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전용기 간담회에서 '새파랗게 질린' 두 사람
난기류에 경호팀 "자리로 모셔라"…강 장관 '휘청휘청'
기자단과 첫 간담회서 '소통 의지'…기자들도 "대박!"
28일 오후 2시 30분. '공군1호기' 맨 뒤편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등장하자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좌석 제일 앞쪽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자연스럽게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한 듯 거침없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15분 넘게 이어지던 순간 난기류를 만난 공군1호기는 크게 출렁거렸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들도 넘어질 듯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바로 옆자리에 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크게 놀란 표정으로 붙잡을 곳을 찾기도 했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에게 기댈 순 없었다. 까치발을 들어 천장을 손으로 집으며 겨우 중심을 잡아 버텼다.
강 장관의 왼쪽에 있던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이 넘어지지 않게 손으로 허리를 받히기도 했다. 반대쪽에 있는 권혁기 춘추관장도 문 대통령의 팔을 붙잡고 지탱했다. 청와대 홍보실 수장들이 '기내 경호원'이었다.
일반 여객기였다면 "자리에 앉아 좌석벨트를 착용해 주십시오"라는 안내방송이 나올 상황이었다. 경호실 입장에선 문 대통령이 실제 넘어지기라도 했다면 '경호실패'로 간주된다. 문 대통령 뒤편에 서 있던 주영훈 경호실장의 표정은 굳어졌다.
"자리로 모셔야 한다" 경호실장 만류에도 '멈추지 않은' 간담회
하지만 문 대통령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답변을 이어갔다. 옆자리에 함께 선 참모들도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간담회를 뒤에서 지켜보던 의전·경호 참모들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기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자리로 모셔야한다"며 경호실장에게 간담회 중단을 요청했다. 주 실장은 문 대통령 옆 자리에 있던 윤 수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손으로 'X'표시로 중단 신호를 보냈다.
메시지를 받은 문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요동치는 기내에서 수차례 발언이 끊기고, 몸을 가누기 어려운 너울이 반복됐지만, 멈추지 않았다. 놀이동산 '롤러코스터'를 타고 간담회를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결국 주 실장이 앞으로 나서서 "규정상 앉아 계셔야 한다"며 간담회 중단을 강하게 어필했다. 기자단 좌석을 향해 두 손사래를 치며 호소했다. 당장 강 장관은 더 버티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예정된 마지막 질문인 '휴가계획'에 대해 "아직 계획은 없지만, 연차휴가는 모두 소진할 계획"이라고 짧게 답한 뒤 자리를 이동했다. 간담회가 끝나자 주 실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 장관도 비슷했다. 질렸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첫 간담회에 대한 청와대 출입 기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그동안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기다려온 메마른 기자석을 적신 단비였다. "저런 상황에서도 계속 간담회를 진행한 건 대박이었다", "경호실장도 못 말리는 간담회였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