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 당규' 내세우던 친박계 '당헌 당규'에 당했다
유승민 복당 번복 불가…'집단 행동' 의견 수렴 뿐
제명 가능하지만 계파 갈등 예상돼 현실적 어려워
유승민 복당 번복 불가…'집단 행동' 의견 수렴 뿐
제명 가능하지만 계파 갈등 예상돼 현실적 어려워
새누리당 친박계가 ‘당헌·당규’에 발이 묶인 모양새다. ‘정치적 반동 분자’로 규정지었던 유승민 의원이 복당하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동안 당 내 문제에 대해 당헌·당규를 언급하며 집단행동을 취했던 친박계가 오히려 당헌·당규에 역습을 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박계는 16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유 의원 등 무소속 의원 7명에 대해 일괄 복당을 허용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 내 최대 현안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비대위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비대위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쓰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가 관련 사안에 대해 ‘의견 수렴’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다는 관측이다. 당헌 당규에 따라 이미 복당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당규 제 5조는 ‘탈당 후 다른 정당 후보 또는 무소속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경우 등 시·도당은 최고위원회의의 승인을 얻어 입당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헌 제113조 5항에 따라 비대위는 최고위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복당은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친박계가 유 의원의 ‘제명’을 논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회의원 제명은 당규 윤리위원회 규정 제 21조에 따르면 윤리위 재적 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 후 의원총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확정한다.
하지만 유 의원에 대한 제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막말 파문’으로 총선 전 논란을 일으킨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에 대해서도 비대위가 복당을 허용한 만큼, 유 의원에 대한 제명 절차에 착수할 경우 당 내 계파 갈등은 폭발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특히 제명에 대한 전제 조건인 ‘해당 행위’가 윤 의원에도 있다는 비난이 당 내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당헌·당규에 의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친박계가 당 내 문제에 대해 당헌 당규를 언급하며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온 만큼 ‘도리어 당했다’라는 말이 친박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한선교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에서 “이미 차는 떠나갔다. 번복할 수 있는 당헌당규도 없다”고 체념했다.
이러한 상황 탓에 친박계는 17일 오후 긴급 회동을 열기로 했다. 친박계 중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되는 김진태·김태흠 의원이 당 내 총의를 모으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집단행동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 참석하는 친박계의 한 의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이번 사안만 놓고 보면 제약이 있긴 하다”며 당헌 당규 개정 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친박계는 총선 전 김무성 전 대표의 ‘옥새 파동’이 벌어졌을 당시 당헌 30조와 당규 4조, 7조를 자신들에게 유리한대로 해석해 ‘해석 전쟁’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친박계는 “끝까지 (김 전 대표가) 최고위 소집을 거부한다면 당헌 당규에 의거해 최고위를 개최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특히 당헌 30조의 ‘사고, 해외출장 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계파간 갈등이 벌어졌다. 친박계는 “당무 거부도 사고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며 최고위 거부를 사고로 간주해 부재시 의결을 시도한다는 방침이었다.
당시 친박계 일부는 당헌 당규에 따라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이 불가능하다고도 주장하며 여론몰이했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지난 3월 27일 MBC 라디오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분들이 새누리당 오는 것은 안 된다. 당헌 당규가 그렇게 돼 있다”며 “우리 당 당헌 당규는 공천에서 탈락해서 무소속 출마할 경우에 복당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돼 있다. 굉장히 특별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어렵다”고 강조 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친박계는 당 내에서 각종 논란이 벌어졌을 때 “당헌 당규에 따라 처리해야한다”며 지도부를 압박해왔다. 이번 사안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본보와 통화에서 “친박계가 어찌 할 방법이 없다. 속수무책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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