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 부는 ‘중도 바람’…거물들의 셈법은
김무성·정의화 '대권' 염두한 세 결집 포석
이재오, 신당 창당 후 '킹메이커' 역할 관측
김무성·정의화 '대권' 염두한 세 결집 포석
이재오, 신당 창당 후 '킹메이커' 역할 관측
여권의 거물들이 저마다 ‘보수의 중도화’를 외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약 1년 6개월 남겨 놓은 만큼 이들의 노선 변경 제창은 정치적 셈법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총선 이후 개혁의 한 방향으로 떠오른 ‘중도 보수’라는 브랜드를 자기화해야 대권에서 유리한 구도를 선점할 수 있다. 다만, 다양한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빅 텐트’가 되지 못할 경우 단순히 구호로만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가 ‘보수 새판 짜기’를 주장하면서 여권 내 ‘중도 바람’이 강해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9일 경남 함양으로 이장한 부친 묘소를 찾은 뒤 동행한 주변 인사들에게 “새누리당은 선거마다 집토끼 생각만 하면서 과거에 함몰돼 너무 극우적인 이념을 가지고 있다”며 “극우에 가 있는 새누리당의 정체성을 중도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동개혁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강경 보수 성향을 보여 온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의 외연 확장 입장을 피력한 것은 대권을 향한 기지개를 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관적인 이념으로는 지난 총선처럼 쓴 잔을 마실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중도성향 지지층을 흡수해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강경 보수 김 전 대표가 중도 보수 기치를 들고 세력을 확장, 유리한 대권 구도를 만들려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김학용 의원이 발족하고, 김 전 대표의 측근인 권성동·김성태 의원 등이 대거 참여한 ‘미래혁신포럼’도 ‘개혁적 보수’를 표방하면서 이 같은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포럼은) 김 의원이 하는 것이고 나하고 전혀 상의가 없었다”며 “그저 준회원으로 가입한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 전 대표에 앞서 대권을 염두에 둔 ‘보수의 중도화’ 주장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정 전 의장은 지난달 25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협치와 연대의 정치개혁, 국민 중심의 정치 혁신에 동의하는 우리 사회의 훌륭한 분들과 손을 잡고 우리나라 정치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는 빅 텐트를 함께 펼치겠다”며 중도 보수로의 새판 짜기를 예고했다. 자신의 싱크탱크인 ‘새한국의 비전’을 창립하면서 자신을 대권 주자로 한 제 4세력을 결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 의장 발(發) 중도 빅텐트론은 현 여권에서는 처음으로 제시돼 이목을 끌었다. 정 의장은 현재 독일에 체류 중이며, 오는 30일 귀국해 세력 결집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정 의장이 김 전 대표 등 다른 대권 주자들에 비해 세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보에 “정 의장 본인이 대선 도전에 의지는 있지만, 사실 다른 주자들에 비해 세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개헌 전도사’ 이재오 전 의원도 ‘중도 보수’를 제창하며 대선 전 신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친이계 전·현직 의원 20여 명과 한 만찬 회동에서 “나의 정체성에 맞는 중도 정당을 만들어 보고 싶다. 대선 전 신당을 만들고 대선 후보도 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22일 TBS라디오에서 “새누리당의 당권을 잡고 있는 주류가 아주 수구적이고 극우적인 생각으로 당을 운영하니까 국민들 눈에는 아주 극우적인 정당으로 비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극우와 극좌가 아닌 중도실용주의 노선에 의해서 나라의 통일도 이루고 민주화도 정착시키려면 그런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가 김 전 대표, 정 전 의장처럼 자신이 직접 대권에 출마할 가능성은 적다. 이 전 의원 본인도 한 때 대권을 꿈꿨지만, 4·13 총선 무소속 출마 후 낙선하면서 정치적 재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전 의원이 중도 정당을 만들더라도 향후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도 세력화로 총선 이후 떨어진 자신의 몸값을 올린 후 유력 대권 주자와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의 ‘연합 시나리오’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이 전 의원이 사실상 대권에 나서기에는 여러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어렵지 않겠느냐”며 “킹메이커 역할을 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과거 중도 보수 세력을 결성했다 실패한 경우도 있어 세 사람의 주장이 무위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