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선거구 걱정을?" 답답한 정치 신인들
여야 선거구 획정 협상 결렬에 1일부터 선거구 무효화
"이미 받은 후원금 돌려드리지도 못하는데..." 발동동
"거리의 어르신들이 '선거구 획정도 안됐는데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오히려 되묻는다. 정말 답답하다."
여야가 선거구 획정에 합의하지 못한 채로 병신년의 해가 밝았다. 전국 246개 선거구가 백지화됐고 20대 총선에 처음 출마하는 정치 신인들의 선거운동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자격 박탈로 선거 운동 중단 처지에 이른 예비 후보자들만 770여 명에 이른다.
여야 지도부는 선거구 획정을 위해 12월 한 달 동안 9차례나 만났다. 지난 27일에도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여 '2+2' 회동을 열고 선거구 협상을 시도했지만 끝내 결렬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1일 선거구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야당이 몸통이 아닌 꼬리인 비례성 강화를 주장해 일이 꼬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협상의 평행선을 달렸다.
현재 새누리당은 지역구 253석에 비례대표 7석을 축소한 47석을 주장하고 있다. 줄인 7석은 농어촌 대표성 확보를 위해 지역구에 양보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투표 가능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고 주장하며 선거구 획정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의화 국회의장은 현행 지역구 246석 안을 그대로 채택하겠다며 여야를 압박하고 있다. 그는 31일 "1월 1일 0시를 기해 선거구 획정 기준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할 것"이라며 여야 합의가 불발될 경우 19대 총선을 위해 여야가 합의한 현행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 안을 직권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수막도 명함도 없지만 지역 민심 파악 위해 발로 뛸 뿐"
여야의 선거구 획정 줄다리기로 정치 신인들은 선거활동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치로 8일까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됐지만 민심을 파악하기에는 시간도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서울 성북갑에 출마하는 권신일 예비 후보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예비 후보자들이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 현수막과 명함 등인데 건물 현수막도 못 건다고 하니 가장 걱정이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선거 활동을 하면) 거리의 어르신이나 주민분들이 '선거구 획정도 안됐는데 이렇게 해도 되냐'고 오히려 되묻는다. 답답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혹시나 싶어 정책 홍보물을 준비해 발송했다. 1일부터는 접수도 안되니 미리 보내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하루에 최소한 10개 일정을 빽빽이 잡아두고 지역 민심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남 양산에 출마하기로 한 김성훈 예비후보는 "남은 8일 동안 말하기보다 많이 들을 계획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예비후보의 경우 지난 28일 지역구에 '시민소통형 선거사무소'를 열고 전 세대의 고충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는 "어르신이 있는 경로당을 방문해 새해 인사를 드릴 계획이며 (8일까지) 청년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기 위해 '토크 콘서트'를 열고 20대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며 "또 (저와) 동년배인 30~40대들이 일하는 직업현장도 방문해 그들이 느끼는 고민을 듣겠다. 짧은 시간이지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상욱 새누리당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예비 후보자들이 선거 운동에 불편을 겪고 상황에 대해 "선관위에서 유보책이라고 나온 것이 일단 명함을 돌릴 수 있게 하고 현수막을 걸 수 있게는 하지만 그것도 1월 8일까지 한시적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법과 원칙을 정하지 못하고 직무유기를 한 상태에서 닭 모이 주듯이 끌고 다니며 유예책을 주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거구가 무효화되면 후원금을 낸 분들에게 돌려주면 좋을 텐데 그게 아니라 국고 귀속이 된다"며 "그 분들에게 돌려주지도 못하고, 실제로 후원금이 필요할 때 손을 내밀 수도 없는 참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생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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