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슈퍼주총데이…현대차·LG전자 등 178개사 몰려
정몽구, 정의선, 구본준 등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상정
178개 상장계열사가 오는 17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현대차그룹과 LG, GS, 효성 등 주요 그룹의 주총이 예정돼 있는 이날은 일주일 뒤인 24일과 함께 슈퍼주총데이로 불린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주총에서는 주요 그룹 총수 및 오너 일가의 사내이사와 대표이사 선임이 주요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그동안 대주주들의 거취와 관련된 안건은 주총을 무리 없이 통과해 왔지만 이번엔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반대 권고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현대자동차 주총에서는 정몽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차 사내이사 임기가 2019년 3월까지 남아 있지만 이번에는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주총을 통과해야 한다.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각 계열사 사내이사 재선임은 지배구조상 통과에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차 지분 8.02%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찬반 여부가 상징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국민연금은 2008년과 2011년 현대차 주총에선 정 회장의 이사 재선임에 반대했으나 2014년 주총에선 찬성한 바 있어 이번 주총에선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다.
일부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이들의 재선임안에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2007년 정 회장의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관련 유죄 선고, 현대차 계열사들의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부당지원, 한전 부지 고가 매입 등의 사례가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재선임안에 반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현대차 외에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현대파워텍 등 사내이사의 과도한 겸직으로 충실의무가 저해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정의선 부회장에 대해서도 2001년 현대글로비스 설립 당시부터 최대주주로 현대·기아차 등의 사업기회를 유용해 큰 수혜를 입었다는 점과 현대모비스 외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오토에버 등의 등기이사를 겸해 충실의무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재선임안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앞서 서스틴베스트도 비슷한 이유로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LG전자는 정관상 이사의 정원을 최대 9인에서 7명으로 변경하고 구본준 (주)LG 부회장과 정도현 LG전자 대표이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상법상 사외이사는 3명 이상을 두고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7인 체제에서 사외이사는 4명, 사내이사는 3명이 돼야 한다.
LG전자는 그동안 사업본부장들이 각자 대표를 맡으며 이사회에 참여해왔지만 작년 말 조성진 부회장 1인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조준호 사장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며 각자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LG화학에서는 정호영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GS그룹의 경우 오너 3세인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과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이번 주총의 주요 이슈로 꼽힌다.
CGCG는 이들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두 회사가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해 재산적 손해를 입고 평판이 훼손된 책임을 각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허 회장과 허 사장에게 물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허연수 사장이 2015년 르나스호텔 지분 인수와 2014년 코스모스그룹 부동산 매입 등 부실 계열사 지원이 각각 기업가치 훼손 이력에 해당한다는 점을 사내이사 재선임 반대 사유로 들었다.
효성은 주총을 앞두고 오너 3세인 조현준 사장의 대표이사 회장 선임 이슈가 제기됐으나 이날 주총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고, 향후 임시주총 등에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LS산전은 이번 주총에서 구자균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박용상 경영관리본부장을 신규 선임한다. LS산전은 사내이사를 맡았던 김원일 대표가 지난해 말 사임해 현재는 구자균 회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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