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서울 1000만 인구 회복 요원한 이유
매맷·전셋값 둔화, 신학기 수요에도 불구하고 U턴 움직임 뜸해
"신도시 인프라 만족스러운 수준" 역전세난 가능성에 무게 실어
“2월 신학기를 앞두고 전셋집을 찾는 학군 수요가 몰릴 법도 하는데 예전 같지 않네요. 학군은 부동산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통적인 매력 요소인데, 아무래도 서울에서 빠져나간 사람들이 다시 회귀하는 수요가 점차 줄어드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
국내 부동산 시장 가격을 견인하고 있는 서울의 인구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시장을 유지하는 수요-공급 한 축이 깨지고 있는 것. 이미 지난해 5월부터 인구 1000만명 선이 무너진 상태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의 인구수는 993만명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국내 인구 이동 통계’를 보면 서울에서 지난 한해 동안 14만명이 빠져 나갔고, 이 가운데 62.4%가 경기도로 이동했다. 대부분이 주택구매 의사가 높은 30·40대다. 반면 경기도는 지난 한해 동안 13만명의 순유입이 발생했고, 이 중 56.4%가 서울에서 전입해왔다.
경기권이 서울보다 집값이 저렴한 데다 각종 교통 여건의 개선으로 수도권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인프라 등이 갖춰지면서 탈서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는 양면성이 있어 이 같은 탈서울화로 인해 시장 어디에서는 ‘득(得)’이 있는 반면 ‘실(失)’도 반드시 나타난다.
웬일인지 정부가 그토록 잡으려 했던 전셋값 상승세가 연초 들어 둔화하는 모양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06%로써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월의 전셋값 상승률(0.18%)의 3분의 1 수준이며, 2012년 1월(-0.03%)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해 1월 0.44% 상승에서 올 1월 0.07%로 오름폭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전통적인 전세 인기지역의 학군 수요도 실종됐다. 양정중, 신목중, 월촌중, 한가람고, 양정고 등 명문 학군을 보유한 서울 양천구는 연초 전셋값이 0.21%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전셋값 상승 둔화 요인을 입주 물량 급증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전국의 입주 물량은 9만1000여가구로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 2년간 주택시장 활황으로 인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산 일명 ‘갭(Gap)투자’도 상당하다. 곧 2년 단위 전세 만기가 도래해 시장에 다시 쏟아지면 전세 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예정된 아파트 입주 물량도 지난해보다 7만여가구 늘어난 37만여가구에 달한다. 2010년 이후 최대치다. 특히 내년은 이보다 더 많은 40만 가구 넘는 입주 물량이 앞두고 있다. 올해 서울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경기도는 12만2000가구로 지난해(8만7530가구)보다 39.3%나 늘어난다.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 전셋값은 수급여건에 의해 낮아질 것으로 전망돼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어디까지 반길 수 있냐는 점이 고민이다. 전셋값이 하락하면 신규 진입자에게는 축복이지만 기존 세입자에게는 자칫 악몽으로 나타날 수 있어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셋값 하락은 집주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제때에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난’ 우려를 안고 있고, 심화될 경우 ‘깡통주택’, ‘깡통전세’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전셋값 하락이 일시적 현상일지 아니면 시장 악화를 알리는 전주곡일지 시장 수요 변화 등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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