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소녀상 이전되는걸로 알아" 정부 "그쪽 기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관련, 한일 양국 입장차 드러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한일 양국의 합의사항에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가운데, 이에 대해 한일 양측의 입장차가 드러났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8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위안부 문제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한 뒤 일본 취재진과 만나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이)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 측의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는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거론한 것일 뿐 철거를 약속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자기들의(일본 정부의) 기대감을 표명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기시다 외무상의 발언을 일축했다.
앞서 윤 장관은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과 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의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소녀상 이전여부와 관련, 우리 정부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외교적 협상에서 상대국의 우려 표명에 대해 귀를 막고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일본 측은 그동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12차례의 한일 외교당국 간 국장급 협의에서 소녀상의 철거 혹은 이전을 집요하게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협상 타결을 위해 소녀상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으며, 소녀상을 옮길 후보지로 서울 남산에 설치될 예정인 추모공원 '위안부 기억의 터'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인 유희남 할머니(87)는 "소녀상은 우리 국민들이 해놓은 위안부 문제의 상징"이라며 "일본은 소녀상을 문제 삼을 명분이 없다. 일본은 지금 비겁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용수 할머니(87)도 "소녀상을 치우라는 것 자체가 정신이 없는 사람들이다. 아예 도쿄 한복판에 세워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 역시 "(일본 언론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론 분열 수준"이라며 "소녀상은 이미 정대협도 어쩌지 못하는 공동의 존재가 됐기에 철거하거나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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