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하반기 ‘구조조정·보호무역주의’ 돌파구 있나
경쟁력 강화 위해 M&A 통한 산업재편 나서야
수입규제 움직임 주시…사전 통상 대응력 높여야
철강업계가 기대와 실망이 교차한 상반기를 마무리하고 하반기를 맞아 또다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9일 철강업계의 하반기 최대 이슈는 구조조정에 따른 산업 재편 및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다. 하반기에는 국내외적으로 달라진 경영환경에 철강업계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판단된다.
◆ 상반기 철강, 급등에 ‘현혹’…실수요는 그대로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 내수가격이 2월 들어 급등하면서 세계 철강재 가격이 빠른 회복세를 나타냈다. 이에 국내 철강업체들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단기간에 중국 철강가격이 급등했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공문기 수석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서 지난 연말과 연초 대폭적인 감산 영향으로 재고가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라며 “중국 정부의 공급개혁, 경기부양 등 정책으로 시장 심리가 자극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 수석연구원은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난 통화량과 유동성으로 투기성 자금이 철강 선물시장에 유입되면서 철강가격의 과도한 상승을 촉발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5월 이후 철강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은 당시 가격 회복이 실수요를 동반한 것이 아닌 공급 감소에 따른 기대감과 그동안 누적된 적자에 대한 반등 심리가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 하반기, 구조조정 ‘골든타임’
철강업계는 5대 구조조정 업종 중 그나마 나은 상황에서 자체 구조조정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중국·일본 철강업계가 최근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는 반면 국내 철강업계의 자체 구조조정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M&A를 통한 산업재편에 나서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현재 뚜렷한 주체 없이 자율적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업계 모두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 시너지를 내고 있는 중국, 일본 대비 미온적인 태도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심상형 수석연구원은 “중국과 일본 대비 최근 국내 철강업계의 인수합병 움직임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합병을 통해 서로 장단점을 보완한 일본이나 정부의 강력한 통제로 거대 철강사를 만들어낸 중국과 비교해 우리는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주체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동부제철 등 부실화 기업들을 필두로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과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촉진할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오는 8월 13일 시행되지만 이는 채권단 등 금융기관의 주도로 경쟁력 개선보다는 채권 회수 등 재무적 정리에 우선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 동부제철 등 부실기업의 정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다. 자발적인 구조조정도 개별기업 수준이기 때문에 총체적인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다.
실제 업계에서는 7월 말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통해 철강 구조조정에 대한 용역 보고서가 나온다 해도 보고서대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지 여부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는 달라진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에 걸맞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시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세계화’ 시대 종료…‘보호무역주의’ 적응 관건
브렉시트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가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바뀌는 변곡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철강 부문에서 미국 등 선진국의 철강 수입규제로 이미 적용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중국 가격과 달리 선진국 가격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수입규제로 저가 수입재 압력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고 자국시장 보호를 위해 하반기에는 수입규제 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의 수입규제 강화로 올 4월까지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7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공문기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수십 건의 예비판정 건이 대기하고 있어 올해 안에 규제 건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러한 선진국의 수입규제 조치는 아시아 지역의 수급과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선진국과 아시아 철강경기의 디커플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상무부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 판정은 오는 13일 냉연강판과 강벽사각파이프, 8월 열연강판, 9월 후판까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5월 도금강판에 최대 4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향후 판정에서도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업체에 높은 관세가 매겨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연간 대미 수출은 열연의 경우 양사를 합쳐 100만t을 상회하며 후판은 290만t(약 16억달러)에 이른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앞 다퉈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공약을 내걸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대선후보든 철강 무역규제는 강력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힐러리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수입 전면금지까지도 바라보는 견해도 있다”면서 “현재로선 각국의 수입규제 움직임을 주시하며 현지 철강업계와 통상 당국과 대화 채널을 강화해 사전 통상 대응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WTO 제소 검토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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