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재판 대응, 삼성전자에서 전담할 듯
신산업 지휘 체계는 여전히 필요...‘지주사 전환’ 시급
삼성 그룹 해체가 공식화 된 가운데, 당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삼성 그룹의 콘트롤 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이 부회장의 혐의 무죄 입증을 대응해왔었다. 그러나 미전실 해체를 골자로 한 쇄신안이 지난달 28일 발표되면서 상황이 급변할 전망이다. 재판 준비는 물론 향후 삼성의 업무 경영까지 거센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 삼성전자 필두로 재판서 JY 무죄 입증 총력
당장 삼성은 미전실의 ‘물리적 해체’를 단행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위치한 미전실 사무실을 없애고, 미전실 소속 약 250여명의 임직원들을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3곳으로 재배치한다. 이들 인력에 대한 후속조치는 이번주 내로 나올 예정이다.
기존 미전실에서 해오던 인사, 감사, 홍보, 법무, 기획 등의 핵심 업무도 3개 핵심 계열사로 적절히 분배한다. 특히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부회장’ 직급이고 등기이사직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재판 준비도 삼성전자에서 도맡을 것으로 보인다. 전략, 법무 분야는 삼성전자로 이동해 추후 업무 분장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현재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 재산 국외 도피, 범죄수익은닉, 위증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특검은 수사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이 부회장을 구속기소했다. 같은날 공표한 미전실 해체 등의 쇄신안은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 이 부회장의 정경유착 근절을 위한 노력을 입증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사장단 인사도 각자...계열사 중심 자율경영
삼성 그룹이 진행해 온 사장단 인사도 사실상 폐지된다. 쇄신안에 따라 삼성 그룹의 계열사들은 각 대표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 경영을 해 나갈 예정이다. 계열사별 중심 경영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삼성은 매년 12월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통해 이듬해 경영에 대비해왔었다. 그러나 최순실게이트로 계속 미뤄지면서, 최근에는 이 부회장의 구속과 재판으로 오는 5월에나 미뤄졌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삼성 쇄신안 발표로, 사장단 인사도 계열사 자체적으로 실행하게 됐다. 실제 삼성SDI는 이날 정기주총 소집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인 전영현 사장을 신규 사내 이사로 선임했다. 전 사장은 내달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 이사에 선임된다. 다른 계열사도 비슷한 방식으로 사장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
◆ 컨트롤타워 부재 -> 지주사 전환 가속화
삼성의 이번 쇄신안은 미전실 팀장급 이상 미원 전원 퇴사라는 초강수를 뒀다. 삼성 안팎에서는 예상치 못한 파격에 충격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누구도 가보지 못한 쇄신의 길을 통해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미전실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나 투자, 신사업 발굴 등도 주력해왔는데 이를 대신할 조직의 공백을 어떻게 채우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결국 삼성이 지주사 전환으로 개혁의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삼성이 지배구조 단순화와 조직슬림화를 추진해 오던 것도 지주사 전환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공식화했으며, 상반기 안으로 이에 대한 답을 내놓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흔드는 상법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시도했으나 결국 무산되면서 삼성도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삼성으로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에따라 삼성은 이번 쇄신안과 함께 향후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전실이 비난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법적인 실체가 없는데 권한을 휘두른 다는 것이었다”며 “지주사로 전환되면 신사업을 포함한 미전실에서 담당했던 핵심 업무들이 적절하게 배분되면 이러한 문제점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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