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출신 배우' 편견 깬 진영의 성장기
B1A4 리더에서 단역배우로 연기 입문
'구르미' 연기 호평 속 다방면 실력파
B1A4 리더에서 단역배우로 연기 입문
'구르미' 연기 호평 속 다방면 실력파
“‘긍정’이라는 단어, 참 좋은 것 같아요. 긍정으로 바라보면 무엇이든 새롭고 다르게 보이거든요.”
20%가 넘는 시청률로 종영한 화제작 ‘구르미 그린 달빛’, 이영세자와 홍라온에 대한 사랑이야기가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지만 그 안에서 이들 관계를 더욱 애틋하게 그려내는데 일조한 이가 있으니 바로 김윤성이다. 왕을 뒤흔들 정도의 권력을 가진 김헌 가문의 장손이기도 한 김윤성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가진 남자다. 하지만 단 하나 사랑하는 여인 ‘라온’을 갖지 못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 속 김윤성이라는 캐릭터는 모든 것을 가진 남자로, 아쉬울 거 하나 없는 여유로움 그 자체의 인물이다. 그러나 19살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능글스러울 정도의 위트도 있고, 그러면서 속도 깊다. 단 한가지 삶의 특별한 재미를 갖지 못했던 그가 ‘홍라온’이라는 여인을 만나면서 삶이 180도 달라졌다. 소중함을 알게 되고,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다. 그렇게 새로운 삶을 기대하며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지만 결국 그녀를 지켰다는 위로를 뒤로하고 생을 마감한다.
때로는 장난스러운 면모도 있고, 그러면서 서양 문물에는 뛰어난 감각과 조선 최고의 패셔니스타이기도 하다. 조선판 재벌 3세라고 해도 손색 없을 정도로 완벽한 그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아픔을 겪게 되고, 슬픔을 느끼며 반항도 하게 된다.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이 필요한 캐릭터로, 남녀주인공의 멜로라인에 있어 상대 편에서의 극의 중심을 이끌고 가는 주요 인물이기도 하다.
만약, 그 김윤성이라는 캐릭터를 진영이 아닌 다른 배우가 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극단적으로 얼굴만 내세운 발연기 배우가 했다면 ‘구르미 그린 달빛’은 흥행을 했을까.
너무 극단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그 만큼 ‘윤성’이라는 캐릭터는 극 전개에 있어 중요한 인물이고 진영은 그 윤성이라는 인물을 똑똑하게 잘 풀어냈다. 이 점에서 배우 진영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이고, 그의 차기작을 벌써부터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 마포의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진영은 “많은 것을 배운 작품”이라면서 “B1A4와 진영을 다시금 봐주시고 너무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아 한 없이 기쁜 작업이었다”고 연신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까지 좋게 봐주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너무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사극도 처음이고 말투나 의상이나 낯설기도 하고 그래서 걱정을 많이 한 드라마에요. 하지만 감독님과 작가님이 많은 대화를 통해 도움을 주셨고, 그렇게 부담을 덜면서 편하게 연기한 것이 잘 표현될 것 같아요.”
‘구르미 그린 달빛’ 속 김윤성이라는 캐릭터는 극의 중심에서 이영 세자나 홍라온 못지 않게 중요한 인물이고, 다양한 연기가 필요했던 만큼 캐스팅 역시 주목을 받았다. 그러면서 사실 B1A4 진영이 캐스팅됐다는 소식과 더불어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 일련의 드라마 성패가 ‘아이돌 출신의 연기력’이 꼽힐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아이돌 배우가 나선다는 점에서 걱정 어린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진영은 1회부터 몰아친 연기력과 캐릭터 흡수력으로 ‘가수 출신 배우’라는 타이틀을 무색하게 했고, 그렇게 배우 진영으로서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를 완성시켜 나갔다.
“이번 드라마가 잘 될 줄 처음부터 알았어요. 대본 리딩 때부터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캐스팅 당시 감독님이 ‘프로듀서101’에 나온 저의 모습을 보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자상해 보였대요. 윤성이라는 캐릭터를 너의 모습 그대로 해도 좋겠다고 하시며 캐릭터 캐치가 빠른 것 같다고 첫 리딩 때부터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시작부터 좋았죠.”
1회부터 18회까지 극을 이끈 진영은 죽음으로 퇴장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호흡을 놓치지 않고 캐릭터에 완벽 몰입했다. 배우이기에 앞서 B1A4 멤버이자 앨범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는 진영은 그 감각과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났고 그 실력은 고스란히 캐릭터 분석력으로 이어졌던 셈이다.
진영은 “윤성이는 삶의 의욕도 재미도 없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생애 첫 짝사랑을 시작하게 됐고, 그렇게 고백을 했지만 결국 거절을 당했다. 결국 삶의 모든 의미를 잃은 것으로, 그녀를 지키고 죽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윤성이라면 여한이 없을 거 같다”고 엔딩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윤성이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단 한 가지, 홍라온을 갖지 못했죠. 삶의 전부였던 그녀에게 거절을 당하고 삶의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었을 거예요. 그런 그가 마지막에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고 떠났다는 점에서 자기 할 일은 다 했다고 여긴 것 같아요. 의원을 부르면 살 수도 있었지만 부르지 말라고 하죠. 그녀가 없는 삶, 삶을 놓은 거죠. 윤성이는. 하지만 실제 저라면 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죽으면 그녀를 볼 수 없잖아요(하하). 실제로도 사랑할 땐 최선을 다하는 편인거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역시 짝사랑으로 마무리 지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러다 정말 국민 짝사랑남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사실 데뷔부터 시작한 단역시절 희한하게도 그는 사랑하면 안 되는 이를 사랑하거나 사랑하는 상대가 죽거나 하는 안타까운 설정이 이어졌다.
진영은 “언젠가는 사랑이 이뤄지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면서 “하지만 짝사랑 역시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여운과 기억이 오래간다. 짠하면서도 애착이 간다”고 국민짝사랑남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시청률이 높은 작품을 해보니 대범함을 배웠다. 정말 열심히 해서 인정을 받아보자는 욕심도 생기더라. 그렇게 배운 연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악역도 소시오패스 연기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정말 아직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쁘고 행복한 한 해를 보낸 것 같아요. 김윤성 역할을 제가 했었나 여전히 실감이 안날 정도예요. 프로듀서 활동이나 배우나 연말 B1A4 컴백 준비나 어느 해 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다 좋아하는 일들이라 힘들지 않아요. 늘 꿈꿔왔던 일이거든요. 무작정 상경해서 오디션 보러 다녔던 일, 지나가는 단역에도 행복했던 일, 그런 생각들을 떠올리며 너무나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진영은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타이틀은 진영에게 맞지 않는 수식어가 됐고, ‘꽃도령’이 아닌 ‘연기파 도령’으로 거듭났다.
진영은 “드라마가 잘돼서 너무 좋고, B1A4라는 그룹을 한 번 더 상기시켜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면서 “멤버들은 나에게 있어 가족이고, 집 같은 존재다. 항상 나는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해주는 이들이다”라고 각별한 속마음을 전했다.
“B1A4와 배우, 프로듀스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인생도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앨범 프로듀싱을 하면서 ‘무슨 말이든 50%만 수용하자’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러면서 악플도, 칭찬 댓글도 다르게 보이더라구요. 생각이 바뀌니 보이는 것도 바뀌어요. 요즘 ‘인생 뭐 있나요?’라는 말을 많이 해요. ‘긍정’을 키우니 모든 게 달라지더라고요. 삶이 달라 보여요(하하).”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