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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100일] ‘적폐 굴레’ 평창 스타디움, 사후 대책 전무?


입력 2017.08.14 08:10 수정 2017.08.14 09:51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개·폐회식장 수 차례 수정 끝에 1100억 원 들이기로

문제는 대회 후 부분 철거, 사후 대책 전혀 없어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의 성공 개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 연합뉴스

“새 정부의 국정 제1과제로 선정하고 대회지원위원회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

문재인 정부가 오는 17일 출범 100일째를 맞는 가운데 코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올림픽 성공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선거 운동 기간, 강원도를 방문 할 때마다 평창 올림픽의 성공을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군의 인구는 5만에 불과하며 강원도의 재정 자립도 역시 전국 최하위(18%) 수준에 그치고 있다. 관중 동원이 걱정되는 것은 물론 경기장과 시설 등이 일회성 이벤트로 사용된 뒤 방치된다면 엄청난 부채에 시달릴 것이 불 보듯 빤하다.

무엇보다 평창 올림픽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이권 개입 흔적이 진하게 묻어있는 곳이다. 이로 인해 ‘적폐’라는 오명 하에 국민적 관심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개최권을 반납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기도 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올림픽 개막 200일을 앞두고 열린 행사에서 자신이 직접 홍보대사를 자청, 성공 개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추가경정 예산안에 557억 원 규모의 평창 올림픽 지원금을 포함시켰다. 추경의 핵심이 일자리 중심이었던 만큼 소비적 성격이 강한 올림픽 예산은 제외될 것을 보였지만 문재인 정부는 성공 개최를 위해 여야 합의 후 예산을 집행했다.

올림픽 예산 중 절반에 가까운 230억 원이 국내외 홍보비로 사용될 전망이다. ‘적폐’라는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국가적 부흥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여기에 문화 올림픽 붐업 조성과 도시경관 개선 사업 등에도 200억 원 가까이 예산이 투입된다. 성공 개최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작부터 실타래가 꼬여버린 올림픽이라 개최와 대회 진행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만으로도 기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의 진정한 성공은 대회 이후에 대한 조처다.

개·폐회식이 열릴 평창 올림픽 플라자는 대회 후 부분 철거된다. ⓒ 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올림픽 주경기장이다.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위치한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은 3만 5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중대형 경기장이다. 하지만 올림픽 스타디움은 실제 경기가 아닌 개·폐회식 용도로만 사용되고 메달 플라자는 시상식을 위해서만 쓰인다. 이를 위해 투입된 건설비는 635억 원에 이른다.

현재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아쉽게도 이 경기장은 시한부 운명에 놓여있다. 페럴림픽까지 포함해 두 차례 개·폐회식이 끝나면 부분 철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7층으로 지어진 올림픽 플라자는 대회 후 3층으로 축소되는데 5000석 규모로 탈바꿈하게 된다. 철거 및 리모델링 비용만 305억 원이다.

즉, 평창 올림픽 플라자는 네 번의 행사(패럴림픽 포함 개·폐회식)를 하기 위해 보상 및 감리비까지 포함, 1100억 원의 돈을 쏟아 붓는 ‘밑 빠진 독’이 되고 말았다.

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철거 이유에 대해 “인구 4000명의 횡계리에서 3만 5000석 규모의 경기장을 유지 및 관리하는 게 버겁다”며 “다만 2019년 11월까지 공연장과 기념관, 생활체육시설 등이 들어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사후 활용 설계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평창 올림픽의 총 소요예산은 2조 8000억 원 수준이다. 동계올림픽 역대 최고액이 들어간 2014 소치 올림픽의 500억 달러(약 54조 원)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지만, 많은 돈을 들인다고 성공적인 개최를 하는 것은 아니다.

소치의 경우에는 도시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인 것은 물론 러시아 정부가 세계인이 꾸준히 찾을 수 있는 관광지로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월드컵과의 연계다. 소치 올림픽 개·폐회식장으로 사용했던 피시트 스타디움은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6월 2017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를 치렀다. 그리고 내년 열릴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의 경기장으로도 활용된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건설한 경기장을 재사용하는 예는 수두룩하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의 개·폐회식장이었던 VC 올림픽 스타디움 이탈리아 세리에A 토리노FC의 안방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메인스타디움인 BC 스타디움 역시 1983년 건설된 경기장을 리모델링한데 이어 이영표가 몸담았던 미국 프로축구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홈구장으로 사용 중이다.

올림픽의 성공 개최는 물론 대회 후 사후 관리 역시 중요하다. ⓒ 청와대

당초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장은 알펜시아 스키점프장을 확장해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히며 새로운 장소 물색에 나서야 했다. 철저한 준비 없이 유치에만 몰두해 발생한 비극이었다.

그러자 조직위원회는 평창군 횡계에 위치한 고원훈련장을 차선책으로 내놓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발목 잡았다. 이후 예산상의 이유로 강릉종합운동장 리모델링을 제시한 정부의 의견 역시 “개·폐회식은 주최 도시에서 열려야 한다”는 평창 주민들의 목소리에 지금의 올림픽 플라자가 지어지게 됐다.

잘못된 점을 알았다면 고치고, 더 나은 방안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진정한 ‘적폐 청산’이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의 굴레가 쓰인 평창 올림픽을 성공으로 이끌려 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부의 시선이 대회의 개막부터 폐막까지만 바라본다는 점이다.

개·폐회식이 열릴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은 축소한 뒤에도 연간 4~50억 원의 만만치 않은 사후 관리비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인구 4만 3000여명에 재정자립도가 11%에 불과한 평창군이 이를 감당할리 만무하다. 성공 개최 못지않게 대회 후 후속 조치 방안을 내놓아야 할 숙제를 안게 된 문재인 정부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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