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은 높았으나…'태후'의 성과와 한계
신드롬 일으키며 국민적 인기·사전 제작 성공
후반부 개연성·PPL 논란 몰입도 떨어뜨려
2016년 봄, 안방극장을 강타한 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가 종영했다.
14일 '태양의 후예' 마지막회에서는 죽은 줄 알았던 유 대위(송중기)와 서 상사(진구)가 살아 돌아오고 모연(송혜교), 윤 중위(김지원)와 재회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위기를 딛고 만난 두 커플은 이후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마지막에는 해성병원 의료팀과 유 대위, 서 상사가 또 다른 생명을 구하러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시청률은 15회보다 4.0%포인트 상승한 38.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 마지막회(42.2%)에는 못 미치는 성적이다.
수도권 시청률은 41.6%, 서울 44.2%로 집계됐다. 이로써 '태양의 후예'는 유종의 미를 거두며 시청자들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100% 사전 제작된 '태양의 후예'는 지난 2월 24일 첫 방송부터 종영까지 수목극 1위 자리를 고수했다. 10% 중반대로 시작한 시청률은 방송 9회 만에 30%를 돌파했다.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시청률 30%를 넘어선 것은 MBC '해를 품은 달' 이후 4년 만이다.
'태양의 후예'의 폭발적인 인기에 경쟁작인 SBS '돌아와요 아저씨'와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애국가 시청률로 쓴맛을 봐야 했다. 경쟁작은 울상이었으나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모여 '태양의 후예'에 푹 빠져 있었다.
드라마에 출연한 송중기, 송혜교, 진구, 김지원은 큰 사랑을 받았고 로맨스의 귀재 김은숙 작가는 '역시 김은숙'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특히 주인공 유시진 대위 역의 송중기는 군 제대 후 첫 복귀작에서 대박을 터뜨려 차세대 한류 스타가 됐다.
사전 제작 흑역사 깨다
'태양의 후예'는 영화 투자배급사 NEW와 영화 제작사 바른손이 손을 잡고 드라마 제작에 진출하는 첫 작품이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 사전 제작으로 만든 드라마는 제작비로만 총 130억원이 든 대작이다. 한중 동시 방영을 위해 사전 제작을 택했으나 국내에선 사전 제작 드라마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터라 '태양의 후예'가 이런 흑역사를 깰지 관심이 모아졌다.
막대한 제작비의 배경에는 차이나머니가 있었다. 중국 화책미디어로부터 53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뉴는 중국 내 최대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에 국내 드라마 중 최고가인 회당 25만 달러(약 3억원)에 판권을 수출했다. 방영권, PPL(간접 광고) 매출, 32개국 해외 판권 등 방송 전에 이미 제작비 130억원을 회수했다.
최근 드라마 동영상 누적 조회수는 20억건을 돌파했다. 회당 조회수는 약 1억건 이상으로 13억 인구인 중국에서 종영하지도 않은 드라마의 누적 조회수가 20억건을 돌파한 것 이례적이라고 홍보사는 전했다. 음원과 추가 판권 판매 등 추가 수익도 상당한 수준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제작은 재난 장면이 많은 '태양의 후예'의 방송을 가능하게 했다. 제작진은 장면 촬영을 한 후, 후반부에 부분 수정 작업이나 추가 촬영을 시도해 완성도를 높였다. 사전 제작인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름다운 영상미도 사전 제작이라 가능했다.
김은숙 작가 역시 "재난 상황, 총격전 등 해외 촬영 같은 신들은 사전 제작이라 가능했다"며 "만약 '태양의 후예'를 기존 방식으로 촬영했다면 못 나갔을 것"이라고 했다.
'태양의 후예'의 성공으로 사전 제작이나 반 사전 제작 드라마가 많이 생겨 한국 드라마 시스템이 이전보다 나아질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태양의 후예'에 이어 이영애 송승헌 주연의 SBS '사임당 더 허스토리', 김우빈 수지 주연의 KBS2 '함부로 애틋하게', 박서준 고아라 주연의 KBS2 '화랑: 더 비기닝' 등이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중국 방영을 목표로 한 사전 제작이라 톱스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배우의 발견…송송·구원 커플
'태양의 후예'는 송송 커플(송중기 송혜교)과 구원(진구 김지원) 커플의 사각 로맨스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얽히고설킨, 짜증 나는 사각 관계가 아닌 관계가 명확한 로맨스였다.
첫눈에 반한 송중기 송혜교는 극의 주축을 이루며 판타지 로맨스를 보여줬고 구원 커플은 이뤄질 듯, 말 듯한 애틋한 사랑으로 시청자의 눈물샘을 쏙 뺐다.
