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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도쿄에 첫 진출한 롯데면세점 긴자점 가보니


입력 2016.04.10 14:59 수정 2016.04.11 08:56        도쿄(일본)=데일리안 김영진 기자

오픈 초기라 쇼핑객들 많지 않아 단체관광객 유치에 주력...일본 방문 중국인 관광객 폭발적 늘어 시장 가능성 커

도큐플라자 긴자 8, 9층에 오픈한 롯데면세점 긴자점 내부. 오픈 초기라 쇼핑객들이 많지 않다. ⓒ데일리안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긴자에 오픈한 롯데면세점 긴자점을 지난 7일 찾아갔다. 롯데면세점 긴자점은 지하철 긴자역과 지하로 연결돼 있긴 했지만 긴자 메인 거리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으며 같은 날 오픈한 '도큐플라자 긴자'쇼핑몰의 8층과 9층에 입점해 있었다.

철도, 부동산, 유통 등으로 유명한 도큐그룹이 지은 '도큐플라자 긴자'는 메인 거리와 떨어져 있는 약점을 전통과 혁신성이 느껴지는 독특한 건축 디자인 및 차별화된 MD 등으로 극복, 벌써부터 도쿄의 핫 플레이스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듯 했다.

롯데면세점 긴자점은 신축 건물에 입점한 만큼, 매장 내부는 상당히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마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연상될 정도로 고급스러운 쇼핑 공간을 제공했고 곡선의 동선을 적용해 발견하는 쇼핑의 재미를 추구하려는 듯 보였다.

일본에서 중국 단체관광객들을 주로 상대하는 중국계 면세점인 라옥스(LAOX)는 허름한 쇼핑상가를 연상케 했지만 롯데면세점은 마치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듯한 공간 체험을 제공했다.

입점 브랜드 역시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3대 명품 브랜드는 없었지만 중국인들이 선호한다는 알렉산더 맥퀸이 단독 매장 형태로 입점했고 랄프로렌, 구찌, 에르메네질도 제냐 등이 입점했다.

한국 브랜드 중에는 성주그룹의 MCM이 롯데면세점 긴자점에서 가장 큰 규모로 입점했고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 LG생활건강의 숨, 후 등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KT&G의 담배와 정관장도 보였다.

긴자에 위치한 중국계 면세점인 라옥스 사후면세점 내부.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주로 손님으로 받고 있다. ⓒ데일리안
하지만 아직 오픈 초기여서 그런지 중국 관광객들이나 쇼핑객들은 많지 않았다. 롯데면세점은 한국에서와 비슷한 구매금액 별 사은행사, 멤버십 제도 등을 도입했다. 한국에서 30여년 넘게 면세점을 운영한 DNA를 해외에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스위스 융프라우 여행 경품 및 중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아파트를 주는 경품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행사는 기존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면세점 등에서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주로 써왔던 방식이다.

롯데면세점은 향후 단체 관광객들을 적극 유치해 첫해에 150억엔(약 1600억원)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고 도쿄 신주쿠, 오사카 등에도 시내 면세점을 출점해 10년 내 일본 매출을 1000억엔(약 1조600억원)까지 올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롯데면세점 긴자점 오픈에 앞서 지난 1월 긴자 미쓰코시 백화점 8층에 오픈한 '재팬 듀티프리 긴자'역시 고객들이 많지 않았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고객들을 위해 특별한 마케팅을 펼치지 않는다고 한다. '재팬 듀티프리 긴자'도 중국 단체 관광객들보다 개별 여행객(FIT)과 해외로 출국하는 일본 관광객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했다. '재팬 듀티프리 긴자'는 긴자의 메인 거리에 위치해 있음에도 공격적 마케팅 부재로 롯데면세점 긴자점 오픈 이후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긴자 미쓰코시 백화점 8층에 지난 1월 오픈한 '재팬 듀티프리 긴자'. 롯데면세점 긴자점 오픈 이후 매출이 하향 추세에 있다. ⓒ데일리안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 관광객들이 핫이슈였다. 꼼데가르송 매장에는 중국인들이 워낙 '사재기'를 많이 해 구매 품목수의 제한을 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시내 면세점을 일찍 도입한 반면 사후면세나 현장면세는 이제 시작 단계이고 일본은 사후면세나 현장면세를 일찍 정착시킨 반면 시내 면세점은 이제 초기 단계이다. 즉 우리나라와 일본의 면세 정책은 정반대로 커왔던 셈이다.

사후면세나 현장면세가 보편화된 일본에서는 그동안 시내 면세점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관광산업 발전을 꾀하고 매년 늘어나는 중국 관광객들을 위해서라도 시내 면세점 확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점 규제의 덫과 글로벌 시장 확대 필요성, 일본 정부의 관광객 유치 확대 등 여러 가지 이유가 맞아떨어지면서 긴자점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관광객 입장에서 쇼핑 만족도는 일본이 훨씬 높아보였다. 브랜드의 다양성 및 제품의 질적인 면에서 일본이 훨씬 앞서 있고 특히 일본은 'tax free', 'tax refund', 'duty free' 등 규제개혁을 통해 다양한 면세 정책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598만4170명으로 2.3% 감소한 반면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은 499만4000명으로 전년대비 107.3%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1인당 평균 소비액 역시 한국방문 관광객들보다 3배 이상 많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일본에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유로 엔저 효과 뿐 아니라 규제개혁의 힘 역시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을 실천하고 있다. 2014년 식품, 화장품 등으로 면세 적용 제품을 확대했고 약국, 편의점 등 관광객 대상 소규모 면세점의 규제를 풀어 사후면세가 아닌 현장면세가 가능하도록 했다. 일본 내에서 이런 소규모 면세점만 2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일본에서 직접 쇼핑을 해본 경험에 따르면 'tax free', 'tax refund', 'duty free' 등 비슷한 면세 용어가 있지만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고 여권을 계산대에 제출하면 소비세 약 8%는 아예 부과되지 않고 바로 결제된다. 일부러 세금 환급을 받기 위해 또 다른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 거기다 일본은 깨끗한 도시 기반 시설 및 시민의식, 다양한 명품 브랜드들과 먹거리들로 중국인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면세점 및 관광 정책은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 면세점을 하려면 특허가 아닌 신고만 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면세점 특허를 받기 위해 기업들 간의 큰 경쟁도 없고 '특혜 시비'도 없다.

롯데면세점이 한국이라는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지 않고 일본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괌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배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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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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