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에 웃는 한국금융지주, 속쓰린 NH투자증권
금투업계 IB 양강…인터넷은행 투자성과 온도 차 극명
한국금융 주가도 상대적 선전, 전문가 "상황 더 지켜봐야"
카카오뱅크가 출범 후 메가톤급 흥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든 국내 두 대형 금융투자회사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카카오뱅크 지분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며 공격적으로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든 한국투자증권의 대주주 한국금융지주는 기대 이상의 흥행에 함박웃음을 짓는 반면 시장 선점에도 카카오뱅크 돌풍에 묻혀버린 케이뱅크의 대주주 NH투자증권은 속앓이를 하게 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출범 닷새만인 지난달 31일 101만 계좌를 유치했다. 지난 4월 시장에 선진입했던 케이뱅크가 같은 기간 약 10만 계좌를 모집한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빠른 속도다. 케이뱅크는 출범 세 달이 지난 현재 유치계좌수가 44만좌 정도다.
계좌뿐만 아니라 여·수신액에서도 카카오뱅크가 앞서고 있다. 현재까지 카카오뱅크의 여신액은 3230억원, 수신액은 3440억원이다. 케이뱅크가 여·수신액 각각 6300억원, 6900억원을 기록하고 있지만 케이뱅크는 출범 100일이 지났다.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의 여·수신액을 따라잡기까지 일주일이면 충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의 흥행 자체보다 두 인터넷은행에 선제적으로 투자를 한 한국금융지주와 NH투자증권, 두 대형 금융투자회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IB(투자은행) 수익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온 두 대형회사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성과를 통해 대리전을 치루는 양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투업계는 아직 이르지만, 흥행면에서 현재까지 인터넷은행 투자로 재미를 본 쪽은 한국금융지주로 보고 있다. 흥행 돌풍을 일으킨 카카오뱅크 지분의 58%를 소유하며 자회사로 편입시킨 한국금융지주는 오랜 숙원이었던 은행업 진출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를 통해 투자금융지주에서 은행계 지주사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주가 오름세도 뚜렷하다. 지난달 28일 전반적인 하락장 속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추락했던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실적이 알려지기 시작한 31일(3.49%), 1일(2.25%) 연속으로 상승하며 하락 전 주가를 거의 회복했다.
반면 케이뱅크 지분의 10%를 소유한 대주주 NH투자증권은 사상 첫 인터넷은행 사업 투자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지난 4월3일 출범 당시 가입자수 10만 명을 돌파하며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지만, 출범 5일간 NH투자증권의 주가는 6일(0.62%) 단 하루를 제외하곤 꾸준하게 1%대의 내리막길을 걸었다.
다만 금투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매개로 폭발적으로 확장한 카카오뱅크의 약진이 더 속도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플랫폼을 가진 카카오뱅크의 초반 확장력은 예상했던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어 케이뱅크의 행보도 '더 두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케이뱅크도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 속 여신 5000억원을 100일도 안 돼 초과 달성하는 등 흥행에 실패한 것이 아니다"며 "향후 유상증자 상황 등을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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