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압박 속, 누가 웃었나?...SKT ‘표정관리’
정부“보편요금제보다 완전자급제 먼저”
기대 못미친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한숨 돌린 SKT
100일짜리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출범하면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논의가 급물살을 탄 가운데, 통신3사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 미미한 수준에서 끝났고, 가입자당 평균매출액(ARPU) 감소 효과가 큰 보편요금제 이슈는 완전자급제에 밀려 한 풀 꺾였다. 완전자급제 도입시 이득이 가장 큰 곳은 SK텔레콤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속에서 SK텔레콤만 조용히 웃는 이유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비 인하 대책 관련, SK텔레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통신비 정책협의회를 통해 내년 3월까지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보편요금제에 관한 결론을 내겠다고 발표하면서, SK텔레콤에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형국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휴대폰 구입과 통신서비스 가입 분리를 통해 통신시장을 바로 잡고,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골자이다 그러나 기존 유통 구조를 완전히 뒤바뀌는 만큼 제조사는 물론 KT와 LG유플러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조차 신중하게 접근을 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적극적으로 찬성의 뜻을 밝히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올해 국정감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단말기와 통신비가 분리되면 가계통신비 인하에 도움될 것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서는 SK텔레콤이 표면상 통신비 인하 효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1위 사업자 위치를 공고히 하는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돼 통신사가 단말기 유통에서 손을 떼고, 통신 서비스에만 관여하게 되면 결국 통신 품질이나 브랜드 인지도에 대한 영향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SK텔레콤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같거나 커진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한 결과에 상관없이 완전자급제 시행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통신사로서는 선택약정할인, 보편요금제 논의가 후순위로 밀려 자연스레 축소된다. 완전자급제는 유통 구조 혁신을 통해 간접적으로 통신비 인하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나 보편요금제는 정부에서 직접 나서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을 1만원 정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기 위해 이통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자급제를 따라간다는 시각이다. 박정호 SKT 사장이 완전자급제를 찬성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여기에 SK텔레콤은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도 비교적 무난하게 끝냈다. 당초 8월로 예상됐던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은 2개월동안 지연되며 진통을 겪었다. 정부는 알뜰폰 업계를 대표해 망 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과 협상을 해오며 지난 8일 종지부를 찍었다.
그 결과 음성 도매대가는 지난해 대비 12.6% 인하됐고, 데이터는 16.3% 인하됐다. 그러나 LTE 정액요금제인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지난해보다 평균 7.2% 줄었다. SK텔레콤은 도매대가 인하로 매출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하지만, CJ헬로비전 등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번 도매대가 협상이 정부가 내세운 10%포인트 인하에 못 미쳤다고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으로선 새 정부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당사의 이해 득실을 최대화 하는 방향으로 가는 중”이라면서도 “단말기 완전자급제 같이 업계 파장이 큰 정책은 심도 깊은 논의와 이해관계자들의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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