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성범죄 공화국' 이유는...강제추행도 벌금형
<특별기고>윤간범 아동 추행범 중국은 사형 일본도 중형
살인죄만큼 무거운 중죄 강간죄 형벌이 강도죄와 같다니
“시간은 21세기, 공간은 한국. 굶주림을 견디지 못한 장박장은 어느 늦은 밤 이웃집에 침입한다. 찹쌀떡을 훔치다가 체포되어 10년형의 선고를 받게 된다. 만기 출소한 장박장은 열심히 노력한 끝에 공장장 겸 시장이 된다. 후일 방탕에 빠진 그는 7세 여자아이를 성추행한 죄로 검찰에 기소된다. 장박장 시장은 사건을 고위검사를 지내 전관예우를 받는 한 유력 변호사에게 의뢰한다. 덕분에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된다. 지금 장박장은 차기 국회의원을 꿈꾸고 있는 한국의 신흥재벌 중의 하나이다.”
이는 4~5년전 필자가 영화 '도가니'와 '레미제라블'을 보고 난 충격을 우리나라 법 현실에 빗대어 합성해본 패러디이다. 그러나 아래 열거한 두 가지 죄와 벌을 서로 비교해 보면 21세기 대한민국 법 현실에서는 얼마든지 실제로 발생할 수도 있는, 패러디 아닌 패러디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o 야간주거침입절도죄 형벌 : 10년 이하의 유기징역 (형법 제330조)
o 아동강제추행죄 형벌 :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천만~3천만원 벌금 (아동및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2항)
지난 3일 신안 섬마을에서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이 한 여교사를 성폭행하는 천인공노할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국민적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13일 오늘 새벽 2시 경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 뜬 주요 뉴스 5개중 2개나 성범죄 관련 뉴스다. ‘유학파 유명화가, 8년간 미성년자 성폭행’, ‘남원판 도가니 더 끔직한 일’ 눈앞이 캄캄해져 클릭해 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존엄을 짓밟는 것은 물론, 피해자의 인생 자체를 망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필자는 이처럼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범죄의 가장 큰 원흉은 솜방망이 형벌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성범죄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나 가볍다.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추악한 성범죄자에 대해 실형은커녕 백 몇 백만의 벌금을 구형하고 선고하는 검사와 판사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면서 울분을 토하고 있다. 법조문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양심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이라면 갖고 있는 상식이라는 판단력과 정의감이라는 법감정에 비추어 보아 가벼운 처벌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사와 판사 등 법조인들보다는 낡고 썩은 법을 개선하지 않고 있는 입법자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날로 변하는데 낡고 썩은 법을 그대로 두면 국가는 쇠망하고 사회는 타락하고 백성은 불행하게 된다.” 다산 정약용의 질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성범죄에 대한 우리나라 솜방망이 형벌 규정을 볼 때 과연 우리나라 위정자들과 입법자들은 성범죄를 방지하고 응징할 의지가 있는것인가 회의가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같은 동북아 문화권이자 이웃 일본과 중국의 성범죄의 죄와 벌을 비교해보아도 ‘성범죄 조장공화국’ 인지 ‘성범죄 장려공화국’인지 의심이 들만큼 우리나라의 성범죄에 대한 형벌은 너무도 가볍고 부실하며 시대착오적이다. 지면관계상 세 개만 골라 예를 들어보자
인면수심의 강제추행범에게 1500만 이하의 벌금이 웬말이냐
첫째, 강제추행죄, 1995년에 개정 실시 중인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죄)에 의하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성추행하는 자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0년간의 자유박탈’과 ‘1500만원의 재산손실’을 각각 양팔저울에 올려놓고 선택적으로 부과하도록 한 입법취지는 무엇인가.
인간의 탈을 쓰고 차마 저지를 수 없는 추악한 범죄인 강제추행범에게는 강남 아파트 한평 값만도 못한 액수의 벌금을 물면 그만일 수 있는 규정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까닭은 또 무엇인가.
태산처럼 무거운 죄를 저지른 강제추행범에게 깃털처럼 가벼운 벌금이 얼마큼의 위협과 고통을 가할 수 있으며 범죄에 대한 규범적 의식을 환기시킬 수 있겠는가.
