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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2심]삼성 "나무 없는데 숲이 있다고 판단...부정한 청탁 없어"


입력 2017.10.12 19:51 수정 2017.10.13 08:34        이홍석 기자

개별현안 인정 없이 포괄적 현안 청탁만 인정한 1심 판결 오류 지적

"항소심, 증거재판주의 적용돼야"...특검 "모든 현안에 청탁 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312호 중법정에서 개최된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개별현안 인정 없이 포괄적 현안 청탁만 인정한 1심 판결 오류 지적
"항소심, 증거재판주의 적용돼야"...특검 "모든 현안에 청탁 있어"


“이재용 부회장이 어떠한 대가를 바라고 대통령의 요청에 응한 것이 아니고 이에 대한 증거도 없다. 삼성 측에서 그 누구도 청와대에 현안에 대한 청탁을 요청한 바가 없다. 1심 판결은 나무가 없는데 숲은 있다고 판단한 것과 다름이 없다.”

삼성측 변호인단 소속인 이현철 변호사(법무법인 기현)는 12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312호 중법정에서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개최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에서 1심판결의 오류에 대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날 재판은 항소심 첫 재판으로 1심에서 다뤄진 쟁점 사안에 대해 특검과 변호인단의 프리젠테이션(PT) 발표와 함께 양측이 서로 반론과 재반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변호사의 이같은 발언은 1심 재판부가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은 인정하면서도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변호인단 "개별 현안 청탁 존재하지 않는데 포괄적 현안 청탁 존재?"
1심은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해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했으며 이를 위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게 승마지원을 하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했다면서 이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순환출자 해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 등 개별 현안에 대해서는 청탁했다고 인정하지 않으며 무죄로 판단했다.

변호인단은 1심에서 인정된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대가관계를 위한 묵시적 청탁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줄곧 주장해 왔다.

이 변호사는 원심이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고 이 부회장이 대통령의 요구가 승계작업에 대한 대가인지 인식했는지 여부도 면밀히 살펴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심이 인정한 승계작업은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막연한 가능성에 불과해 의미가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는 청탁이 아니다”면서 “이 부회장은 대가관계에 대한 인식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별한 현안이 없었다고 해도 대통령의 요구에 불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이는 헌법 재판소도 판결을 통해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장상균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도 청탁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직무행위와 대가성을 판단할 정도로 구체성이 담보돼야 하고 당사자간 공통의 인식과 양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변호사는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추상적인 가능성으로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이뤄졌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1심 판결은 청탁 대상과 직무 내용을 구체화하지 않은 채 추상적인 것만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이보다 앞선 오전 재판에서도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유죄라는 무리한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인재 대표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1심 재판부가 인정한)묵시적 청탁이 인정되려면 관계자들 사이에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증거나 증명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고 인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심에서는 증거재판주의 죄형법정주의가 철저히 적용될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검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도 인정돼야...재단 지원도 유죄"
이에 대해 특검은 1심 재판부가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는 오류를 범했다면서 포괄적 현안 뿐만 아니라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이 있었으며 그 성격도 명시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특검 측 강백신 특검 파견검사(울산지검)는 “비공개 독대라는 방식으로 현안에 대한 청탁이 있었고 자금 지원 교부가 있었기 때문에 대가 관련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봐야 합당하다”며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있지만 최소한 개별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라도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미르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204억원)도 공익성에 대한 사전 검증도 없이 이뤄진 것으로 공정성이 결여된 것인 만큼 유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삼성은 대통령과의 유착 관계를 바탕으로 재단 지원 외에 승마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등 상대적으로 지원 규모가 커 재단 지원만 한 다른 기업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음을 강조했다.

강 검사는 “삼성은 지원이 공익적인 차원이었다고 하지만 재단과 센터가 사적단체로 이전에 공익적 활동을 한 적도 없는 단체였다”며 “이런 단체에 아무런 검증도 하지 않고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날 재판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 최지성 전 부회장, 장충기 전 사장,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 등 5명 피고인들이 지난 8월 25일 1심 선고 이후 48일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을 비롯,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 등 구속 피고인들도 모두 수의 대신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 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오전 6시부터 방청권을 받기 위한 대기줄이 형성되는 등 70~80여명이 몰려 재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일반 방청권은 32석이 배정돼 절반 이상이 방청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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