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대응' 호통치는 야당, 대테러방지법은 외면
야당 내분에 법안 처리 협상 사실상 중단
관계자 "대테러방지법 있었으면 핵실험 사전 탐지 용이했을텐데"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대테러방지법의 조속한 통과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이 법은 정부여당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로 소관상임위원회인 정보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테러방지법의 조속한 통과를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지구상 상존하는 최대 위험이 북핵과 테러"라며 "야당도 북핵을 강력히 규탄했는데 국민이 안심하도록 정쟁 중단을 선언하고 국가 안보 수호에 초당적인 협력을 해야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사태를 계기로 보이지 않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보호를 위한 북한인권법이 국회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며 "야당이 협조를 안 하면 국민 안전을 내팽겨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테러방지법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 사건 이후 우리나라도 테러 방지를 위한 적극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면에서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 대테러방지법에는 국정원 산하에 '테러종합대응센터'를 마련하고 사이버테러방지법과 감청을 허용하는 내용 등이 있다. (현재 테러 관련 방지책은 1982년 제정한 대통령 훈령 '국가대테러활동 지침'이 전부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은 대테러방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대테러 정보수집 활동을 강화하고, 관계부처 간 정보 공유를 긴밀히 해 테러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 야당은 계속해서 반대하고 있다. 신뢰가 부족한 상태의 국정원에 테러종합대응센터를 설치할 경우 국정원이 초법적 감시기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여아는 이 법안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제고법 등 경제활성화 촉진입법과 노동 5법 등과 함께 쟁점 법안으로 규정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대테러방지법을 포함한 쟁점 법안의 조속한 처리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새누리당은 당론으로 쟁점 법안과 선거구 획정안을 일괄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은 물론 정의화 국회의장까지 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위선 북 핵실험 규탄했지만 정보위에선 테러법 여전히 방치 중
대테러방지법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안보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한반도 안보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 당은 정부·여당과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방위는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제4차 핵실험 강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앞으로 핵무기 개발 시도를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에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 개발과 군사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대북 방송 재개를 포함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당 소속 정두언 국방위원장은 이에 대해 "규탄 결의안 채택이 대북 미사일 대응 능력을 강화 등 정부의 확고한 군사 대비 태세를 주문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국제사회와 공조해 강력한 제재 방안수립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8일 열릴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여야 모두 안보와 관련한 현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대테러방지법 처리에는 여전히 미온적인 상황이다. 전날 정보위를 마치고 이 원내대표는 "8일 오후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비쟁점 법안 위주로 하겠다"고 밝혔다. 테러 관련 법안은 여전히 뒷전이라는 이야기다.
법 통과가 늦춰질수록 국가 안보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원활한 정보 수집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북의 추가 위협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의견이다. 정보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의 관계자는 "대테러방지법이 제정 돼 정보 수집 활동의 구심점이 갖춰졌더라면 충분히 (핵실험을) 사전에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북 핵실험이 대테러방지법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정보위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해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연이은 탈당으로 인해 여야 간 원내 협상이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정보위에서 테러 관련 법안을 맡던 문병호 의원이 제1야당에서 나가게 되면서 협상의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야당의 모 정보위원은 국회 일정 대신 지역구 활동에 매진하며 상임위 운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여야의 합의가 없으면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게 한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여당이 단독으로 손을 쓸 수가 없는 만큼 대테러방지법의 통과는 기약 없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의 다툼으로 테러 관련 법안 처리가 계속해서 지연되면서 국민들의 불안만 점점 커져 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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