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전 몸값 높이는 대우건설…공격적 수주 경계
대물변제 카드, 피할 수 없는 악재…일각 “수주의지 너무 지나쳐”
대우건설이 올해 재개발·재건축 등의 도시정비사업 목표액을 한 분기 만에 거의 달성하며 공격적인 수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여름 매각을 앞둔 대우건설이 몸값을 높이기 위한 이 같은 수주 전략이 계속될 것이라며 경계하는 눈치다.
24일 대우건설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올 들어 현재까지 수주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은 총 1조7207억원으로, 올해 전체 정비사업 수주 목표액인 1조8000억원의 95%를 이미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따낸 도시정비사업 수주금액(1조6733억원)을 1분기 만에 넘어선 셈이다.
수주금액 뿐만 아니라 총 4곳을 수주하며 수주 건수도 가장 많았다. 대우건설은 지난 1월 서울 신림2구역 재개발(1414억원)을 시작으로, 지난달 부산 최대 규모 재개발사업인 감만1구역 재개발(1조375억원), 대구 파동강촌2지구 재건축(1273억원), 경기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4145억원) 등을 연이어 수주에 성공했다.
이처럼 올 들어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던 대우건설은 단 1분기 만에 도시정비사업 분야 강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공격적인 수주만큼이나 잡음도 잇따르고 있다.
당초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따낼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던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은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이 조합 사무실을 직접 찾아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며 수주에 성공한 사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건축재심의를 받아야하는 상황에 처해지면서 사업 지연 등에 따른 손실 부담이 예정됐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을 수주하기 위해 경쟁사에 비해 낮은 수준의 공사비, 가장 높은 분양가, 미분양시 대물변제 책임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악재는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미분양이 발생하면 회사가 이를 직접 매입하는 파격적인 조건인 대물변제 카드를 꺼냈었는데 실제 미분양이 발생하면 회사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는 문제”라며 “여기에 계획마저 차질이 생기면서 엄청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숱한 논란 속에 대우건설 수장에 오른 박창민 사장의 사업 수주 의지가 너무 과하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간 도시정비사업자 강자로 꼽히는 곳이 현대산업개발이었는데 대우건설이 매우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현산을 맹추격한 상황”이라며 “현산 출신인 박창민 사장이 현산에 있을때 도시정비사업 현장 근무도 상당한 만큼 이 같은 경험을 십분 살려 매각을 추진 중인 대우건설의 재개발·재건축 수주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알겠으나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주가와 실적을 유지하는 조건 하에 올 7~8월경 대우건설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낸 뒤 10월경 매각에 착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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