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일감이 줄어든다…수주잔량 '바닥'
호황기 40% 수준…조선 빅3 작년 하반기 이후 지속 감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주가뭄이 지속되면서 조선업체들의 미래 일감인 수주잔량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소들의 수주잔량은 3월 초 기준 284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3월 3263만CGT에 비해 14.7% 감소했다.
한국의 수주잔량이 2900만CGT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4년 8월 말 2924만CGT 이후 11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조선업이 한창 호황을 누리던 2008년 한국 수주잔량이 7000만CGT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그 40%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를 이끌어가는 대형 3사의 월별 수주잔량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울산, 군산 조선소 및 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의 경우 지난해 8월초(7월말) 1021만CGT를 기점으로 매달 하락세를 보이다 12월에는 1000만CGT 밑으로 떨어졌고, 연초 다시 급락해 올 3월초 현재 8825만CGT를 기록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해 7월 883만CGT를 기점으로 하락을 지속해 3월 현재 786만CGT에 머물고 있으며,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5월 551만CGT에서 올 3월 472만CGT까지 떨어졌다.
수주잔량 감소는 미래 조선소를 가동할 수 있는 일감이 그만큼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불과 4년 전만 해도 4~5년치 수주잔량을 쌓아놓았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조선업체들이 2년 이하로 줄었다”면서 “최소 3년치 이상은 돼야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발주 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건조 완료된 선박은 오더북(수주잔량)에서 속속 삭제돼 나가니 일감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호황기 때 월 1000만CGT를 넘나들던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월평균 288만CGT로 급격히 위축됐고, 올해는 그보다도 더 줄어 1월 47만CGT, 2월 57만CGT에 머물고 있다.
대규모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는 조선업의 특성상 일감이 바닥을 보일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수주가뭄과 수주잔량 감소는 올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의 경우 지난해 대형선들이 많이 발주돼서 한동안은 소식이 없을 것으로 보이고, 유조선은 일부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유가 등 변수가 많아 선주 측에서 관망하는 모습이라 발주 결정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하반기 들어 LNG쪽 발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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