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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수도 이전 제시의 속 뜻은?


입력 2016.06.16 09:28 수정 2016.06.16 09:31        문대현 기자

"대권 행보" 눈총에 "대한민국 리빌딩이 핵심"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하자는 의견을 제기했다는 소식에 정치권 반응이 분분한 가운데 남 지사가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하자는 의견을 제기했다는 소식에 정치권 반응이 분분한 가운데 남 지사가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 지사는 지난 2004년 참여정부의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원내수석부대표로서 반대 의견을 표한 바 있다.

남 지사는 15일 경기북부지역 국회의원·시장·군수 간담회에서 "개헌과 관련해 추가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 국회와 청와대를 모두 포함해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 균형발전이란 중요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수도 이전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경기도 인구가 2020년에는 1700만명이 돼 우리 나라 전체 인구의 60%가 수도권에 살게 된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 이전은 경기도에 있는 수도권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에 대한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13일 20대 국회 개원사를 통해 "개헌은 결코 가볍게 꺼낼 사안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문제도 아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국회의장으로서 20대 국회가 변화된 시대,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헌정사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개헌의) 주춧돌을 놓겠다"고 하면서 더욱 불이 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의 잠룡' 남 지사가 사실상 수도 이전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헌재에 따르면 수도 이전은 반드시 개헌을 거쳐야 진행될 수 있는 만큼 남 지사의 이번 주장은 불 붙은 개헌론에 기름을 끼얹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신행정수도법을 통해 수도 이전을 노렸지만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정을 내렸고 그로 인해 세종시에는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 등을 제외한 총리실과 주요 부처 등 40개 정부기관만 이전해 있는 상태다. 남 지사는 청와대와 국회가 행정부와 떨어져 있어 사회적 비용 낭비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엇갈리는 여야의 수도권 지역구 의원 반응

남 지사의 주장에 일부 수도권 야당 의원은 동의한다는 뜻을 표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수도이전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데 익숙한 수도권의 단체장이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만으로도 평가할 만하다"며 "수도권은 과포화로 지방은 공동화로 모두 죽어가고 있다. 근본적인 인식의 대전환 없이 수도권과 지방을 살릴 수 없다"고 환영했다.

경기 성남 수정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 의원은 "남 지사의 제안은 사실 노무현 정부가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핵심전략으로 추진했던 것이다. 기득권의 반대와 헌법재판소의 시대착오적 관습헌법 판결로 좌절을 맛보기도 했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반쪽짜리나마 실현됐다"며 "안타깝게도 애초의 담대한 구상과는 한참 거리가 먼 '미완의 세종시'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남 지사의 제안이 새로운 게 아닌데도 그동안 우리당이 주창하고 주도한 의제에 여당의 유력 인사가 공통된 인식을 보였다는 것에, 수도권의 단체장이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만으로도 평가할 만하다"며 "그만큼 절박하고 꼭 필요한 일이기에 나온 제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깉은당 경기도 의정부갑의 문희상 의원도 "국가 경쟁력 창출을 위해 (수도 이전 문제를) 개헌과 연계해 풀어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반면 수도권 지역 여당 의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지금 불편함은 있지만 그것을 행정수도 이전으로 풀려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여당 소속 수도권 지역 한 재선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뜬금 없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세종시에 많은 기관들이 내려가 있어 겪는 불편함을 잘 알고 있는데 왜 갑자기 남 지사가 그런 의견을 내놨는지 모르겠다"며 "현 상황에서 나올 주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는 말을 하는데 그렇다면 청와대와 국회가 이전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생각을 안 한다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정치인들이 다양한 자기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이번 건은 일리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수도권 여당 의원도 "당초 행정수도 건설 자체가 기본적으로 잘못됐었는데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완전한 수도 이전을 하자는 것은 어마어마한 비효율적인 결정"이라며 "현재 세종시 체제가 정상적이라고 누가 생각하고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겪고 있는 큰 비효율을 수도 이전 말고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가에 대한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도 "천도는 개헌론보다도 더 복잡한 국민합의인데도 불구하고 대권발 인기영합주의"라며 "개헌이라는 혹도 어려운데 '수도이전'이라는 혹까지 붙이겠다는 건 개헌을 포기하자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정부 신행정수도법 반대하던 남경필, 이번엔 왜?

참여정부에서 신행정수도법이 한창 논의되던 당시 남 지사는 야당인 한나라당의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었다. 그는 당시 "수도이전 문제를 탄핵 때처럼 싸움거리로 만들고 있다"며 "어떻게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지지기반 근거로 삼는지 기가 막힌다"며 "노 대통령은 왜 지지율이 떨어지는지 생각해보라"고 정부를 몰아세웠다.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난 뒤에는 정부가 신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연구용역비로 37억 8044억원을 쓴 점을 지적하며 비판 여론을 만든 바 있다. 이랬던 남 지사가 여권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수도 이전론을 펼치는 것은 차기 대권 행보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보에 "얼마 전 헌재에서 서울이 관습적 수도라는 평을 내렸는데 남 지사가 그런 주장을 했다는 것은 제도적 마인드가 없다는 것"이라며 "헌재 결정과 본인의 주장이 들어맞는지 먼저 설명이 있어야 했다"라고 평했다.

신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이슈를 키워보고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목표였을 수 있지만 정치인으로서 제도적 마인드가 부족했다고 본다"라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최근 충청권 대망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충청 표심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남 지사 스스로도 본인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했을 것이다. 개헌문제와 세종시 문제 등이 경기지사 업무하고는 연관이 없지 않나"고 분석했다.

한편 남 지사 측은 "남 지사는 향후 시대정신은 기득권 혁파를 통한 대한민국 리빌딩이라 보고 있다"며 "수도 이전, 개헌 등은 리빌딩을 위한 하나의 과제 중 하나이며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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