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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편한' 해외직구, 건강기능식품 구매는 문제없나


입력 2017.06.30 06:00 수정 2017.06.30 05:55        손현진 기자

의약품에 비해 인체에 영향 크지 않지만 무분별한 섭취는 위험

중고 사이트에서도 버젓이 유통…일부 식품은 유해물질 검출되기도

최근 해외 사이트에서 건강기능식품(건식)을 직접 구매해 복용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생리전증후군(PMS)을 겪던 20대 여성 A씨는 지난 5월 인터넷을 통해 관련 증세에 좋다는 해외 건강보조제를 알게 됐다. A씨는 해외직구(해외직접구매)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제품 중 함량이 높을수록 효과도 클 것이라는 생각에 가장 높은 함량의 제품을 구입했다. 이후 A씨는 해당 제품을 복용하면서 PMS 증상이 완화되는 것을 느꼈지만 부정 출혈, 생리불순, 피부 트러블 등의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최근 A씨처럼 의사의 진료나 약사의 복약지도를 받지 않고 해외 사이트에서 건강기능식품(건식)을 직접 구매해 복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예전에 비해 구입이 쉬워지고, 구매 창구가 다양해 진 해외직구의 인기에 힘입어서다. 해외직구가 싸고 편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건식 구매에 대한 소비자 피해 역시 우려되고 있다.

국내 해외직구 규모는 지난해 1조9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3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해외직구 이용자 가운데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27.7%로 의류·신발(63.4%)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건식은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의약품에 비해 인체에 영향이 크지 않아 온라인 거래에 대한 규제도 비교적 가볍다. 하지만 특정 영양소가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에 일반 식품처럼 무분별하게 섭취하면 위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서울 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한 약사는 "의약품에 비해 건강식품이나 영양제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겠지만, 해외직구의 경우 복약지도가 어렵고 오남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행 약사법에서는 의약품의 온라인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법은 본인 사용을 전제로 6병까지 반입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구매자들이 향정신성 약물 구입 등에 악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상충되는 법 체계도 식·의약품 해외직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문제는 날로 커져가는 해외 식·의약품의 인기가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씨가 복용한 건식의 경우도 주의해서 복용하지 않으면 부작용을 겪을 수 있지만 현재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별다른 제재없이 유통되고 있다. 판매를 알리는 글에서도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3월에는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다이어트와 성기능 개선의 효과를 앞세워 판매한 일부 식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106개 제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20개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식약처 측은 "의약품 판매 문제로 식약처가 차단 조치한 해외 사이트만 1년에 1만 개가 넘는다"면서 "사이트 차단만으로는 소비자 피해를 모두 다 예방할 수는 없고,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소비자 스스로 해외직구를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 주무부처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구매와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을 알리고 바른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 설정 등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채규 대한약사회 홍보팀 차장은 "최근 해외 사이트에서 낙태 약을 판매해 이슈된 적이 있었는데, 이같은 의약품들이 온라인으로 유통되면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관계당국이 감시한다고 해도 포털 사이트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일부 의약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사이트 운영 주체가 이를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강력한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해외직구의 인기로 인한 시장 축소도 우려할 수밖에 없겠지만, 무엇보다도 약이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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