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여야 주자들, 말로만 ‘탄핵 결과 승복’…행동은 분열 부추겨


입력 2017.03.03 06:30 수정 2017.03.03 06:32        고수정 기자

일부 주자, "탄핵 심판 결과 승복" 입장 밝힌 후 집회 참석

"국민 통합 앞장 안 서고 도리어 국론 분열 부추겨" 지적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후 제 98주년 3.1절을 맞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18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박근혜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시기가 다가오면서 셈법에 분주한 모습이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대부분 밝혔지만, 일부는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이다. 국론 분열의 현장 한가운데 서서 표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 대선 주자 대부분 헌재의 어떠한 결정에도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야권에서는 “탄핵이 기각해도 승복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제외한 모든 주자가 탄핵 심판이 기각돼도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최근 “탄핵심판 결정이 나면 기각이든 인용이든 정치인은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판결 승복과 관련해 모호한 입장을 보여 왔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도 ‘승복’으로 입장을 굳혔다. 안 지사는 2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결과적으로 헌법 절차에 따른 결과를 승복해야 한다”며 “모든 정치인은 헌법에 승복하고 준수하고 지키겠다고 선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도 전날 “모든 국민이 헌법절차에 따르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 주자들도 탄핵 결과 승복에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할 것을 약속하는 ‘합동 서약’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주자들은 정작 말과 달리 사실상 ‘불복’ 행동을 하고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라며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위협적 발언을 한 1일 탄핵 반대집회, 일명 태극기 집회에는 김문수 자유한국당 비대위원, 이인제 자유한국당 전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특히 김 비대위원은 태극기 집회 연단에 올라 “태극기를 든 국민들과 함께 위법한 탄핵, 위헌적 탄핵에 대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헌재가 촛불이 겁나서 탄핵한다면 헌재와 헌법재판관들을 탄핵해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야권 주자 중 ‘탄핵 결과 승복’을 가장 먼저 공고히 했던 문 전 대표도 ‘촛불광장 지킴이’를 자처하며 지난해 11월 3차 촛불집회부터 1일 열린 18차 집회까지 꾸준히 참석했다. 문 전 대표는 1일 집회에서 “3·1 만세 시위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자는 것이었고 촛불집회는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키자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청산하지 못한 친일세력이 독재세력으로 이어지고 민주공화국을 숙주로 삼아왔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1일까지 열린 모든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1일 자신의 SNS에 “촛불민심을 꺾기 위한 시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자유당 시절 만연했던 ‘백색테러’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며 태극기 집회를 겨냥한 뒤 “촛불 시민과 함께해 온 이재명은 끝까지 촛불혁명 완수를 위해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 통합’에 매진해야 할 대선 주자들이 각 진영으로 나뉜 집회에 참석해 도리어 국론 분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2일 본보에 “여야의 대선 주자는 태극기 집회든, 촛불 집회든 민심을 잘 읽어서 국민을 통합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법치주의 국가에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부 주자들은 말로는 ‘승복’이고 행동은 ‘불복’”이라며 “자신과 이념이 같은 집회에 참석해 지지 확산을 노리는 등 표 계산에 몰두하고 있는 주자들은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