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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지방간부도 '1번 동지'? "김정은 권력 누수 현상"


입력 2016.11.05 06:02 수정 2016.11.05 10:44        박진여 기자

북한서 숫자 '1번'은 '최고존엄'의 수식어...주로 김 씨 일가 지칭

전문가 "북 정권 통제 약화됐거나, 김정은 권위 실추됐다는 방증"

미국 자유아이사방송(RFA)는 2일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일부 지방에서 ‘1번 동지’라는 호칭이 특권층을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5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 경축 평양시 군중대회 및 군중시위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박봉주 내각총리(오른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TV 화면캡처

북한서 숫자 '1번'은 '최고존엄'의 수식어...주로 김 씨 일가 지칭
전문가 "북 정권 통제 약화됐거나, 김정은 권위 실추됐다는 방증"

최근 북한의 지방에서 최고계급을 뜻하는 ‘1번 동지’라는 호칭이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정은 정권의 권력 누수 현상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일영도체계 확립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 속 이 같은 현상은 김정은의 권위가 그만큼 실추됐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일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일부 지방에서 ‘1번 동지’라는 호칭이 특권층을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제 도당 책임 비서나 부서 책임자들까지 ‘1번 동지’로 통한다”며 “이러한 변화는 아첨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지방 하급 간부들이 자신의 상관이 최고라는 의미로 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출신성분이 좋은 간부들의 경우 지역에서 자신만의 소왕국을 구축하고 ‘1번 동지’로 행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1’이라는 숫자는 최고지도자에게만 붙이는 수식어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등 김 씨 일가를 칭할 때 주로 사용된다. 노동당 주석단 명단 발표에서 김 씨 일가가 1번인 것을 지칭해 북한 주민들 사이 ‘1번 동지’라는 호칭이 생겼고, 김 씨 일가가 직접 참여한 행사는 ‘1호 행사’로 불리기도 한다.

함경남도 단천시 출신의 한 탈북민은 “유일영도체계인 북한은 김 씨 일가만이 공식적으로 ‘1’이라는 숫자를 가질 수 있다”면서 “하급 간부들이 ‘1번’ 행세를 하거나 이처럼 불리는 것은 곧 김정은의 권위를 대신한다는 의미로, 최고 권력에 반하는 행위가 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전했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의 탈북민도 “‘1번’은 북한에서 최고 권위로 통하는데, 과거 북한 사람들이 김정일 점퍼를 따라 입었듯 이 같은 호칭도 다 듣고 싶어 한다”면서도 “실제로 ‘1번’ 호칭을 김 씨 일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한다는 것은 김 씨 정권을 무시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고존엄’을 뜻하는 ‘1번’, ‘1호’ 라는 호칭이 북한 지방 간부들 사이 등장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장악력 약화가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 북한 정권의 통제가 약화됐거나, 김정은 정권의 권위가 그만큼 실추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본보에 “김정은 정권이 수시로 공개처형과 숙청 등을 통해 내부 체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상 잇단 탈북 등 권력의 누수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일부 지방에서 ‘1번 동지’ 호칭이 등장한 것도 “당적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으로, 국정 장악력이 약화됐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김정은 정권의 국정 장악력이 점차 약화되는 것은 지도자 김정은에게 과거 할아버지 김일성만한 권위나, 아버지 김정일 만큼의 인맥이 없다는 게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또한 기존 배급경제가 장마당 경제로 전환되는 조짐을 보이며 경제 권력이 정치 권력 만큼 힘을 얻게 돼 권력의 누수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계속해서 공포정치의 형태로 나타난다. 최근 북한 지방 간부들 사이 ‘1번 동지’라는 호칭이 등장한 것도 적발 시 즉시 처형의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이 절대 권력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정권을 실추시키는 행위가 적발되면 바로 처형 대상이 된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실제 과거 김정은의 고모부였던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이 간부들 사이에서 최고지도자를 뜻하는 ‘1번 동지’로 불리다 김정은의 권위에 맞서려고 했다는 명목의 ‘불경죄’로 처형됐다.

한편, 북한 지방 간부 사이 ‘1번 동지’ 라는 호칭이 등장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로, 아랫사람들이 아첨하기 위해 지방의 가장 높은 계급인 도당책임비서 등에게 으레 이 같은 호칭을 불러왔다는 전언도 있다.

함경북도 회령시 한 탈북민은 “최고존엄이 아닌 하급 간부에게 ‘1번 동지’라고 부른다고 해서 지도자의 권위를 떨어뜨린다거나 내부 반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예전부터 일부 지방들에서 아랫사람들이 아첨하기 위해 이 같은 호칭을 불렀는데, 만약 엄중하게 여겨졌다면 다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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