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밀어내기 분양에 슬금슬금 고개드는 '미분양'
상반기 공급물량 3·4월에 집중돼 공급 과잉 우려
최근 조기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을 염두한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고 있어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반기 공급예정물량을 3월과 4월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대량의 미분양 급증이 우려된다.
8일 부동산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날부터 5월 말까지 전국 154개 단지 총 11만5711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중 일반분양 물량은 9만9248가구(임대,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 제외)다. 월별로 ▲3월 3만2347가구 ▲4월 4만7097가구 ▲5월 1만9804가구 등이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경기도가 3만6354가구(36.6%)로 전국에서 분양물량이 가장 많다. 그 뒤를 이어 부산 7524가구(7.6%), 강원 7189가구(7.2%), 인천 6294가구(6.3%), 충남 5836가구 (5.9%) 순이다.
3월~5월 일반 분양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분양실적(10만8751가구)과 비교하면 소폭 줄어든 수준(8.7%↓)이다. 다만 지난해는 공급 과잉이 있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탄핵 심판과 이에 따른 조기대선 등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염두해 분양일정을 3월과 4월로 몰아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각종 부동산 규제와 여신심사 강화 등으로 시장 분위기를 관측하며 그간 ‘눈치보기’에 나섰던 물량을 일시에 쏟아내는 모습이다.
분양대행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최근 탄핵정국으로 인해 하반기 주택시장을 예측할 수 없어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면서 “7~8월은 전통적인 여름 비수인데다 5월과 6월에는 조기 대선의 영향으로 분양 효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서두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제는 물량이 일시에 쏠리면서 미분양이 급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11·3 대책으로 1순위 자격 및 전매제한 강화와 함께 중도금 집단대출 거부 사태 등이 겹치면서 수요자들이 분양 받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며 인기 신도시조차 미분양 위기감이 높아지는 실정이다.
실제 경기도 청약시장의 경우 올 들어 현재까지 완판(완전판매)한 단지가 한 곳도 없을 뿐더러 미달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의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2월 1만3362가구에서 올해 1월 1만5092가구로 12.9%(1730가구)나 늘어난 상태다.
특히 지난해 청약 광풍의 주역이었던 동탄2신도시 조차 올해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이달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을 정도다. 화성시 미분양은 지난해 말 240가구에서 올해 1월말 1828가구로 미분양이 1588가구나 급증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서울 재건축 공급단지와 달리 수도권 신도시는 외부 수요에 의존해야 되는 상황에서 일시에 공급이 몰리면 미분양이 거세질 것”이라면서 “미분양 물량이 많은 용인, 평택, 화성 등 지역별 미분양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건설사들간의 지나친 밀어내기 공급으로 자칫 현 주택시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최근 2년간 앞서 공급된 공급 물량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시장의 공급 과잉 문제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건설사들이 불확실성이 확대된 국내외 상황과 2금융권까지 확대된 주택금융규제 강화 분위기를 지나치게 고려해 분양일정을 서두르면 소화불량에 걸릴 수 있다”면서 “주택사업자의 신중한 공급계획 수립과 분양가 등 철저한 판매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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