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여론조사 유출 파문 ‘살리거나 죽이거나’
공관위 권위 훼손 혹은 살생부 파문 덮으려는 의도 ‘해석 분분’
새누리당이 연이은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4·13총선 공천 심사의 중요 자료인 사전 여론조사 결과가 유출됐다. ‘제2의 살생부 논란’으로 불리며 당은 물론 이와 관계된 공천관리위원회를 뒤흔들고 있다. 가뜩이나 공천과 관련해 예민한 상황에서 유출 의도가 무엇인지 주목된다.
4일 당에 따르면 지난 주말 당 산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실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3일 유출됐다. 총 6장의 사진 파일로 돼 있으며, 각 지역구별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들의 지지율이 담겼다. 이는 각종 SNS 메신저를 통해 정치권 안팎에 유포됐다.
내용 출처 및 유포 경로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복수의 당 관계자들은 공관위의 공천 심사에 참고하기 위한 여연의 사전 여론조사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홍문표 사무부총장은 4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사결과와 전혀 다르냐’는 질문에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고 좀 혼란스러워서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물론 당 지도부에서도 명확한 대답을 피하면서 이번 유출 자료가 공천을 앞두고 흔하게 유포되는 지라시(찌라시) 수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 소속 의원실 관계자들은 이 위원장이 최근 현역 의원 컷오프 기준으로 ‘당 지지율 보다 낮은 개인 지지율’을 내세우면서 해당 결과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누가 어떠한 이유로 해당 문건을 유출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선 과정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공관위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추후 공관위가 공천을 결정하고 컷오프 했을 때 이미 공정성과 객관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불복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책임 소재를 두고 화살이 전부 공관위를 향해 있기 때문에 이 위원장의 리더십에도 흠집이 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위원장은 4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권위 있는 기관들이 빨리 조사에 착수해 진실을 규명해주길 바란다”면서 “유출자를 분명히 색출하고 동기를 추궁, 공관위를 흔들려고 하는 식의 움직임을 빨리 차단해 달라”고 말했다.
당내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4일 본보와 통화에서 “공관위의 심사를 지연하거나 무력화하겠다는 의도가 아닌 이상 객관적으로 유출해서 실익을 볼 사람은 없다”며 “누구를 죽이고(공천 배제) 살리기에는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고, 공관위에 상처 입혀서 활동을 마비시키는 것 아니면 특별한 의도를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논란으로 (공관위 안팎에서) 공정성이나 관리의 책임 등으로 공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특히 대구·경북 등 진박(진실한 친박근혜)계 인사들이 출마한 곳에서 임의로 컷오프 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당 결정에 배치되는 행위를 한 경우 정밀심사를 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과 유승민계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다른 정치평론가는 “전략공천을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 할 수 있는 컷오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 아니겠느냐”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공관위의 권위가 많이 실추됐을 것이다. (공천 결과에) 불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권한이 막강했고, 확장되고 있는 이 위원장이 이 건으로 해서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사과로 매듭지어진 ‘살생부 파문’을 덮기 위한 의도와 진박 후보들의 지지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시키려는 의도도 있다고 보고 있다. 비박계에서 작성·유출했을 경우 살생부 파문으로 흠집 난 김 대표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를 빨리 떨쳐내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만약 작성·유출을 청와대 쪽에서 했다면, 지지부진하고 있는 진박 후보들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라는 말이 나온다.
유출 자료에 언급된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비박계가 살생부 파문을 묻으려는 의도로 유포했을 가능성이 있다. 진위는 확인할 수 없지만, 살생부 얘기가 쏙 들어가지 않았느냐”면서 “또 BH(청와대)에서 ‘진박들의 표가 모자라니 지지율을 올려달라’라는 용도로 유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유출 자료에 손가락도 같이 찍혀 있는 걸 보면 (자료를) 복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배달하는 과정에서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흐릿한 사진도 있는 거보면 급하게 찍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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