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시장 甲’ 레알 마드리드, 손해 없다?
앙헬 디 마리아 7500만 유로가 역대 최고액
선수층 두꺼워 팔아도 안 팔아도 그만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서는 암묵적 룰 하나가 있다. 바로 레알 마드리드의 전략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UEFA 챔피언스리그(유러피언컵 포함) 우승 트로피를 12번이나 들어 올린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명문 클럽이다.
창단 후 이렇다 할 암흑기 없이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으며 리그에서만 33회, 국왕컵 19회, 챔피언스리그 12회, 유로파리그 2회 등 메이저 타이틀만 무려 66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5대 빅리그(스페인, 독일, 잉글랜드, 이탈리아, 프랑스)를 통틀어 최다 우승 횟수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선수들의 최종 목적지가 레알 마드리드인 것은 당연지사다. 실제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00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날 당시 “마드리드에서 뛰는 것이 축구 선수로서의 꿈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2000년대 이후로는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슈퍼스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데이비드 베컴, 루이스 피구 등으로 구성된 ‘갈락티코 1기’를 비롯해 지금 이어지고 있는 2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슈퍼 甲(갑)’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데, 레알 마드리드가 원한다면 그 어떤 선수라도 반드시 데려온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는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카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레스 베일까지 역대 최고 이적료 경신을 5번이나 이뤄낸 것으로 증명된다.
선수를 내줄 때도 뚜렷한 철학이 있다. 팀의 핵심 멤버 유출은 당연히 없으며 최고 기량을 선보이는 선수를 팔 때에는 대체자 마련이 확보된 뒤에야 이뤄진다. 물론 ‘안 팔아도 그만’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시장 가격보다 훨씬 높은 금액에 거래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레알 마드리드에 선수를 내주는 클럽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엄청난 전력 손실과 이적료 확보를 동시에 경험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불필요한 자원 고민을 해결함과 동시에 돈까지 번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지금까지 레알 마드리드가 거둬들인 가장 높은 이적료는 2014-15시즌 맨유로 이적한 앙헬 디 마리아로 당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액인 7500만 유로(약 976억 원)에 거래됐다.
이전 시즌 가레스 베일의 입단으로 포지션이 겹쳤던 디 마리아는 중앙 미드필더로 성공적인 변신에 성공했고, 챔피언스리그 라 데시마(10번째 우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하지만 이듬해 주급 협상에서 난항을 보인데다 벤치 멤버로 전락하자 맨유가 평가액인 5000만 유로(트랜스퍼마크트 기준)보다 훨씬 높은 액수에 데려갔다.
가레스 베일의 이적은 디 마리아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었다. 이전 시즌 아스날로 떠난 메수트 외질이 첫 번째 희생양이었다. 호날두조차 외질의 이적을 아쉬워할 정도였는데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 당시 최고액인 4700만 유로(약 611억 원)를 안겨주고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선수들 대부분은 유니폼을 바꿔 입어도 클래스가 변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질과 곤살로 이과인, 아르연 로번 등이 빅클럽의 에이스로 대접받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내주고 있음에도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 전선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는 게 역사로 증명되고 있다. 알바로 모라타의 이적료를 다소 과한 9000만 유로(약 1171억 원)로 책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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