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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대주주 돕자고 양적 완화하나


입력 2016.06.05 10:15 수정 2016.06.05 10:25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이윤과 손실이야말로 시장경제의 원동력

해운·조선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지난 5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 직원이 현금을 수납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통적인’ 화폐정책은 신용수단을 확대하여 이자율을 자유로운 금융시장에서 결정되는 수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에 그런 정책을 펼 수 없었다. 왜냐하면 각국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0%대까지 내렸기 때문에 전통적인 화폐정책을 실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화폐정책을 펼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미국, 일본, EU 등의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기업 발행의 채권과 각종 담보부 증권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화폐공급을 확대했다. 소위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미국은 4조5천억 달러, EU는 8천800억 유로, 일본은 200조엔 이상을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화폐를 시중에 풀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한국판 양적완화는 미국 등의 양적완화와 다른 것이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한국은행이 화폐를 찍어 국책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돕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명목적인 것이다. 실제로는 양적완화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자신들이 가진 조선과 해운의 부실채권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문제된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돕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판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관여하는 것이다. 비록 간접적이지만 말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과연 중앙은행이 기업의 구조조정에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앙은행이 국책은행들의 자본을 대규모로 확충해주는 방식은 득보다는 실이 많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이윤과 손실은 시장경제의 본질적 현상이다. 이윤과 손실이야말로 시장경제의 원동력이라는 뜻이다. 이윤과 손실은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그들의 ‘최고권’을 행사하는 장치다. 즉 이윤이 나는 기업은 더 많이 생산하라는 소비자의 지시가 있는 것이고, 손실이 나는 기업은 그 제품과 기업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소비자의 지시가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윤과 손실을 통해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를 지시하고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통해 기업의 구조조정을 돕는다면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그들의 최고권을 행사하는 장치를 제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시장에서 이윤과 손실의 길잡이를 없앤다면 소비자들은 무엇으로 그들을 통제하고 지시할 것인가. 그런 경제를 시장경제라고 할 수는 없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면 그 혜택은 대부분 대주주, 지배주주들에게 돌아간다. 문제는 그들이 기업부실의 책임을 져야 하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국책은행들의 자본을 확충해주는 방식은 사실상 국책은행들을 규율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한다. 국책은행들은 정치의 영향 아래에 있다. 게다가 국책은행의 업무에는 근본적으로 경제계산의 문제가 있다. 그런 환경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지원을 한다면 국책은행들을 규율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예를 들어,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평균 연봉이 9000만 원을 상회하고 있다.

정부는 거의 언제나 조세와 국채수입이 허용하는 한도를 넘어 지출하고자 한다. 중앙은행의 화폐공급 증가는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이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하여 국책은행들의 자본을 확충해주는 방식은 그런 수단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한도를 넘는 정부 지출은 민간을 더 가난하게 만들 뿐이다.

지금 시중에는 신용수단이 너무 많이 증가하여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현 정부는 조세도 눈에 띄지 않게 증가시켜 왔을 뿐만 아니라 재정적자 규모도 역대 어느 정권보다 많은 실정이다. 정부가 얼마나 더 경제를 나쁘게 만들지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글/전용덕 대구대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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