그리고 앞의 장박장 패러디에서처럼 야간절도주거침입죄를 범한 자는 벌금형 대체가능성도 없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달게 받아야 한다. 강제추행죄보다 야간절도주거침입죄가 더 중대한 범죄로 처벌되는 법조문의 철학적 기저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성적 결정권보다 자본가들의 사유재산의 보호가 훨씬 중요했던 19세기 천민자본주의 배금주의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본의 강제추행죄 형벌은 6개월 이상 10년 이상 징역이다(일본형법 제176조 상단). 중국의 강제추행죄 형벌은 5년 이상 징역이다(중국형법 제237조 1~2항). 한국과 달리 일본과 중국 두 나라 모두 벌금형 대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데다가 한국에 비해 훨씬 중한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다(표 참조).
인간이길 포기한 아동강제성추행범에게 1천만원의 벌금이라니
둘째, 아동강제성추행죄. 2013년에 제정 실시중인 아동 및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2항에 이르면 숨이 턱 막힌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아동 및 청소년을 성추행하는 자는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천만원 ~3천만원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일반 성인에 대한 강제추행죄도 추악하기 짝이 없는 범죄인데, 악마가 아닌 다음에야 인간으로서는 더 이상 악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범죄인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죄를 ‘ 또는 1천만원~3천만원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다니.
아동강제성추행범에게 일반 강제추행범의 최고 벌금액보다 오히려 가벼운 벌금으로 죄과를 치르도록 입법한 입법자를 한 번 만나고 싶다. 그를 직접 만나 몇 마디 따져 묻고 싶다.
백번을 양보해서 강제추행죄에 대해 벌금형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입법취지를 이해한다고 치자.
그렇지만 아동에 대한 강제성추행죄의 죄값을 벌금형으로 치를 수 있도록 하다니, 입법자 당신은 한번이라도 피해자인 아동 청소년과 피해자의 가족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는가, 가해자를 거열형이나 능지처참에 처해도 속이 시원하지 않을 아동강제성추행범에게 1천만~3천만원의 벌금형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런 식이라면 살인범도 ‘5년 이상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는 게 일관성이 있지 않을까, 광주인화학교 사건을 영화화한 ‘도가니’가 불러일으킨 사회적 분노를 치유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의 결과물이 고작 이 정도라는 말인가.
이래서, 아동강제성추행죄의 형벌이 이 따위라서, 그제는 밀양, 어제는 광주, 오늘은 남원, 내일은, 모래는 또 어디 계속 ‘도가니’는 끊이지 않고 생겨나는 것이다.
일본의 아동강제성추행죄 형벌은 일반강제성추행과 같은 6개월~10년 징역이지만 가중처벌하도록규정하고 있다(일본형법 제176조 후단). 중국의 아동강제성추행범은 사형, 무기, 10년 이상 징역으로 죄의 대가를 달게 받아야 한다(중국형법 제237조 3항). 실제 중국은 아동강제성추행범에게 대부분 무기 또는 사형으로 엄단하고 있다. 참고로 중국의 명률과 청률, 우리나라 조선시대 형률에 의하면 10세 이하의 여자아이를 범했을 때는 화간이나 강간을 불문하고 무조건 목을 베는 참수형으로 다스렸었다.
살인죄만큼 무거운 중죄 강간죄의 형벌이 강도죄와 같다니
셋째, 강간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형법 제297조). 강간은 피해자에게 중대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며,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긴다. 강간죄는 전 세계적으로 성범죄 가운데 가장 무거운 중죄로서 거의 모든 국가권력에 의한 엄벌대상이다. 우리나라 형법은 강간범에 이르러서야 ‘또는 얼마 이상 얼마 이하’ 의 벌금형 대체 조항이 사라졌다. 그런데 여기에도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하나 있다. 타인의 재산을 강제적으로 취득한 강도범(징역 3년 이상 형법 제333조)과 사람의 (주로 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강제로 박탈한 강간범의 형벌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인간사회에서 발생하는 흉악범죄에서도 천인공노할 악질의 반인륜적 행위인 강간범의 형량을 어찌 타인의 물건을 강취한 강도죄와 동일한 죄형에 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가. 이 역시 여성 또는 사회적 약자의 성을 물건으로 취급하던 19세기 천민자본주의의 잔재 아닌가.
일본은 강간죄를 단순강간죄와 집단강간죄를 구분하여 전자는 3년, 후자는 4년으로 처벌하고 있다. 중국도 강간범을 죄질이 경할 경우 3년이상 10년이하의 징역을, 중할 경우 사형, 무기징역,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구분하여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법현실에서는 주로 중형으로 강간죄를 다스리고 있다. 특히 이번 섬마을 여교사 윤간사건처럼 윤간범이나 2008년 조두순(나영이 사건)사건같은 아동강간범은 대부분 검거된 후 1년 안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끔 하고 있다.
