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는 없고, 지지율 낮은데도 ‘킹’만 자처하는 주자들
'제3지대' 참여 인사들 '동상이몽'에 연대 구축 위기
각당 후보 확정 후 논의 불붙을 가능성 남아 있어
대선 판도의 마지막 변수로 분류되는 ‘제3지대’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패권·중도대통합’이라는 키워드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로 쏠린 선거판을 흔들어보겠다는 구상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모두가 ‘킹’을 자처하면서다. ‘제3지대’에 거론되는 인사들의 지지율 합계는 한 자릿수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민주당 탈당 이후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접촉하며 규합 가능성을 높여 왔지만,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남경필 경기도지사·유승민 의원·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등 대선 주자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초대한 16일 대규모 회합도 일부 인사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불참 사유로는 개인 일정 등을 들었으나, 속내는 이와 다를 거라는 분석이다.
정가에서는 ‘제3지대’에 참여하는 대선 주자들이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불쏘시개’ 역할은 꺼린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이들의 지지율 합계는 본보와 알앤써치가 15일 발표한 조사에서 6% 정도다. 이들 중 여론조사에 포함되지 않는 주자도 있다.
김 전 대표도 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제3지대’의 구심점 역할을 넘어 ‘킹’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나더러 순교하라면 하겠다”며 대선 출마를 강하게 시사해왔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했기에 당내 기반도, 지역 기반도 없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6일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김 전 대표가 출마 의사가 있으신 것 같다”며 “개헌을 ‘내가 대통령이 되어서 개헌을 하면 3년 후에 여러분들 총리 할 수 있다’ 이런 전망도 제시하고 아마 제3지대 결집을 추진하시고 계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가 출마하려면 ‘제3지대’에서 추대 형식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김 전 대표와 똑같이 ‘킹’에 꿈을 품고 나선 주자들이 이에 선뜻 동참하기란 어려울 거란 관측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4일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추대받으면 되겠으나 요즘 정당에서 추대라는 것이 어디 있는가”라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17일 본보에 “김 전 대표가 당도 없고 세력도 없는 상황에서 ‘킹메이커’는 하지 않고 일단 판에 모이라고 하면 ‘나 추대하라’는 얘기밖에 더 되느냐”며 “더군다나 ‘제3지대’에 거론되는 주자들이 당 경선을 앞두고 있는데, 당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당 후보로 뽑히지, 단일화해서 물러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누가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도 “경선을 앞두고 누가 ‘단일화의 장’처럼 보이는 제3지대에 발을 들이려 하겠느냐”라며 “모두 ‘킹’이 되고 싶어 하지 ‘불쏘시개’가 되는 건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결국 ‘제3지대’가 참여 인사들의 동상이몽으로 ‘용두사미’ 격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민의 시선이 정당의 경선 구도에 집중돼 구성에 힘이 빠진다는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MBC 라디오에서 “원래 세력개편을 할 수 있는 시기는 1~2월 중이었는데, 남은 60일 사이에 세력을 개편하고 후보를 뽑고 대선을 치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후보 간 단일화 정도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세력과 세력이 통합하거나 연정합의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큰 틀에서 ‘제3지대’로 분류되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경선에서 최종 후보를 선출하면 당 대 당, 세력 대 세력의 결합으로 ‘제3지대’ 논의가 불붙을 거란 관측도 있다. 황 정치평론가는 “지금은 사람만 무성하지 세팅이 안 돼 있으므로 각 당에서 최종 후보가 선출되면 후보 등록 전까지 전광석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움직임이 있을 순 있다”며 “지금은 ‘반패권 연대’에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문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돼야 꿈틀거리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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