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가능하다지만 안보·군생활 적응 등 이유로 '입대 못 한다' 인식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남성 총 8362명(2015년 6월말 입국자 기준) 중 10~29세 남성은 총 3820명(입국당시 연령 기준)으로 45.68%를 차지한다.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만큼 이들 탈북 남성에게도 병역의 의무가 주어지지만, 이 중 입대하는 인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병역법상의 예외조항으로 면제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탈북 남성들은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입대하고 있는 현실이다. ‘데일리안’은 탈북자들의 병역 의무와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살펴보고, 탈북 남성들의 군입대율이 낮은 현상을 들여다봤다. < 편집자 주 >
병역법상 군 입대가 가능한 탈북 남성들. 그러나 정작 이들은 ‘군대에 가고 싶어도 못 간다’고 토로하고 있다. 안보·보안상의 이유로 국내에서도 탈북자의 입대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을뿐더러 탈북자에 대한 선입견으로 인해 군 생활 적응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입대하는 탈북자 수가 극히 드물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데일리안’의 취재 결과, 탈북 청년들은 한 목소리로 “법적으로 탈북자들의 군 입대가 가능하다해도 어차피 우리는 지원해도 못 간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사회적인 인식과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안’ 가는 것이 아니라 ‘못’ 간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17세의 나이로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정모 씨(27)는 ‘데일리안’에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가고 싶어도 못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며 “분명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적응 문제나 여러 가지 이유도 있고 국가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어서 갈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탈북자들에게도 남한의 여느 입영 대상자와 같이 입영통지서를 보낸다는 병무청의 설명과 달리 정 씨는 2008년도에 ‘면제신청서’를 우편으로 받았다. 정 씨에 따르면 면제신청서 안에는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어떻게 면제를 신청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안내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때문에 정 씨는 ‘탈북자라서 입대할 수 없구나’라는 막연한 생각에 별다른 이유 없이 병무청의 안내대로 면제를 신청했다.
정 씨는 “탈북자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도 문제가 될 수 있고, 과연 탈북자들이 한국 군인으로서 전투에 나섰을 때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북한을 향해 총대를 겨눌 수 있을까라는 안보적 문제에서도 면제를 시켜주는 것으로 안다”면서 “어쨌든 탈북자들은 지원하면 군대에 갈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는지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당연히 못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2006년에 입국한 김모 씨(30)도 같은 입장을 전했다.
김 씨는 “주위에 간혹 군대에 가고 싶어 하는 (탈북자) 친구들도 있는데 ‘정부에서 안 보내준다’라고 하더라”라며 “지원하면 받아준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탈북자들을 보호하는 차원도 있고 국가 보안 차원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 면제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북자들은 이미 ‘군대에 못 간다’라는 인식이 있어서 입대 시도 자체를 안 하는 것 같다”며 “군 생활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꽤 있지만 어차피 지원해도 안 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어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더라도 지원 시도를 아예 안 해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북자들의 군 면제와 관련, 병무청 측은 본보에 “과거에는 안보 문제가 있었겠지만 적응을 못 하는 문제도 있다. 국내에서 생활하던 사람들도 군이라는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 적응하기가 어려운데 대한민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적응하기는 더 힘들지 않겠나”라며 탈북자들의 군 생활 적응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일부 탈북자는 현역 입대는 물론 부사관·장교 등 직업군인으로서도 입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직업군인이 꿈인 탈북자 손광민 씨(23)는 재작년 부사관·장교 지원을 위해 국방부와 병무청에 탈북자 군 입대와 관련한 민원을 넣었다. 이후 손 씨는 병무청으로부터 ‘입국 직후 하나원에서 머무를 당시 병역 면제 신청서에 서명을 했고, 일단 면제를 받았으면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답변을 받았다.
손 씨는 본보에 “하나원에 있을 때 워낙 많은 서류에 한꺼번에 서명을 하다 보니 어떤 서류가 병역에 관련된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면제 신청서에 서명을 한 것 같다”며 “직업군인이 꿈이 아니었다면 일반 사병으로라도 가고 싶었는데 면제를 받아 남자로서 수치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변에 다른 (탈북자) 친구들 중에 비슷한 경우에 처한 사람도 있고, 지원했는데 못 간 친구들도 있다”며 “북한 출신 중에 경찰이 됐다는 사람도 들어본 적이 없고, 법적으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해도 탈북자가 군대 가는 것에 제한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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