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진보 정치 부활' 기틀 마련할까
심상정 개인 통해 진보 정당에 대한 대국민 인식 진일보
"진보 정당도 대안 될 수 있다는 인식 확산시킨 것 자체로 유의미"
5.9 대선의 관건은 3가지다. 당선자의 과반 득표 여부와 2위 득표자, 그리고 투표율 80%초과 가능성이다. 이는 결국 소수 정당 주자인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과도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및 구속으로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만큼, 정가에선 투표율이 20년 만에 80%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전투표율이 25%를 넘긴 것도 이러한 기대에 무게를 실었다. 이는 열성적 지지자 외에도 하위권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층 표심이 대거 투표장으로 이동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구도에서 어느 한 후보가 과반을 획득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2위 득표자는 당선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차기 정권에서 정치적 공간과 활로를 확보할 수 있다. 2위 득표자와 소속 정당이 차기 정계 개편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심 후보는 ‘두 자릿수 획득’을 목표로 유권자들의 소신 투표를 독려하는 전략을 펼쳤다. 선거 초반 심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대 박스권 지지율에 갇힌 상태였다. 여타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와 확장성이 낮은 데다 정의당이 원내교섭단체가 아니라는 점이 한계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대 어느 대선보다 선거운동이 짧아 TV토론의 영향력이 막강했고, 토론에서 강세를 드러낸 심 후보는 2030 연령층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만약 심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기존 지지율의 2배를 넘는 7%를 넘길 경우, 대선 이후 정국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정의당 역시 현재 의석수(6석)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다.
구체적으로는 노동부 장관직이 거론된다. 심 후보는 ‘노동 대통령’ 슬로건을 내걸고 근로자 중심의 정책적 선명성을 보이며 적잖은 표심을 확보했다. 따라서 심 후보가 의미 있는 수치를 얻게 되면, 차기 정부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심 후보의 선전을 ‘진보 정치 부활의 신호탄’으로 확대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그보다는 진보 정당의 확장성이 워낙 부족했던 만큼, 이번 선거에서 심 후보 개인이 진보 정당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거부감을 상당 부분 줄이고, 진보 진영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킨 것 자체로 평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심상정이라는 개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것이 진보 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많이 줄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며 “진보 정치 자체의 부활이라 말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최소한 일반 국민들의 반감을 상당히 줄였다. 또 이후에 심 후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진보 정치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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