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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놓고 햄릿된 문재인, 적극 반대하자니...


입력 2016.07.14 10:34 수정 2016.07.14 10:40        이슬기 기자

SNS서 "전면 재검토와 공론화 요구" 대선 고려해 당내 의견 엇갈리기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독배’를 들었다. 13일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해 “득보다 실이 많다”며 전면 재검토 및 공론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당 안팎에서 거물급 대권 주자인 문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을 압박하는 요구가 이어졌으나, 발표 여부나 시기를 두고선 적잖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문 전 대표의 입장 표명 자체를 두고도 당내 이견이 만만치 않았다. 현재 더민주가 당론 채택 문제를 두고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것 역시 같은 논리다. 중도층 표심이 엇갈리는 지점이 안보 이슈인데, 내년 대선을 고려할 때 강경 반대 입장으로는 중도층을 끌어안을 수 없다는 우려다. 반대로, 그간 사드 배치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던 야당으로서 전통적 지지층으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할 순 없다는 반대 논리도 팽팽하다.

일단 지도부 차원에선 당론을 채택하지 않고 신중하게 지켜보는 전략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전날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사드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국회 비준 동의를 주장하는 데 대해 “소위 수권을 하겠다는 정당이 국민의당이나 정의당이 얘기하는 식으로 똑같은 형태로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내가 보기에는 당론으로 갈 수 없다. 당과 나라를 생각해서 끌고 가는 것이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권의 대표 주자격인 문 대표가 사드 배치 반대를 천명하면서 여권이 ‘안보 프레임’이라는 진영싸움 의제를 획득, 여권의 호재로 작용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군사주권과 외교적 실리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사드 문제에 진영싸움판이 구축될 경우, 대다수 중도층의 표심이 보수층을 향하게 되고 보수 결집을 불러오는 만큼, 야당의 집권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전 대표로서는 김 대표처럼 ‘전략적 모호성’을 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가 불가피한 독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대 당론을 채택한 국민의당 측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당도 반대로 정했고, 김종인 대표야 그렇게 말할 수 있어도 직접 대선을 뛰는 문재인 대표는 입장이 다르지 않나”라며 “대선에 유·불리를 따지려고 지금까지 지지층에게 밝혀왔던 소신을 모호하게 뭉갤 수는 없을 거다. 본인도 고민을 분명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당도 미군이 운용하는 게 아니라 한국군이 운용하는 한국형 방어체제를 구축해야한다는 것이지, 무조건 반대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일반 국민들로서는 ‘북한이 계속 공격하고 미사일 쏘는데 우리도 방어용 미사일이 필요하지 않겠나’라는 정도의 수준에서 찬성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걸 무시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외연확장을 위해 김 대표의 ‘보수정권 전력’에도 불구하고 그를 삼고초려 한 바 있다. 문 전 대표가 이번 입장표명의 시기를 고심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여권 관계자는 “독배를 든 거다. 외연확장이 절실하지만, 지금까지 사드에 반대해왔고 집토끼도 끌어안아야 하는 딜레마인 셈”이라며 “진영싸움이 되면 야당의 필패다. 지금 사드게임을 시작하면 안보 문제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건 보수 진영”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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