중국에서 강간범이 항소하더라도 감형되는 판례는 거의 없기에 그들은 1심 확정후 대부분 항소를 포기하고 법의 심판을 달게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한다. 중국은 강간범과 마약사범, 폭탄테러범 등을 범한 사형수를 확정판결 후 45일 이전에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참고로 중국형법 제20조 제3항은 강간에 대하여 행한 방위행위가 불법침해자에게 사상의 결과를 발생시켜도 과잉정당방위에 속하지 않으며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자신을 강간하려고 드는 가해자를 죽여도 괜찮은 무한정당방위를 보장하고 있다.
성범죄관련 형법조항은 최대의 악법, 개정 시급하다
비판없는 발전없다. 그러나 대안없는 비판은 맹종보다 해롭다. 천학비재한 필자 개인적 대안은 다음 두 가지다.
제1안, 징역형을 강화하는 대신 벌금형을 폐지하는 안이다. 추악한 성범죄를 ‘그까짓 돈 몇 푼으로 때우면 그만이다는 생각을 애초부터 못하게 하도록 벌금형 대체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대신에 징역형을 강화할 것을 건의한다. 또한 피해자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평생토록 가하는 강간죄의 죄형을 최소한 물건을 강제로 빼앗는 강도죄보다는 중한 징역형으로 높일 것을 제안한다. 살인죄 5년 이상 징역과 강도죄 3년 이상 징역의 중간인 최소 4년 이상 징역형으로 강간죄의 형벌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번 섬교사 성폭행사건처럼 윤간범과 2008년 조두순 사건 같은 추악한 아동강간범에게는 무기 또는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형벌을 대폭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ex ①강제추행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특수절도죄의 죄형과 동일), ②아동강제추행범; 3년 이상 징역(강도죄의 죄형과 동일), ③강간범; 4년 이상 징역(강도죄와 살인죄의 최저형의 중간), ④윤간범과 아동강간범; 무기징역, 사형(강도살인범에 준함)
제2안, 징역형과 벌금형을 함께 병과하는 안이다. 성범죄에 대해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택적으로 부과하던 ‘또는’ 을 ‘과’로 바꿔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과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그리고 성범죄의 예방력을 강화하고 법 경시 풍조를 차단하기 위하여 벌금액수를 화폐가치의 변동에 적합한 액수로 대폭 인상할 것을 건의한다. 성범죄같은 파렴치범은 일반인에 비해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데 대한 공포감이 덜한 반면 재산을 잃는 것에 대한 공포감은 더하다는 게 범죄심리학계의 분석이다. 빈부에 따른 부담의 형평성 문제는 성범죄자와 성범죄자 가족의 경제력에 비례하여 벌금을 부과하는 등 탄력적으로 벌금형을 운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한다. 이를테면 초범은 전재산의 5분의 1을, 재범은 전재산의 3분의 1을, 3범은 전 재산을 벌금으로 부과
ex ① 강제추행범 초범; 10년 이하 징역 및 전 재산의 5분의 1 벌금형 부과, ② 아동강제추행죄 재범; 3년 이상 징역 및 전 재산의 3분의 1 벌금형 부과
끝으로, 국회의원의 제1의 존재 이유는 좋은 법을 만들고 악법을 ‘호법(好法)’으로 개정하는 것이다. 악법 하면 우리나라 일각에서는 으레 국가보안법 따위를 떠올리는데 이는 적절치 않다. 시대착오적인 극소수 종북세력 외에는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국민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성범죄자 또는 예비 성범죄자에게 돈 몇 푼만 벌금으로 물면 얼마든지 성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법조문이 널리 알려질까 두렵기조차한 성범죄관련 법들이 바로 악법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20대 국회에서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가의 인구비례별 의원수보다 훨씬 많은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9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떠넘기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쓸데없는 정쟁이라고 하라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뒷말이나 하라고, ‘입법의 염불’보다 ‘이권의 잿밥’에만 탐닉하라고, 국민의 혈세로 고액의 세비를 주는 것이 아니다.
성범죄에 대해 벌금형을 징역형과 선택적으로 부과하는 현행 형벌조항을 개정하여 징역형과 부과하도록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든지, 성범죄에 대한 형벌조항에서 벌금형을 아예 폐지하는 대신 징역형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으로 개정하든지, 아무튼 20대 국회의 모든 국회의원은 비싼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길 기대한다.
글/강효백 경희대 중국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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