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성년후견인 지정 앞두고 SDJ의 '막가는 여론몰이'
성년후견인 재판 앞두고 신격호 총괄회장 내세운 과도한 여론몰이 오히려 역효과 우려
지난 수십 년간 극도로 언론에 노출을 꺼렸던 재계 인사가 있다. 언론 인터뷰나 간담회를 한 적도 없다. 그 수많은 경제 단체 활동도 하지 않을 정도로 '은둔의 경영자'로 유명했다. 그런 인사가 최근 몇 개월 사이 언론에 자주 나오고 있다. 동영상 인터뷰도 공개되고 일본 경제 주간지에 기고도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법원에도 직접 나갔다.
이 인물은 올해로 94세를 맞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다. 그는 6년 뒤에는 '100세'를 맞는 '노욕(老慾)의 경영자'이다.
수십 년간 묵묵히 경영에만 매진했던 그가 최근 몇 개월 사이 언론에 자주 나오는 것을 어떻게 봐야할까. 물론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 영향 탓이겠지만, 이런 방식이 정말 그의 의지로만 결정된 것인지는 의문이다.
지난 9일 SDJ코퍼레이션(신동주 회장)측이 촬영해 언론에 공개한 신 총괄회장의 인터뷰 동영상의 요지는 '롯데의 후계자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롯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SDJ측에서 지속 주장한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지난해 7월부터 SDJ측은 임의적으로 신 총괄회장의 녹취록, 서명문서, 동영상 등을 수차례 공개하며 한결같이 '롯데의 후계자는 신동주'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신 총괄회장은 수개월 동안 전적으로 SDJ 측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신 총괄회장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 년간 언론 접촉을 하지 않았던 신 총괄회장의 인터뷰나 동영상이 수시로 공개되는 현실을 어찌 봐야할까. 정말 신 총괄회장의 의지로 촬영된 것인지 진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9일 공개된 동영상에는 60~70여 년 전의 스토리를 집중 질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 총괄회장이 단기적, 최근의 것을 잘 기억 못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낳게 한다.
신 총괄회장은 현재 법원에서 자신의 정신건강 이상 여부를 공식 확인하는 성년후견인 지정 재판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일 1차 심리가 있었고 3월 9일 2차 심리가 열린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이상 여부는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롯데 경영권 분쟁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최근 신 총괄회장의 '이례적인 건강과시'는 SDJ측에서 고령의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과도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살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을 비롯한 SDJ 측은 하고 싶은 말이나 주장이 있다면 이사회나 주주총회 그리고 법정 등에서 하면 된다. 굳이 병약하고 연로한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동영상을 올리고 인터뷰 등을 통해 여론몰이를 할 필요가 없다. 좀더 객관적이고 정정당당한 SDJ의 태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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