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논란에 하이브리드차 기지개 활짝
디젤차 각종 논란으로 판매 감소, 신차 출시도 위축
하이브리드차 진영 "저변 넓힐 절호의 기회"
미세먼지 논란, 배출가스 조작 등 디젤 자동차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이슈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그동안 디젤차에 눌려 성장세가 더뎠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디젤차는 하이브리드차와 ‘고연비’라는 장점을 공유하면서도 100년 이상 상용화를 통해 검증된 기술이라는 점과 강력한 토크감 등 하이브리드차가 갖지 못한 고유의 장점을 지님으로써 지난 수년 간 하이브리드차의 저변 확대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각종 논란으로 디젤차에 대한 각종 혜택 축소가 논의되고 심지어는 연료 가격 인상까지 검토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정부가 그동안 ‘클린디젤’ 운운하며 구매를 장려했던 디젤차들을 당장 어쩌지는 못하겠지만, 실리적으로건 상징적으로건 디젤차의 매력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고, 하이브리드차 진영에겐 그 틈새를 파고들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됐다.
◇수입차 시장, 디젤차 판매 줄고 하이브리드차 판매 급증
가장 큰 변화는 과거 한국 시장에 디젤 승용차의 전도사 역할을 했던 수입차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6월 판매된 수입차 중 디젤차는 1만3685대로 전년 동월대비 20.9%, 대수로는 3607대나 줄었다. 71.2%에 달했던 점유율도 58.4%로 축소됐다.
반면, 하이브리드 진영은 여전히 디젤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6월 1917대의 수입 하이브리드차가 판매되며 전년 동월대비 122.4%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3.6%에 불과했던 점유율도 8.2%까지 끌어올렸다.
브랜드별로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내 시장에서 다양한 디젤 모델로 재미를 봤던 폭스바겐은 6월 국내 판매실적이 전년 동월대비 57.6% 감소한 1835대에 그쳤다. 1년 전보다 무려 2487대나 덜 팔린 것이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폭스바겐 본사의 이른바 ‘디젤 게이트’가 터진 이후에도 국내 시장에서는 가격할인 등으로 꿋꿋이 버텨왔으나 최근 들어 국내 규정을 위반한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며 브랜드 이미지는 추락했고, 수입사에서 대놓고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까지 더해지며 판매실적이 크게 하락했다.
반면, 디젤차가 판치던 시절에도 오직 가솔린과 가솔린 기반의 하이브리드카만을 들여와 팔던 토요타와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재미를 톡톡히 봤다.
렉서스의 경우 6월 판매가 전년 동월대비 무려 75.5% 증가한 1276대에 달했고, 같은 기간 토요다도 63.9% 증가한 1165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나란히 수입차 판매 순위 5,6위에 올랐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친환경 하이브리드차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독일 디젤 진영에 맞서온 대표적인 수입차 브랜드다. 한국토요타의 경우 올해 판매목표인 8500대의 절반 이상을 하이브리드 라인업으로 달성하겠다는 방침을 연초 공개하기도 했다.
◇완성차 업계, 디젤차 출시 위축…하이브리드 모델 다양해져
그동안 수입차들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 황급히 디젤 라인업을 늘리던 완성차 업계에서도 올 들어 디젤차를 꺼리고 하이브리드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올 상반기 국내 출시된 주요 신차들 중 중·대형 SUV를 제외하고는 디젤 엔진을 주력으로 내세운 차종은 전무하다.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차 니로는 하이브리드 차종이며, 특히 니로는 국산 SUV 중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차종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4년 말리부 디젤을 출시해 재미를 봤던 한국지엠은 올해 5월 출시된 신형 말리부에는 디젤 없이 가솔린 터보 모델들로만 라인업을 구성했다. 앞으로도 디젤 모델 출시 계획은 없고, 하반기 하이브리드 모델만 추가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은 상반기 SM6를 출시하며 가솔린과 가솔린 터보 모델만 내놓았고, 하반기 디젤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지만, 최근 디젤 사태 등으로 인해 출시 시기가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기아차 신형 K7은 가솔린 모델들 사이에 디젤을 하나 끼워 넣었지만, 준대형이라는 차급의 특성상 2.4 및 3.3 가솔린이 주력을 담당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추가된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디젤엔진에 ‘클린’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게 되고, 각종 혜택도 줄어들면서 디젤차의 매력이 예전보다 다소 떨어졌다”면서 “같은 고연비 엔진인 하이브리드차에는 시장 저변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수입차의 경우 벤츠 E클래스와 폭스바겐 파사트 디젤 모델이 정부 인증절차 등으로 출시가 미뤄지는 등의 요인도 있는 만큼 최근 디젤 판매 감소를 추세적 하락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면서 “디젤엔진의 특성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고, 하이브리드차와는 시장 규모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전세가 역전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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