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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으로 넘긴 신태용 감독, 승리 DNA는 어디로?


입력 2017.05.31 11:04 수정 2017.05.31 11:06        천안종합운동장 = 김평호 기자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 이어 또 다시 토너먼트 악몽

승리를 통해 얻는 경험도 패배만큼 무시 못해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한국과 포르투갈의 16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경기 중 물을 마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신태용 감독이 또 토너먼트에서 쓴잔을 들이켰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17년 FIFA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1-3으로 완패했다.

34년 만에 4강 신화 재현을 노렸던 대표팀은 조별리그 2연승으로 승승장구했지만 16강에서 마주친 포르투갈의 벽을 넘지 못하고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은 강했다. 앞서 조별리그 최종전에서야 가까스로 16강을 확정 지은 포르투갈이지만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카운트 어택으로 유럽의 강호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포르투갈은 전반 두 번의 유효슈팅으로 한국의 골망을 모두 가르는 결정력을 과시했다.

전반 9분에는 알메이다가, 27분에는 코스타가 각각 골을 기록했다. 이 중 한차례는 크로스가 수비 맞고 굴절된 것이 완벽한 슈팅 찬스로 이어지는 불운도 있었지만 한 차원 다른 결정력으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아나갔다.

분명 한국을 상대로 최고의 결정력을 보여줬만 신태용 감독의 생각은 좀 다른 듯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직후 “연속 두 방에 두 골을 내 준 것이 패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운이 좋으면 수비 몸에 맞아도 나쁜 각도로 가는데 포르투갈이 운이 따랐다. 슈팅 두 방에 선수들이 위축이 되면서 패한 경기”라고 평가했다.

물론 운이 따른 것은 사실이다. 굴절된 공이 상대 공격수가 슈팅하기 좋은 곳으로 흐르지 않았으면 한국은 초반 위기를 넘기고 대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득점을 기록한 알메이다와 코스타의 결정력이 워낙 뛰어났다. 두 골 모두 이번 대회 선방쇼를 펼치던 송범근 골키퍼의 손이 미칠 수 없는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 들어갔다.

실점을 허용한 과정 역시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운이 좋았다고 하기에는 그 전에 한국 수비진이 너무 헐거웠다. 전반 9분 선제골을 허용한 장면에서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 이유현이 무리하게 전진하다 뒷공간을 파고드는 히베이루를 완전히 놓치며 크로스를 허용했다.

전반 27분 실점 장면에서도 1차적으로 측면이 허물어졌고, 수비 집중력만 높았으면 충분히 실점을 줘도 되지 않았을 상황이었다. 단지 포르투갈의 득점이 운이 좋았다는 신태용 감독의 발언이 유감스러운 이유다.

여기에 신태용 감독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전술로 또 한 번 패착을 낳았다. 지난 리우 올림픽에서 공격적으로 나서다 복병 온두라스에게 덜미를 잡힌 것과 유사하다.

이에 대해 신태용 감독은 “홈에서 하는 경기고, 축구 팬들을 위해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상대를 프레싱해서 들어갔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 조직에서 미스가 나서 아쉽다”면서도 “수비 축구를 해서 물론 이기면 좋겠지만 한국 축구가 성장하려면 상대와 대등하게 경기하면서 이기는 것이 한 걸음 더 발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의 발언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재미있는 공격축구를 구사하는 신 감독의 철학이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선수들은 패배 속에서 값진 경험을 얻는다.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자기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되고, 더욱 발전의 계기로 삼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승리를 통해 얻게 되는 경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강한 상대에게는 수비를 통해 패배를 당하지 않고, 어려움 속에서도 토너먼트에서 한 계단씩 올라가며 쌓는 경험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조기 탈락을 통해서만 값진 경험을 얻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이기는 경기를 계속하고, 보다 높은 곳으로 진출하면서 얻을 수 있는 성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신태용 감독의 공격 축구는 조별리그에서는 팬들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지만 결과적으로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했다.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U-20 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보다 높은 자리를 경험해 보고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이제 더는 홈 팬들 앞에서, 세계의 강호들과 경기를 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언제까지 한국 축구는 패배 속에서만 값진 경험을 얻어야 하는 것일까.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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