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두자릿수 껑충…'가격 유지' 손보사 눈길
손보사 실손보험료 올해 들어 평균 20.9%↑
팔수록 보험사에게 손해…손해율 130% 넘어
인상률 한 자릿수 그친 농협손보·MG손보 이목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들어서만 실손의료보험료를 평균 20%넘게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상품에서 보는 손실이 커지면서 고객들로부터 거둬들이는 보험료를 올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와중 NH농협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 등 중·소형 손보사들은 실손보험료를 거의 올리지 않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22일 손해보험협회의 상품비교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손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국내 10개 손보사들은 올해 들어 실손보험료를 평균 20.9%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사 별로 보면 롯데손해보험의 인상률이 32.8%로, 유일하게 30%대를 넘기며 가장 높았다. 이어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이 각각 26.9%, 26.1%를 기록하며 실손보험료 인상폭이 컸다. 메리츠화재(25.6%)와 동부화재(24.8%), 삼성화재(24.8%)가 뒤를 이었다. 이밖에 흥국화재는 21.1%, 한화손해보험은 20.4%씩 올해 실손보험료를 인상했다.
이처럼 손보사들이 실손보험료를 대폭 올리고 있는 이유는 수익성 저하 때문이다. 손보사들에게 실손보험은 이익이 남기는커녕, 오히려 팔면 팔수록 손해인 현실이다.
실제로 보험사들이 고객들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규모를 나타내는 손해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손보업계는 실손보험에서 130.7%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즉, 손보사들이 고객들부터 받은 실손보험료가 1만원이라면, 내준 보험금만 1만3000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반면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일부 손보사들은 실손보험료를 거의 올리지 않고 있어 눈길을 끈다. 높은 손해율을 근거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대부분 손보사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곳이 농협손보다. 농협손보의 올해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2.8%에 그쳤다. 2016년과 2015년에도 각각 6.8%, 7.1%의 한 자릿수 인상률에 그쳤다. 이 기간 경쟁 손보사들은 모두 두 자릿수의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기록했다.
농협손보가 이처럼 실손보험료를 억제할 수 있는 배경에는 낮은 손해율이 있다. 농협손보의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97.6%로 손보업계에서 유일하게 100% 이하를 나타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보험료를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MG손보도 올해 실손보험료를 3.3%만 올려 잡았다. MG손보의 경우 지난해 손해율이 125.6%로 타 손보사들과 마찬가지로 실손보험에서 손해를 보고 있기는 하지만, 그 비율은 업계 평균 보다 아래다. MG손보 측도 상대적으로 낮은 손해율이 유지되고 있어 실손보험료를 크게 올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손보업계에서는 중·소형 손보사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대형사들과 맞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과거 대형사들이 실손보험료를 두고 벌이던 가격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서 있었던 점이 현재 실손보험료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실손보험료 인상의 주요인 중 하나는 과거 손보사들이 낮은 보험료를 앞세워 벌인 경쟁의 측면이 있다"며 "팔면 팔수록 손해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실손보험을 둘러싼 손보사들의 부담은 점점 커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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