무엇보다 유시진 대위 역의 송중기는 제대 후 첫 작품에서 상남자로 분해 여심을 저격했다. 여기저기서 '송중기 찬양'이 들렸고 송중기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을 위협하는 한류스타가 된 것.
밀당(밀고 당기기)하지 않는 돌직구 고백, 똑 부러지는 성격, 내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애보에 안 넘어가는 여자는 없었다. 슈트 입은 재벌 꽃미남에 질린 시청자들은 군복 입은 유 대위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다나까', '~하지 말입니다' 말투는 송중기의 중저음 목소리를 타고 달콤하게 변했다.
애초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던 송중기는 안정적인 연기력과 아련한 눈빛으로 안방을 들었다 놨다 했다. '태양의 후예'가 개연성 논란에 휩싸일 때도 '송중기니까 봐주자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한국과 중국에서 이미 톱스타 자리를 꿰찬 송혜교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변치 않은 미모는 연하 송중기와의 환상적인 케미스트리(배우 간)를 이뤄냈다. 작품 전에 세금 탈루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송혜교는 '태양의 후예'로 이미지를 회복했다.
구원 커플 진구, 김지원의 발견도 반갑다. 2003년 SBS 드라마 '올인'으로 데뷔한 진구는 '태양의 후예'를 연기 인생 2막을 열었다. 진구는 우직한 서 상사를 맡아 열두 살 연하 김지원과 슬프고도 아름다운 로맨스를 그려냈다. 진구는 또 이 드라마로 로맨스 연기의 소원도 이뤘다.
마냥 여자일 것만 같은 김지원은 윤 중위를 만나 당찬 여성상을 보여줬다. 사랑에 적극적인 윤 중위는 여성 시청자에게 판타지를 심어 주며 브라운관을 날았다. '다나까' 말투도 자연스럽게 소화했고 연기력도 준수했다. "군복 입은 윤 중위가 섹시하다", "김지원이 이렇게 예뻤나"라는 호평을 받았다.
개연성·PPL 논란은 아쉬워
톱스타 송중기 송혜교, 스타 작가 김은숙, 시청률 30%라는 타이틀이 붙으며 고공행진 한 '태양의 후예'가 항상 칭찬만 들었던 건 아니다.
우선 개연성과 작품성 논란이다. 판타지 로맨스를 표방한다지만 그 정도가 심했다는 지적이다. 극 중 송중기가 분한 유 대위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특전사 소속 해외 파병팀장이다. 유 대위는 대단한 사람이다. 그를 위해 서울 한복판에 헬기까지 띄운다. 뭐 그래도 멋진 송중기니까 이해해줄 수 있다.
절벽에 매달린 차도 유 대위에겐 장난감이고 지뢰밭은 꽃길이다. 온갖 위험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한 여자, 모연을 지켜주는 유 대위에겐 '슈퍼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액션신은 할리우드 저리가라다. 영화 '테이큰'에서 납치된 딸을 구할 때 적을 무찌른 리암 니슨보다 송중기가 더 낫다는 누리꾼들의 표현은 놀랍지도 않다. 총알은 유 대위만 빗나가고 심지어 총알을 맞아도 살아난다. 피만 흘릴 뿐, 심정지 상태가 와도 갑자기 일어나 유유히 걸어간다.
죽을 고비를 몇 차례 넘긴 유 대위를 두고 누리꾼들은 "유 대위는 예수가 아닐까", "터미네이터"라고 했다. 개연성 논란이 정점을 찍은 건 15회였다. 죽은 줄 알았던 유 대위는 1년 후 모연 앞에 나타났다. "빅보스 송신"이라는 문전을 한 유 대위는 저 멀리 사막에서 천천히 걸어왔다. 모연이 있는 곳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어색하게 연출한초췌한 몰골은 실소를 자아냈다.
"1년 동안 걸어온 게 아닐까", "송중기 영화 '늑대소년'이 생각났다", "'늑대소년'과 '시그널'의 컬래버레이션 같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PPL 논란도 화제가 됐다. 우르크에선 홍삼 PPL에 중점을 뒀다면 서울에선 홍삼을 비롯한 온갖 PPL이 나와 'PPL의 후예'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우르크에서 소화하지 못한 샌드위치, 목걸이, 자동차, 아몬드, 카페 등 'PPL 폭탄'은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메인 스폰서인 현대차에 탄 서 상사와 윤 중위가 자동 주행 기능을 켜놓고 운전대에서 손을 놓은 채 키스하는 장면은 아무리 PPL이었지만 "무리수"라는 지적이 일었다.
개연성과 PPL 논란으로 긴장감이 떨어지자 시청자들은 "한국 지상파 로맨스 드라마의 한계"라며 "시청률과 작품성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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