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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이미 가을 아니라 겨울이다


입력 2016.10.23 07:19 수정 2016.10.23 07:20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당의 세상읽기>겨울보다 여름이 낫다는 말

여의도 한 거리에서 주차된 자동차 차창에 은행잎이 떨어져 붙어 있는 가운데 비가 내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어려서부터 듣기로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는 말이 있다. 타고나길 몸이 뜨거운 편인 나 호호당은 늘 여름을 싫어했는데, 그럴 때마다 주변의 어르신들이 이런 말을 해주시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 더워 죽겠건만 여름이 뭐가 좋다고 저런 말씀을 하실까? 하고 늘 의문이었다.

그런데 세상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 그 말이 참으로 맞는 말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제 나이가 드니 체온이 내린 탓이 아니라, 말에 담긴 이치가 실로 옳다는 뜻이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역시 여름과 가을이 좋다는 것에 동의한다. 다시 말해서 여름에서 가을에 이르는 시기는 생명의 계절, 즉 빛과 열과 수분이 충분해서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성장하고 또 결실을 보는 때인 것이다.

창밖을 보니 가을이 날로 깊어간다.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23일이니 며칠 남지도 않았다. 어느덧 빛도 많이 짧아져서 오늘은 6시 44분에 해가 떴고 저녁 5시 49분에 진다. 해시간이 이제 11시간 남짓이다. 정확히 계산해보니 일조시간이 하루 길이의 46%에 불과하다.

이젠 볕이 전혀 따갑지 않다. 빛 알갱이가 약해진 것이다. 없는 사람이 살기 좋은 때는 이제 한 달여에 불과한 것이고, 따라서 2016년의 해도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게 되는 독자나 나 호호당 모두 대한민국이란 환경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흐름 즉 국은(國運)은 이미 12월 20일경의 동지(冬至)에 가깝다. 창밖의 날은 10월의 어느 날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인 대한민국이 지내고 있는 날은 동지에 가깝다는 말이다.

나라가 동지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들, 즉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미 살기가 그리 녹록하지가 않다. 없는 사람이 살기가 이미 어려워진지 꽤나 된 셈이고, 내년 2017년 하반기부턴 한 단계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니 어려서부터 듣던 말,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는 말이 새삼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목하 겨울을 나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사람 중에서 없는 측에 속하는 사람은 살기가 어려운 것이다.

어제 아침에 화물연대가 파업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참 어처구니없는 것이 파업이 끝나고서야 "왜 파업을 했지?"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삼 화물연대의 파업이유를 검색해보았고 내친 김에 철도와 지하철 파업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특히 귀족노조 딱지가 붙은 철도나 지하철 현대차 노조 등은 으레 늘 파업한다는 인식이 뇌리에 박히다보니 이젠 파업의 이유에 대해선 아예 관심조차 사라져버렸다.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다보니 최근 유행하는 어투로 하자면 '파업을 하시든지 하시지 마시든지' 식이다.

여름은 해마다 5월 20일 경에 시작되고 겨울은 11월 20일 경에 시작된다. 이를 60년마다 한 번 돌아오는 순환의 흐름으로 우리나라의 국운을 볼 것 같으면 여름은 1982년 4월에 시작되었고 이에 30년이 흘러 2012년 4월로서 겨울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1982년부터 2012년까지였던 것이니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이른바 서민들도 그럭저럭 먹고 살기에 수월했던 셈이다.

그러니 역시 옛말에 틀린 게 없다는 말이 실로 옳다 하리라.

우리나라를 하나의 개체로 파악할 것 같으면 우리나라 또한 글로벌이란 보다 거대한 환경 속에 위치해있다.

오늘날 글로벌 환경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그런데 미국이 최근 몇 년 사이 저처럼 비틀거리고 있으니 글로벌 환경이 좋을 리 없는 것이고, 그런 와중에 우리 내부에서도 이젠 아귀다툼만 하고 있을 뿐 함께 시련을 극복해보자는 결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경제가 급팽창하면서 글로벌 환경 또한 급격한 호황을 맞이했다. 물동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건설경기가 급등하면서 철강과 해운 조선은 공전의 호황을 누렸으며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까지 쌩쌩 잘 돌아갔다. (일본만 다소 침체되어 예전의 영광을 잃고 지냈을 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미국 금융위기로 인해 종결되고 말았다. 이어 유럽 지역 또한 그리스를 위시하여 여기저기 경고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중국의 역할과 비중이 커졌는데 실은 중국 역시 성장 동력이 그 무렵부터 식어가기 시작했다.

우리와 같은 외환위기를 겪지 않은 중국은 공산당 1당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마침내 부채 늘리기를 통한 억지 성장 정책을 택했으니 그로서 엄청난 거품이 생겨났고 오늘에 이르러 중국 또한 위태위태한 국면에 들어서고 말았다.

중국이 3분기 연속 성장률 6.7%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중국은 경제 수치를 ‘마사지’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아마도 5% 이하로 떨어질 때까진 계속 6.5% 대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다.

이미 벌써 글로벌 물동량은 줄어들기 시작했고 보호주의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철강과 조선과 해운은 빙하기로 들어섰다.

우리 경제의 경우 수출은 조금씩 꾸준히 줄어들고 있고 내수는 부채 증가를 통해 간신히 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니 없는 사람은 갈수록 살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금 우리는 이미 엄청난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중이다. 아니 무슨 디플레이션?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건 뭘 모르고 하는 얘기이다. 디플레이션 중에 가장 최악의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값이 내리는 디플레이션이란 사실이다.

사람의 가격 혹은 가치가 인하되는 디플레이션이 구체적으론 비정규직의 증가와 청년백수 시대로 나타나고 있다. 일하고자 하는 이는 많아도 사람을 쓰겠다는 곳은 적으니 이거야말로 사람 가격의 디플레이션이 아니면 달리 무엇이겠는가? 이런저런 스펙으로 아무리 치장을 해본 들 돈만 들었을 뿐 불러주질 않고 있지 않은가.

이제 모든 것은 오로지 미국 연준이 언제 금리를 올리느냐에 달려있다. 현재 미국의 옐런 위원장은 굳이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그럭저럭 경기 침체를 이어가다 보면 결국 성장의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 말은 미국 경제가 현재 시름시름 앓고 있긴 하지만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다 보면 회복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수술은 피하고 장기 입원을 통한 약물치료로서 병을 치료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을 바꾸어 말하면 환자가 수술을 견뎌낼 기본 체력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이 저처럼 시름시름 앓고 있으니 우리 경제가 좋을 까닭은 전혀 없는 셈이다.

최근 보니 여당은 부가가치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고 야당은 법인세 인상을 밀고 있다. 둘 다 최악의 방안이 아닐 수 없다. 부가세를 인상하면 안 그래도 어려운 내수경기를 결정적으로 위축시킬 것이 너무나도 명백하고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줄일 것이니 그렇다.

당연히 정답은 소득세의 누진세율 인상이다. 어려운 국면이고 양극화를 약간이라도 완화시키려면 소득 많은 자가 세금을 좀 더 내는 것이 조세정의의 이념에 더 들어맞는데 말이다.

하지만 여당도 야당도 소득세 인상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답은 뻔하지만 굳이 얘기하지는 않겠다.

역시 겨울이 되고 나니 없는 자가 먹고 살기가 어렵다. 문자 그대로 빈한(貧寒)해지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아파트는 왜 저처럼 미친 듯이 짓고 있는지 또 왜 거액의 빚을 내어 아파트 청약에 매달리고 있는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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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태규 명리학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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