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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한 김경문, 묘한 김성근 기시감 ‘왜?’


입력 2017.10.19 15:09 수정 2017.10.20 13:3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믿음의 야구 내려놓은 대신 한 박자 빠른 교체

스승인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과 상당히 비슷

김경문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서 한 박자 빠른 교체를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NC 다이노스의 이번 포스트시즌 슬로건은 ‘One More Step’, 즉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는 뜻이다.

NC는 가을 야구 첫 경험이었던 지난 2014년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고, 이듬해에는 플레이오프서, 그리고 지난해에는 다시 PO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 계단씩 올라갔던 점에서 착안, ‘One More Step’은 올 시즌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야심한 포부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규 시즌 성적이 4위로 내려앉은 탓에 이 슬로건을 믿는 이들은 드물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NC 선수들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맞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뒀고, 디펜딩 챔피언 두산을 상대로 1승 1패 호각지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무기력하게 탈락의 고배를 마시던 NC가 달라진 비결에는 역시나 김경문 감독이 자리하고 있다. ‘믿음의 야구’의 대명사인 김 감독은 선수가 부진하더라도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올 시즌만큼은 아니다.

먼저 ‘퀵 후크’(3실점 이하 투수 6회 이전 교체) 지시가 눈에 띈다. 사실 NC는 올 시즌 53번의 가장 많은 퀵후크가 있었던 팀이다. 선발 조기 교체가 잦은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이 시즌 초반 물러나자 김경문 감독이 이 타이틀을 가져왔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마찬가지다. NC는 8번의 가을 야구 경기를 치르며 벌써 3번의 퀵 후크가 있었다. 선발이 일찍 내려가는 대신 필승조들이 나머지 이닝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여기에 투수 교체 타이밍은 이닝 후 아닌 이닝 도중이 잦았다. 상대의 흐름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집중력이 결여된 선수들도 가차 없이 내치는 김경문 감독이다. 박석민은 지난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경기 초반 연달아 실책성 플레이를 저질렀고, 결국 교체 아웃됐다. 96억 몸값의 선수를 중요도 높은 경기서 빼기란 쉽지 않다.

김성근과 김경문은 스승과 제자, 그리고 애증의 관계다. ⓒ 연합뉴스

10년 넘게 야구를 즐긴 팬들이라면 기시감이 드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성근 감독이다.

김성근 감독은 철저하게 데이터에 입각해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투수 교체, 그리고 선수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는 기용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래서 SK 시절 왕조의 기치도 들어 올렸고, ‘야신’이라는 닉네임까지 얻게 됐다.

김성근과 김경문의 인연도 남다르다. OB 시절, 사제지간으로 만난 두 사람은 2000년대 후반 숱한 명승부를 펼친 SK와 두산의 사령탑으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승자는 언제나 스승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는 2007년부터 2년 연속 한국시리즈서 두산을 물리쳤고, 2009년 플레이오프에서도 제자의 우승 꿈을 앗아갔다.

애증의 관계에 놓일 법도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이후 자신의 스타일을 바꿔 많은 훈련량을 지시함과 동시에 불펜에 비중을 두는 투수 운용을 펼치고 있다.

닮은 점은 또 있다. 플레이오프 2차전은 6회 대량 득점에 성공한 두산이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이후 7회에는 NC 투수 최금강이 김재호, 박건우를 잇달아 맞히는 논란의 사구가 나왔다.

벤치의 지시였는지, 선수 본인의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손에서 볼이 빠진 제구 난조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정황상 고의로 선수를 향해 던지는 ‘빈볼’일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다. 승부는 이미 기울었지만 분위기마저 내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시절이던 2007년, SK와의 한국시리즈서 먼저 2승을 거두고도 내리 4연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당시 불타오르던 두산의 기세는 2차전서 발생한 벤치클리어링으로 인해 흥분으로 뒤바뀌었고, 겨우 침착함을 되찾았을 때에는 이미 승부가 기운 뒤였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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