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정치인 황교안’ 단련시킨다
정권 심판 구도 및 직무 범위 '고무줄 잣대'로 길들이기
되레 대권주자로서 존재감 부각·보수층 결집에 도움
“정치인은 맞아야 큰다.” 그래서일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몸집이 커지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문재인 대세론’을 차단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보수 진영의 ‘구원 투수’로 불리면서, 그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야권은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그럴수록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도 오르는 모양새다. 즉, 야권이 ‘정치인 황교안’을 만들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주중 집계에서 대선 주자 지지율 2위로 올라섰다. 전주보다 3.5%p 대폭 상승했다. 33.2%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는 격차가 크지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자진 하차 전까지 중하위권을 맴돌던 지지율과 비교하면 발전된 결과다.
다른 조사에서는 지지율 20%대 고지를 눈앞에 뒀다. 조원씨앤아이가 4~6일 실시해 8일 발표한 조사에서 황 권한대행은 19.5%(2위)를 기록하며 문 전 대표(29%)를 10%p 격차 이내로 따라붙었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 유력 주자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역설적으로 야권의 공이 컸다는 해석이다. 견제구가 점점 강해질 때마다 황 권한대행의 존재감 부각은 물론 전통적인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황 권한대행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묶어두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거다.
현재 야권은 박근혜 정권의 상징인 황 권한대행 때리기를 통해 대선 구도를 ‘박근혜 심판론’으로 정립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되레 역효과를 불러냈다.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두고 ‘고무줄 잣대’를 들이민 것은 ‘길들이기’의 하나로 분석되지만, 이 역시도 황 권한대행의 몸집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야권은 일례로 헌법재판소 소장 임명권에 대해서는 “헌재소장 임명은 황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혹시나 헌재소장을 임명하더라도 국회에서 통과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특검의 활동 기한 연장에 관해선 “특검 수사가 미진하고 새로운 수사 요인이 발생해서 특검 수사 연장이 이뤄져야 한다. 황 권한대행은 이를 지체 없이 승인해야 한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야권의 ‘황교안 때리기’는 길들이는 것과 동시에 정권 심판 구도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구도를 자꾸 만들다 보면 황 권한대행이 현 정권과 보수층의 상징이 돼서 몸집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 교수는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 교수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했던 국무총리들은 직책의 무게감 때문에 다 인기를 얻었다. 고건 전 총리도 한때 유력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르지 않았었느냐”며 “극단적 보수층이 황 권한대행을 지지하는 것이지, 온건 보수나 중도·합리적 보수층은 황 권한대행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지지율이 더는 올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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