 했고 오 전 시장은 '당 방침에 따르겠다. 그러나 종로 지역을 포함해서 논의할 것' 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험지출마 권유는 수용했으나 종로 출마를 포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애매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이어 김 대표는 오 전 시장에 대해 "교통정리하는 차원에서 적합한 지역을 잘 골라보도록 하겠다"며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 다른 사람들과 만날 계획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비박계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막연한 험지출마 권유에 제동을 걸며 '호남차출론'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언론에 거론되는 분들에게, 정치적 명성에 걸맞게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호남 출마를 권유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막연하게 험지 출마라고 말하지 말고 현 정권에서 정치적 명성을 얻은 분은 과감하게 최악의 시뮬레이션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친이명박계 출신인 권성동 새누리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 위원과 홍일표 공천제도특위 위원 역시 이날 각각 MBC, YTN 라디오에 출연해 험지출마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험지출마를 권유하는 당 지도부를 향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맞불을 놓았다.
대표적인 친박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험지출마 하라고 남들 등을 떠밀 게 아니라 본인이 험지출마를 할 준비가 돼 있을 때 남들에게도 내가 이렇게 앞으로 전진하고 있으니까 나를 희생하고 나를 내던지고 있으니까 당신네들도 이렇게 해야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김 대표를 겨냥했다.
홍 의원은 김 대표가 전략공천은 없다면서 험지출마를 거론하는 것이 맞지 않다며 "험지에 가는 사람을 경선하게 만들고 거기에서 다 벌거벗겨서 선거에 임하게 한다는 것은 말이 앞뒤가 안 맞지 않나"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후보도 지역에 잘 맞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유기준 의원 역시 KBS 라디오에 출연해 "총선에 처음 출마하는 분들을 험지에 보내면 이것이야말로 불공평하고 가혹한 일"이라며 "자신이 모범을 보이는 솔선수범 자세가 필요하다"며 김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는 기자들이 홍 의원의 '솔선수범 발언'에 대해 질문하자 "대답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이 전략공천은 없다면서 험지출마를 권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략적 판단과 전략공천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전략적 판단을 하자는 것은 어느 지역이든 (출마 지역구가) 정해지면 거기서 경선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대표는 지난 19일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 당원협의회 송년회에 참석해 "20대 총선에 영도에 출마하겠다"며 험지출마론을 일축했다. 또 2020년 21대 총선에는 불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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