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김종인 총선 후 '킹 메이커' 역할론
"박 대통령 별로 안 좋아했던 김종인, 본인 손으로 대통령 만들고 싶어해"
정치 신단(神段) 김종인 대표는 4월 이후 어디로 갈까.
세 정권에 걸쳐 4차례 비례대표 의원을 지내고, '경제 민주화' 이슈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이끈 그에게 야당 금배지 한 석이 그토록 간절할지는 의문이다. 정치권에선 그가 20대 총선 이후 '킹 메이커'로 등극, 야권의 큰 판을 만들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총선에서 이겨 당 안팎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전제 하에서다.
올 초 더민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김 대표는 그간 야당에는 없던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그의 '수'에 혀를 내두르게 했다. 공동위원장 제안에 대해 "단독이라 수락한 것"이라며 더민주의 숨통을 단숨에 조이는가 하면, 문재인 전 대표가 금과옥조로 내세웠던 혁신안 수정을 언급해 주류계와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여기에 소위 친노 의원들에 대한 거침없는 컷오프를 단행하며 공천 실권을 거머쥐었고, 중도층을 혼란스럽게 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시킨 뒤 곧바로 '야권 통합' 카드를 던져 완벽한 국면전환에 성공했다. 국민의당이 자중지란에 빠지자 대뜸 수도권과 광주 전략공천을 발표하면서 국민의당 내홍에 기름을 부은 것도 '정치 신단'으로 회자된다.
오랜 시간 계속된 계파 갈등으로 지도부 내홍은 물론, 대표 흔들기가 고착화된 야당에서 이른바 '1인 독재'로 불릴 만큼 전권을 행사하고서도 여전히 건재한 대표는 전무하다는 평이다.
최근 김 대표의 발언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그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비례대표 출마설에 대해 "단적으로 하겠다, 안하겠다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취임 당시 "내 나이가 77"이라며 일축하던 것과 확연한 온도차다. 이는 단순히 '비례대표에 출마하겠다'는 것보다 총선 이후에도 당에서 역할을 할 의사가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그 역할은 결국 대권 판을 좌지우지할 '킹 메이커'라는 데 힘이 실린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와 더불어 야권의 대표적인 '원로 책사'로 꼽히는 한 인사는 "김종인은 판을 만들고 싶은 거다. 내가 듣기로도 그렇다"며 "김종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별로 안 좋아했다. 그러니 자기 손으로 대통령 만들려고 하는 거지,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가 망신 당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만들기는) 본인이 하면 제일 잘하지"라고도 했다.
다만 그는 김 대표의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전카드만 계속되면 당내는 물론 야권 내 피로감이 높아진다는 이유다. 그는 "아주 고단수고 전략적이다. 근데 김종인이 보여주는 쇼가 얼마나 계속될지는 모르겠다"며 "야권통합 카드 외에 이제 더 센 것이 나오겠나 싶다. 이제 안팎에서 피로감이 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당 혁신위원을 지낸 조국 서울대 교수도 김 대표를 절대군주로 칭하며 총선 이후 잔류를 예상했다. 조 교수는 4일 자신의 SNS에 "모두 이분(김 대표)의 발언과 행보에 정신을 못차리고 휘둘린다. 4월까지 김종인의 독무대가 계속될 것 같다"며 "그런데 역설적으로 더민주는 패배를 면할 것 같다. 4월 이후 김종인은 '킹 메이커'가 되려 할 것 같기도 하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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