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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동성애' 발언 후폭풍…진화에 진땀


입력 2017.04.27 15:37 수정 2017.04.27 15:54        이충재 기자

"동성애, 찬반문제 아냐…성소수자에 아픔 드려 송구"

'우군' 인권연대 "혐오 조장하는 문 후보 사과하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월 26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마친 직후 레인보우 깃발을 든 성소수자 인권단체 관계자의 기습적인 항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날 TV토론에서 동성애 대한 반대입장을 밝힌 문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동성애 반대'발언으로 때 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문 후보는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군대 내의 동성애 문제에 국한된다'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직접 사과 "성소수자에 아픔 드려 송구"

문 후보는 이번 사안과 관련 이례적으로 "송구스럽다"며 공식사과를 했다.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이후 각종 논란과 의혹의 중심에 섰지만, 문 후보가 직접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파장의 크기가 만만치 않다는 판단이다.

당초 문 후보는 SNS를 통해 이번 사안에 대한 사과입장과 동성애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직접 입장 발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소수자에게 아픔을 드린 것 같아 여러 가지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문 후보의 국정운영 방향을 짚어보는 '통합정부' 관련 토론회 내용은 동성애 발언 논란에 묻혔다.

"동성애는 찬반 문제 아냐…군대 내 동성애는 반대"

문 후보는 "동성애에 대한 생각은 명확하다"며 자신의 생각을 확실하게 정리했다. 그는 "동성애는 찬성하고 반대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각자의 지향이고 사생활에 속하는 문제"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성적인 지향 때문에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는 세상을 바라고 있다"며 "그 분들이 주장하는 가치와 저는 정치인으로서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하기 때문에 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토론회에서 제가 질문받았던 것은 군대 내의 동성애였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라며 "군대는 동성들 간 집단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동성애가 허용된다면 많은 부작용들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군'인 인권단체의 반발…캠프 내에선 "선방했다"

지난 25일 대선주자 TV토론회에서 문 후보의 발언을 뜯어보면 "(동성애) 합법화는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차별은 반대한다"는 것으로 '논란의 불씨'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답변 역시 마찬가지다.

문 후보 측도 예민한 사안에 적절한 수위의 발언으로 "선방했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상식적인 발언으로 크게 문제될 게 없다"며 "상대 후보가 쳐놓은 덫에 걸려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발언 시간이 부족해 본인의 입장을 명료하게 정리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됐다.

정작 문제는 '우군'인 각종 인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부분이다. 성소수자단체를 비롯한 각종 인권단체는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문재인은 사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뻔뻔한 반인권 커밍아웃", "'사람이 먼저'라며 동성애자는 사람 아닌가"라는 등 격앙된 반응이다. 이들의 울분과 분노는 '진보후보=문재인'이란 기대에 대한 배신감에 가깝다.

실제 26일 문 후보에 대한 국방안보 지지 선언 행사에는 성소수자 단체 회원들이 몰려와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문 후보는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현재 성소수자인권단체 등은 문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고, SNS상에서도 문 후보 지지를 철회한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때마침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날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동성혼 합법화는 국제적 추세고, 성적 지향으로 차별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된다면, 동성결혼도 축복받을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적극적 이해를 구할 것"이라며 이들을 끌어안았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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