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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미국 송유관 수출 비상…‘미국산 범위’에 의견 분분


입력 2017.02.11 08:00 수정 2017.02.11 11:56        이광영 기자

WTO 협약 위반 가능성 및 현지업체 생산능력 불충족

“현지투자·관망 손익계산 필요…미국산 범위 법적으로 따져봐야”

세아제강 강관 제품.ⓒ세아제강

WTO 협약 위반 가능성 및 현지업체 생산능력 불충족
“현지투자·관망 손익계산 필요…미국산 범위 법적으로 따져봐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자국 내 모든 송유관 건설에 미국산 철강재만 사용하라는 행정 명령을 발동시키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전 제조과정이 미국 내에서만 이뤄진 철강재에 한정된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현지 업체의 생산능력이 이를 충족할 수 없어 현실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업체들이 미국에 수출한 송유관은 37만5000톤으로 전체 수출의 73%에 달한다. 트럼프 정부의 행정 명령이 현실화될 경우 유정용 강관(OCTG) 반덤핑 조사 및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요 감소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모든 제품은 물론, 포스코의 반제품인 슬래브를 사용해 미국 현지 강관업체인 TMK IPSCO에서 생산되는 제품도 미국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세아제강이 최근 인수한 OMK 튜브, 라구나 튜블라에서 한국산 소재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이번 행정명령은 충분한 법률 및 경제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WTO 규정 위반 여지가 높아 주요 수출국 및 미국 내 수요가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향후 새롭게 정의될 가능성이 높은 ‘미국산’의 범위를 두고 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WTO나 GATT(관세 무역 일반 협정)와 같은 국제 기본 협약에서는 민간투자인 송유관 건설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수입산을 미국산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가 행정 명령 이후 180일 내로 실행계획서를 그대로 제출할 경우 WTO 규정 위반으로 제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현지 강관업체들은 미국의 인프라 확대 요구만큼의 다양한 규격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은 프로젝트 별로 운영하는 주체는 물론 이에 따른 규격의 차이가 다양해 일정량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명령이 실행될 경우 미국산의 수요가 급증해 가격 급등 가능성이 생긴다. 미국의 건설 비용이 크게 증가해 프로젝트 전반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것. 또 기존의 미국 수입업체들도 거센 반발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이정운 포스코아메리카 변호사는 “송유관 관련 미국의 행정 명령은 우리 기업이 미국 현지 투자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이를 보류하고 관망하는 것이 유리한 것인지 손익계산을 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명령에서 미국산의 정의가 무엇인지, 어떤 제조 과정부터 미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법적으로 세세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 정부의 통상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국내 철강업계와 정부의 로비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강은 소비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로빙(lobbying)’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미국서 지역·정치적 특색을 활용한 로빙이 통상 부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국내 철강업체도 다른 기업처럼 로빙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향후 휴스턴 등 미국 현지 사무소에서 지역기반 글로벌업체들과 연계한 로비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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