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투자수익률 '역대 최저'…"씀씀이만 커졌다"
올해 상반기 운용자산이익률 3.71%…조사 이래 가장 낮아
투자로 번 돈도 늘었지만…눈덩이처럼 불어난 비용에 발목
보험 영업보다 커진 중요성…IFRS17 맞물려 역마진 우려↑
생명보험업계의 투자 효율성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늘고 있음에도 관련 비용이 훨씬 더 크게 불어나는 탓이다.
본업인 보험 영업보다 자산운용이 회사의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다 재무 부담을 키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까지 앞두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투자 수익률이 중요해진 상황 속 생보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1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25개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평균 3.71%로 전년 동기(3.97%) 대비 0.26%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운용자산이익률은 생명보험협회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5년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지난해 3.92%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4%대 아래로 내려온 후 더 악화된 수치다.
생보사별로 봐도 최근 1년 새 운용자산이익률이 떨어진 곳이 17개로 3분의 2가 넘었다. 오른 곳은 8곳에 불과했다.
투자 수익률이 가장 많이 떨어진 생보사는 동양생명이었다. 동양생명의 올해 상반기 운용자산이익률은 2.77%로 지난해 같은 기간(4.02%)보다 1.25%포인트 하락했다. 조사 대상 생보사들 가운데 이 기간 1%포인트 이상의 하락폭을 보인 곳은 동양생명이 유일했다.
이밖에 ▲메트라이프생명 0.92%포인트(3.93→3.01%) ▲현대라이프생명 0.72%포인트(4.20→3.48%) ▲PCA생명 0.71%포인트(4.30→3.59%) ▲알리안츠생명 0.65%포인트(4.40→3.75%) ▲삼성생명 0.54%포인트(4.10→3.56%) 등이 0.5%포인트 이상 운용자산이익률이 떨어졌다.
반면 운용자산 이익률이 확연히 개선된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았다. 상승을 기록한 생보사 가운데 절반 이상인 5곳의 상승폭은 0.01%포인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1.77%에서 3.53%로, AIA생명이 3.42%에서 5.16%로 각각 1.76%포인트와 1.74%포인트 상승하며 눈길을 끈 정도였다. 미래에셋생명도 3.72%에서 4.40%로 0.68%포인트 올랐다.
문제는 투자 수익이 아닌 비용이다. 자산을 굴려 벌어들이는 돈이 분명 눈에 띄게 늘었지만, 이 과정에서 나가는 돈이 너무 많아진 점이 수익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생보사들의 올해 상반기 투자영업수익은 18조3252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601억원) 대비 32.2%(4조4651억원) 증가했다. 그런데 투자영업비용이 같은 기간 2조8308억원에서 6조6914억원으로 136.4%(3조8606억원) 급증하면서 투자 효율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실이 생보사들에게 더욱 뼈아픈 이유는 이익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사업인 보험 영업보다 투자의 성과가 회사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에서 투자 수익률 악화는 생보사들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생보사들의 올해 상반기 보험영업이익은 7조3788억원으로 전년 동기(11조2955억원) 대비 34.7%(3조9167억원) 급감했다. 그 사이 투자영업이익이 11조292억원에서 11조6337억원으로 5.5%(6045억원) 늘면서 보험영업이익을 추월한 상황이다.
특히 IFRS17 적용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생보사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지고 있다. 2021년 본격 시행되는 IFRS17의 핵심은 보험사들이 향후 내줘야 할 보험금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내용의 IFRS17이 투자 수익률 하락과 맞물려 생보사들의 부담을 더욱 증폭시키는 이유는 과거 자산 규모를 키우기 위해 높은 이율을 보장해주며 대거 판매했던 저축성 보험들 때문이다. 해당 상품을 판매하고 약속한 고금리를 메꾸기 위해 생보사들은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금을 잘 운용해 그 이상의 투자 수익률을 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한 역마진 상태에서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는 그 만큼 부채를 쌓아야 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확정 금리형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아온 생보사들일수록 역마진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며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투자 이익률 악화와 IFRS17이 겹쳐지면서 외형 성장을 위해 취했던 저축성 상품 확대 전략이 생보사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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