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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AR) 가상현실(VR)을 비웃는 MR 왜?


입력 2016.08.31 14:14 수정 2016.08.31 14:21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불편하더라도 자기성취 느끼게 해줘야 중독

KT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이 5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해양안전 ICT 솔루션' 기자간담회에서 ‘IoT 라이프텍재킷 Marine’의 주요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KT
얼마 전 인텔의 연례 IDF(Intel Developer Forum) 무대에서 앨로이 헤드셋을 쓴 연주자가 가상 드럼 연주를 했다. 이는 인텔과 MS의 신합작품(?)이었다. 사실 인텔이 MS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은 것은 반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과거 인텔이나 MS는 PC기반의 공룡기업이었지만, 웹 기반의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에 밀려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거대 기업이 새롭게 절치부심하며 손을 잡게 된 분야는 비주얼 테크놀로지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이 MR이다. 인텔은 최근 융합현실(Merged Reality)이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부각시킨 혼합현실(Mixed Reality)과 비슷한 맥락에 있다. 융합현실이건 혼합현실이건 모두 MR이다. 무언가의 결합이다.

그렇다면, MR은 무엇을 융합하고 혼합한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가상과 증강현실을 동시에 접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협력을 하기로 한 것이다. MR의 대표적인 예는 홀로그래픽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홀로렌즈 기술을 일찍부터 공들여왔고, 최근에 관련 하드웨어 업체들이 홀로렌즈 디바이스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그 선두가 인텔의 프로젝트 ‘앨로이(Project Alloy)’이다.

‘앨로이(Project Alloy)’는 기존 인공 현실 헤드셋과는 다르게 PC나 스마트폰에 연결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움직이며 컨트롤러가 없어도 손동작을 정확히 인식했다. 인텔이 ‘다섯 손가락 탐지(five-finger detection)’라는 기술로 자신의 손가락을 실제로 볼 수 있고 가상 물체와 인터랙션할 수 있도록 구현한 모델이었다.

무엇보다 윈도우 홀로그래픽(Windows Holographic)에 따라 움직인다. MS는 모든 윈도우 10 PC에 홀로그래픽 혼합현실을 구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대로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홀로렌즈에는 인텔 체리 트레일 아톰 SOC와 HPU(holographic processing unit)가 장착되어 있다.

MR의 원리를 보자면, 대표적인 것이 홀로그래픽이다. 홀로 그래픽은 가상현실 이미지가 현재 공간에 겹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지금 이곳에 없는 사람이 동시에 홀로그램을 통해서 마치 현실에 있는 것처럼 나타나 회의를 할 수 있는 인공 현실 환경을 구축한다. 그렇기 때문에 증강현실(AR)처럼 현실공간에 단지 이미 만들어진 그래픽을 덧입히는 수준에서 벗어난다. 가상현실의 입체감은 홀로그래픽을 통해 구현가능하다.

하지만, 홀로그래픽은 가상현실(VR)처럼 잘 짜인 가공현실만 접촉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지금 이 공간과 다른 공간이 중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호 작용성이 더 클 수 있다. 최고의 단계일 때, 실시간으로 가상과 현실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은 혼자만의 즐김을 기본으로 한다. 현실의 동적 공간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여지가 적은 것이다. 증강현실은 동적이면서 세밀한 구축이 힘들 수 있으므로 몰입도가 떨어지는 미흡함이 있다. 그렇다면, 상호 보완이 필요해지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이러한 점들은 증강현실(AR)이 더 유명한 것인가, 가상현실(VR)이 더 대세가 될 것이라고 따지는 행위들이 부질없을 수 있음을 드러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미 흐름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의 융합으로 가고 있으며 그렇게 가야 하는 측면이 당위적으로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시간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이용자들에게 좀 더 몰입이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이 더 몰입을 할 수 있는 것은 현실의 한계를 벗어나는 충족의 조건이 있어야 한다. 엄밀하게 보자면 이용자에게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융합과 혼합의 MR의 구분보다는 생생한 현실감과 대상과의 인터렉션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 생각해야 접근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디지털 디바이스의 문제와도 연결이 된다. 그동안 별도의 디지털 디바이스를 갖추어야 하는 서비스는 맥을 못추었다. 구글 글래스, 스마트워치, 3D입체 디바이스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는 두 가지 관점이 작용한다. 하나는 경제적인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귀차니즘이다. 인간은 안경조차도 버거워한다. 쉽게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불편해 한다. 그래서 라식이나 라섹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디바이스는 자꾸 웨어러블하게 진화하려 하고 있다. 사람들이 꿈꾸는 것은 좀 더 완전한 신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인간이 모든 것을 스스로 원하는 대로 구현할 수 있는 내추럴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 그것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편리성의 귀차니즘이라는 심리적 본능에 기반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인간이 무조건 편한 것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자기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요인이 있어야 중독이 된다. 그런 컨트럴링, 통제감의 요인이 제대로 구현될수록 가치평가를 제대로 내릴 것이다. 그것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융합과 혼합의 MR에도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은 손안에 구동되어야 하는 통제감의 사회에서 갈길은 명확하고도 어려운 문제다. 주주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비즈니스의 확장과 새로운 파생 상품에 대한 집착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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