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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시계' 작동, 민주당 첫 단추 '경선룰' 누가 유리?


입력 2016.12.18 00:23 수정 2016.12.18 05:30        이슬기 기자

2012년 100% 국민경선...당원 비율따라 후보간 유불리

문재인, 비율 높으면 유리…이재명 "2012년 식으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혼란 상황에 대한 논의를 위해 만나 자리에 앉고 있다. ⓒ데일리안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조기대선이 현실화되면서, 그간 멈춰있던 여의도의 대선 시계도 작동을 시작했다. 물론 최장 6개월 소요가 가능한 헌법재판소의 심사가 남아있는 만큼, 정가의 대선 준비도 당장은 수면 아래서만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차기 대선판의 최대주주 격인 더불어민주당로선 당내 대선후보 경선룰 논의가 첫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경선 룰에 대한 논의가 아직 본격화하지는 않았지만, 당원 및 국민경선 비율을 비롯해 전국을 도는 ‘순회 경선’이냐, 한 차례로 끝내는 ‘원샷 경선’이냐에 대해 후보 간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12월 둘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으로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 제1야당인 민주당 지지자의 59.0%가 문재인 전 대표를 꼽았다. 이재명 시장이 19.8%로 뒤를 이었고, 박원순 서울시장(4.3%), 안희정 충남지사(3.0%), 김부겸 의원(1.1%) 순으로 나타났다.

앞서 탄핵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이 시장의 고공행진이 최고조에 달했던 전주 동일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자 중 문 전 대표가 가장 적합한 대선후보라고 답한 수치는 55.1%에 달했다. 당시 이 시장은 23.1%로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문 전 대표와는 30%p가 넘는 차이를 보여 문 전 대표의 독주 양상에는 변함이 없었다. 박 시장은 4.5%, 안 지사와 김 의원은 각각 2.3%, 2.1%를 얻었다.

이처럼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로서는 경선에서 당원 비율을 높게 지정할수록 타 후보에 비해 유리하다. 따라서 문 전 대표를 제외한 타 주자군은 경선 룰에 대해 상대적으로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 경선 룰을 둘러싸고 후보 간 미묘한 기싸움도 엿보인다. 이 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당내 경선은 2012년처럼 하면 된다"며 “완전 국민경선과 결선투표 정도만 보장되면 괜찮다”고 밝혔다. 탄핵 정국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선 룰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지난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100% 국민경선, 결선투표제'를 골자로 한 경선 룰을 확정했다. 당시 문 전 대표를 제외한 후보들이 결선투표제 도입을 요구, 문 전 대표가 이를 수용했고, 해당 룰에 따라 문 전 대표가 최종 후보로 선출된 바 있다. 현재 문 전 대표가 타 후보군에 비해 당내 조직력이 월등한 만큼, 국민경선 비율이 커질수록 이 시장을 비롯한 다른 후보들에게도 겨뤄볼 만한 싸움이 된다.

당내에서는 문 전 대표가 경선 룰과 관련해 당원 비중을 양보하게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당원 비중이 높으면 문 전 대표의 승리가 당연해져 경선 흥행도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문 전 대표가 당내 기반에만 안주해 기존 룰을 고집할 경우, 이른바 ‘비문 연대’ 등의 방식으로 다른 후보들에게 공세를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이를 고려한 문 전 대표가 결국 타 후보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반 국민 비율을 낮출 거라는 예상이다. 박 시장도 최근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과의 오찬석에서 "문 전 대표가 경선 룰을 양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번 대선에선 당내 경선 룰을 둘러싸고 ‘극심한 충돌’이 벌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문 전 대표가 당내 지지율은 물론 일반 국민 지지율에서도 크게 앞서있고, 이 시장과 안 지사, 김 의원 모두 야권 내 ‘젊은 잠룡’으로 꼽혀 차·차기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 판에서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뒤, 2022년 대선에 재도전해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 관계자는 “문 대표 외에 다른 주자군을 볼 때 예전처럼 룰 때문에 심하게 충돌할 인물들도 아니고, 당원 비율을 낮추는 선에서 협상이 되지 않겠느냐”며 “다만 문재인이 당원이나 일반 국민 부분에서 너무 앞서 있어서 그 비율을 낮춘다고 해서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텐데, 굳이 당원 비율을 고집해서 흥행을 떨어뜨리거나 룰 전쟁 한다는 비난을 받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조만간 경선 룰을 논의하는 실무 기구를 구성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도부와 각 후보 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모여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권으로서는 헌재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준비를 공개적으로 하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 자칫 대권욕에만 사로잡혔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탄핵이 헌재를 통과하면 그 직후부터 60일 안에 당내 경선과 대선을 모두 치러야 하는데, 공직선거법상 각 당 후보자는 대선 24일 전에 후보등록을 마쳐야 한다. 즉 ‘당내 경선 한 달, 선거 운동 한 달’이라는 시간표가 나온다.

다만 민주당에선 한 달 안에 경선을 치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이미 각 후보별로 수면 아래서 준비가 한창이고, 비상시국인 만큼 탄핵만 인용되면 대선 체제에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다들 급하다고 하는데, 미리 준비된 후보에게 2개월은 그렇게 짧은 기간이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예전처럼 인수위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선거 준비했던 사람들 다수가 그대로 들어가는 ‘쉐도우 내각’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준비 기간의 문제보다는 후보들이 어떤 인물로 팀을 꾸릴지, 또 개헌에 대해 어떤 척도를 세우고 제시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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