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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傳] '훈장 수여 논란' 홍상수 김민희는 예외?


입력 2017.05.26 09:24 수정 2017.05.26 09:25        민교동 객원기자

칸영화제서 홍상수 감독 영화 '그후' 호평

수상 여부 둘러싼 '축전' 역시 초미 관심

칸영화제서 홍상수 감독 영화 '그후' 호평
수상 여부 둘러싼 '축전' 역시 초미 관심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그후'가 칸 영화제 수상을 둘러싼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영화제작전원사

지난 2004년 김기덕 감독은 영화 ‘사마리아’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인 '은곰상'을 수상했으며 영화 ‘빈 집’을 통해 6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한 해 두 번이나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의 기쁨을 누린 김 감독은 두 번 모두 노무현 대통령의 축전을 받았다. 또한 2012년엔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자 해외 순방 중임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축전을 보냈다.

그만큼 세계 3대 영화제에서의 수상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쁜 소식이다. 김 감독은 수상 직후 대통령 축전을 받은 데 이어 2003년 옥관 문화훈장, 2004년 보관 문화훈장, 2012년 은관문화훈장 등 세 번이나 훈장을 받았다.

지난 2007년에는 배우 전도연이 제 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자 역시나 수상 직후 노무현 대통령이 축전을 보냈다. 전도연은 당연히 그해 옥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이렇듯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영화인들은 대통령 축전과 훈장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불륜 논란이라는 거대한 걸림돌이 생기기 전까진.

지난 2월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당연시 여겨지던 대통령 축전은 없었다. 이 부분은 탄핵 정국으로 대통령이 직무 정지 상태였다는 피치 못할 상황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이후 행보인 훈장 수상도 아직은 미지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기본 입장은 공로를 인정해 훈장 수여 건의를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훈장은 행정자치부에 건의해 위원회 의결을 거쳐 수여 여부가 결정된다. 기존 사례만 놓고 보면 훈장 수훈 자격 요건은 충분이 충족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홍 감독과의 불륜 논란이다. 베를린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당시만 해도 당사자들은 불륜 논란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수상 이후 귀국해 공식 석상에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점을 대중 앞에서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홍 감독은 부인과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런 부분에서 홍 감독과 김민희에 대한 국민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다. 훈장 수훈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에도 국민 여론으로 인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훈장 수여 건의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문제는 지금 열리고 있는 칸 국제영화제다. 이들은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도 공식 방문했다.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가 비경쟁부문인 특별상영으로 공식 초청됐고 ‘그 후’는 경쟁부문에 출품됐다. 두 영화 모두 홍 감독이 연출을 맡고 김민희가 출연했다.

칸 현지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지만 ‘그 후’는 유력한 수상 후보작 가운데 하나다. 지난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도 수상의 기쁨을 누린 홍 감독은 최근 물오른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워낙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감독인 데다 좋은 평에도 불구하고 세계 3대 영화제에서의 상복은 그리 많지 않았던 홍 감독이 드디어 상을 받기 시작했다.

만약 ‘그 후’가 주요 부분에서 수상을 하게 된다면 문화체육관광부의 고민은 더욱 복잡해진다. 만약 황금종려상이나 심사위원대상, 감독상 가운데 하나를 수상하게 된다면 이는 분명 한국 영화계의 축복이다. 그리고 홍 감독은 바로 대통령 축전 대상이 되고 훈장 수여 대상도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성 당시 김기덕 감독이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자 김 감독에게 긴 편지를 직접 보낸 바 있다. 이에 김 감독은 “진심이 가득 담긴 감동적인 보내주신 문재인 님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그 후’가 주요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될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영화계 경사가 된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이 축전을 보낼 지 여부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급부상할 수 있다.

‘그 후’로 김민희가 또 다시 여우주연상을 거머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데가 칸 현지에선 권해효의 연기력에 큰 호응이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권해효의 수상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홍 감독의 영화지만 아무래도 권해효가 남우주연상을 받는다면 불륜 논란에선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그후'가 칸 영화제 수상을 둘러싼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데일리안DB

문화체육관광부의 또 다른 고민은 영화 ‘옥자’에도 있다.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이 영화 역시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옥자’는 한국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한국 배우들이 출연해 할리우드 스타들과 호흡을 맞췄으며 촬영의 일부도 한국에서 이뤄졌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국적은 미국이다. 한미 합작도 아닌 미국 영화다. ‘제작비의 20% 이상을 한국영화사가 투자해야 한다’는 영화진흥위원회 ‘공동제작 영화의 한국영화 인정’ 기준에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옥자’가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될 경우에도 한국영화가 아닌 미국영화라는 국적 논란이 어느 정도 화제가 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형평성이다. 기존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자들은 대통령 축전과 훈장 수여라는 절차를 밟아왔고 이런 부분이 당연한 수순으로 어느 정도 굳어져 왔다. 그런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김민희에서 이런 흐름에 균열이 생겼다.

그런데 홍 감독과 김민희를 제외한 다른 영화인의 수상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홍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불륜 논란과는 무관한 권해효가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되거나 봉 감독의 ‘옥자’가 수상하는 경우다. 이들에게 대통령 축전이 전달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훈장 수여를 건의할 경우 김민희와 형평성이 어긋나기 때문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수상 당시와 달리 지금은 문재인 정부가 정식 출범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 축전 여부도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뿐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유심히 지켜보며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에선 여전히 김민희의 훈장 수상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생활과 공적인 영역은 분리돼야 한다며 훈장 수상을 주장하는 입장과 불륜 논란으로 국민 정서에 크게 벗어나는 행보를 보인 이들에게 훈장을 수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 칸에서 수상 소식이 전해질 경우 이런 논란은 더욱 뜨거워 질 전망이다.

스팟연예 기자 (spote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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