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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헌 당규' 내세우던 친박계 '당헌 당규'에 당했다


입력 2016.06.17 11:29 수정 2016.06.17 18:24        고수정 기자

유승민 복당 번복 불가…'집단 행동' 의견 수렴 뿐

제명 가능하지만 계파 갈등 예상돼 현실적 어려워

새누리당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이 5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용태 혁신위원장 내정과 비상대책위원 인선을 전면 재검토 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장우 의원, 김선동 당선인, 이우현, 박대출, 박덕흠, 김태흠, 함진규 의원.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탈당 무소속의원들에 대한 일괄 복당 결정으로 복당이 확정된 유승민 의원이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유승민 복당 번복 불가…'집단 행동' 의견 수렴 뿐
제명 가능하지만 계파 갈등 예상돼 현실적 어려워


새누리당 친박계가 ‘당헌·당규’에 발이 묶인 모양새다. ‘정치적 반동 분자’로 규정지었던 유승민 의원이 복당하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동안 당 내 문제에 대해 당헌·당규를 언급하며 집단행동을 취했던 친박계가 오히려 당헌·당규에 역습을 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박계는 16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유 의원 등 무소속 의원 7명에 대해 일괄 복당을 허용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 내 최대 현안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비대위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비대위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쓰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가 관련 사안에 대해 ‘의견 수렴’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다는 관측이다. 당헌 당규에 따라 이미 복당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당규 제 5조는 ‘탈당 후 다른 정당 후보 또는 무소속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경우 등 시·도당은 최고위원회의의 승인을 얻어 입당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헌 제113조 5항에 따라 비대위는 최고위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복당은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친박계가 유 의원의 ‘제명’을 논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회의원 제명은 당규 윤리위원회 규정 제 21조에 따르면 윤리위 재적 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 후 의원총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확정한다.

하지만 유 의원에 대한 제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막말 파문’으로 총선 전 논란을 일으킨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에 대해서도 비대위가 복당을 허용한 만큼, 유 의원에 대한 제명 절차에 착수할 경우 당 내 계파 갈등은 폭발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특히 제명에 대한 전제 조건인 ‘해당 행위’가 윤 의원에도 있다는 비난이 당 내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당헌·당규에 의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친박계가 당 내 문제에 대해 당헌 당규를 언급하며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온 만큼 ‘도리어 당했다’라는 말이 친박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한선교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에서 “이미 차는 떠나갔다. 번복할 수 있는 당헌당규도 없다”고 체념했다.

이러한 상황 탓에 친박계는 17일 오후 긴급 회동을 열기로 했다. 친박계 중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되는 김진태·김태흠 의원이 당 내 총의를 모으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집단행동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 참석하는 친박계의 한 의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이번 사안만 놓고 보면 제약이 있긴 하다”며 당헌 당규 개정 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친박계는 총선 전 김무성 전 대표의 ‘옥새 파동’이 벌어졌을 당시 당헌 30조와 당규 4조, 7조를 자신들에게 유리한대로 해석해 ‘해석 전쟁’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친박계는 “끝까지 (김 전 대표가) 최고위 소집을 거부한다면 당헌 당규에 의거해 최고위를 개최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특히 당헌 30조의 ‘사고, 해외출장 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계파간 갈등이 벌어졌다. 친박계는 “당무 거부도 사고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며 최고위 거부를 사고로 간주해 부재시 의결을 시도한다는 방침이었다.

당시 친박계 일부는 당헌 당규에 따라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이 불가능하다고도 주장하며 여론몰이했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지난 3월 27일 MBC 라디오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분들이 새누리당 오는 것은 안 된다. 당헌 당규가 그렇게 돼 있다”며 “우리 당 당헌 당규는 공천에서 탈락해서 무소속 출마할 경우에 복당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돼 있다. 굉장히 특별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어렵다”고 강조 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친박계는 당 내에서 각종 논란이 벌어졌을 때 “당헌 당규에 따라 처리해야한다”며 지도부를 압박해왔다. 이번 사안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본보와 통화에서 “친박계가 어찌 할 방법이 없다. 속수무책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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