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속도 조절하는 미 연준, 안도하는 한국은행
미국의 긴축속도 늦춰지면서 동결기조 유지 한은은 부담 덜어
통화긴축을 주도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신호가 약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한국은행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한은 입장에서는 미국의 통화긴축 속도 조절로 인해 한미간 금리 역전 속도도 덩달아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로 동결했다. 현 금리수준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올린 미국(1.00~1.25%)과 같다. 미국 연준이 올 하반기에 또 한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하게 되면 미국의 금리가 한국의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로써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긴축에 속도를 내는 동안 이를 따라가지 못한 한은으로서는 속이 탈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미간 금리 역전차가 현실화되면 외국인 자본 이탈로 금융시장에도 혼란을 가중 시킬 우려가 있어서다.
시장안팎에서도 한미간 금리 역전이 임박해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적극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금융시장 안정에 역점을 두고 있는 한은 역시 미국 연준의 행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통화정책방향문에서도 한은은 통화정책의 고려 변수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를 가장 우선순위에 뒀다. 이는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을 정할때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적극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점은 주요국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선회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통화긴축을 이끌어 온 미 연준이 최근 낮은 물가로 인해 통화긴축 스탠스가 약화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다른 국가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그간의 행보를 뒤집는 발언을 통해 미국의 금리인상이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판단했다.
옐런 의장은 "현재 정책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지만 과거 수준까지 인상될 필요는 없다"며 "자산 축소가 연내 시작될 수 있지만 금리 인상과의 병행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긴축에서 방향성을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사실상 미국이 긴축속도를 늦추고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기조로 한발짝 나가면서 보조가 맞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초만해도 일각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적극 검토해야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이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그만큼 국내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서다. 사실상 미국이 긴축으로 방향을 틀면서부터 한은은 금리인상 압박을 꾸준히 받아왔다.
하지만 한은은 현재 1400조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에 따른 리스크를 고려해야하는 만큼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할 수 밖에 없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위해서는 경기를 떠받치는 지표들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수출이나 기업의 투자는 회복세를 띠고 있지만 소비지표는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에서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예상보다 빠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 금리인상은 빨라야 내년 2분기가 될 전망"이라며 "2번째 인상까지도 6개월과 그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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